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4년째 보상 無… 소송도 기약 없이 장기화”

▲ 19일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쎄아체 대표 가족.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페루 수산시설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가 한국석유공사 현지법인의 대형 바지선 충돌 사고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된 민간기업 대표 가족이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울산 중구 한국석유공사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루하루 이어나가고 있다.


중소기업 서한냉동 자회사인 페루 수산물가공업체 현지법인 쎄아체(대표 장한성) 측에 의하면 쎄아체는 2002년 금융감독원의 해외투자 승인 후 2008년 허허벌판인 페루 달라라 해안에 수산물 가공공장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공장은 국내 수산물의 현지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시설은 부지와 건물 각각 3만3천여㎡로 부두, 수산물 가공처리 공장, 사무실, 기숙사 등으로 이뤄졌다. 투자금만 200억원 이상이다.


그러나 준공을 눈앞에 앞둔 2014년 7월4일 석유공사 현지법인인 사비아 소속 대형바지선 2척이 이곳까지 떠내려와 쎄아체 부두시설을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150m 길이에 달하는 부두 곳곳이 파손됐다. 페루 항만청은 사비아 측에 벌금을 물렸다.


하지만 석유공사나 사비아는 쎄아체에 부두 원상복구나 보상을 하지 않았다. 공장 시설은 완공도 가동도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됐다. 결국 쎄아체는 2015년부터 페루 법원에서 소송에 나섰지만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1심조차 끝나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장한성 대표는 집까지 경매에 넘어갔다.


장 대표는 “공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열심히 일하려는 중소기업에 피해를 줬으면 깨끗이 인정하고 피해시설을 원상복구하는 게 도리”라며 “부두가 완공되지 못하면 공장도 가동할 수 없는데 소송만 힘겹게 끌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급기야 장 대표 가족은 19일부터 석유공사 본사 정문에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석유공사 측은 해명자료에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업체에 사과드린다”며 “사비아페루는 보험사와 함께 관련 소송을 조속히 진행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