평창올림픽 앞 ‘개고기 반대’ 집회 잇따라… ‘국력·지역 따라 차별’ 비판도

▲ 지난 2016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고기 반대 집회를 가진 외국인 동물보호운동가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또다시 ‘보신탕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개고기 식용 반대 집회가 잇따르는가 하면 지자체 차원에서 개 도살 금지를 추진하는 곳도 있다. 반면 이에 반대해 ‘전통 고수’를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개고기 식용 찬반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동물보호 단체들은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가 근절되지 않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정부는 이에 굴복해 보신탕 판매를 일시금지시켰다. 개고기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거센 반발이 발생한 건 물론이다.


동물보호 열풍은 국내에도 정착해 이후 주요 국제 스포츠대회가 한국에 유치될 때마다 국내외 동물보호 단체들은 연합해 개고기 반대 집회를 열었다. 2010년 이후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를 맞으면서 반대 목소리는 나날이 높아졌다. 심지어 전문요리점 앞까지 찾아가 영업방해를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에 비례해 보신탕 전문점들은 교외 등 음지로 점점 더 밀려났다.


개고기 유통을 법적으로 영구금지시키는 방안이 수시로 고려됐지만 만만찮은 개고기 찬성 여론에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항복하면서 번번히 좌절됐다. 지난 2015년 한국갤럽의 개고기 식용 찬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40%가 찬성(반대 39%)할 정도로 반려동물 열풍과는 상관 없이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 작년 7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개고기 합법화를 외친 대한육견협회 회원들.


韓國이 국제 동물보호단체 주요타깃인 이유


개는 인간이 최초로 길들인 가축으로 추측되고 있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최소 석기시대부터 개는 인간과 함께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인간이 가지지 못한 운동신경과 예민한 후각,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개는 여러모로 유용한 동물이었다. 사냥은 물론 전쟁, 보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성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 ‘다양한 유용성’의 범주에는 ‘식용’도 포함됐다.


동양의 경우 중국 한(漢)나라 때 사마천(司馬遷. B.C. 145(?)~B.C. 86(?))이 저술한 역사서 사기(史記)에 춘추시대 진(秦)나라에서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서양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럽 각지에서 개고기 식용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농경사회가 이룩되기 전에는 채집·사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식량을 보충할 용도로, 농경사회 이후에는 귀족의 식탁에 주로 올랐던 귀한 고기를 섭취할 목적으로 개고기는 널리 애호받았다. 소는 농사를 지어야할 중요자산이라 그 고기가 고가(高價)였기에, 돼지고기는 양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대중화되지 못했기에, 닭은 달걀을 생산해야 했기에 개고기는 서민이 거의 유일하게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고기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서양에서 개고기 섭취를 금기시하게 된 건 비교적 근래의 일로 훗날 유럽 대부분을 정복한 나치독일이 20세기 초중반 개고기 식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면서부터다. 아돌프 히틀러는 채식을 고집할 정도로 알아주는 동물애호가였다.


그러나 풍습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어서 오늘날에도 스위스 등 유럽 일부 지역에서 개고기 식용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스위스 동물보호단체는 자국 인구의 3%가 은밀히 개고기를 즐긴다며 이를 금지시켜 달라는 청원서를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럽의 개 도축 금지와 아시아 등 외국에 대한 동참 압력 이면에는 선민(選民)사상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학계에서 나온다. 선민사상은 “문명적으로 우월한 우리 백인들이 열등한 타 인종을 올바른 길로 교육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약자에 대한 서구권의 이같은 ‘정신승리’ 쟁취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 광시(廣西)성에서는 작년을 포함해 매년 ‘개고기 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위상 탓인지 국제 동물보호단체에서 이를 문제시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중국 정부가 “축제를 막지 않겠다”고 공식발표했음에도 큰 반발은 찾아볼 수 없다. 스위스는 같은 유럽권의 치부를 감추려는 목적인지 마찬가지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고 비(非)유럽권인 한국에 대해서는 폭언 수준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 여배우인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을 두고 “미개한 나라” “야만스러운 나라” 등 거침없는 발언을 내놓은 건 이미 유명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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