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안에 새 선박 검토비용 포함시켜… “큰 반발 부를 것”

▲ 일본 포경선(오른쪽)과 충돌한 시셰퍼드 선박.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고래잡이를 두고 국제환경단체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일본이 새 포경선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요미우리(読売)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수산청은 남극해, 태평양에서 조사포경을 하는 선단의 모선 닛산마루(日新丸. 8145톤)호가 노후화함에 따라 새 선박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연내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기로 했다.


닛산마루호는 1987년 건조돼 91년부터 포경 모선으로 쓰여왔다. 길이는 130미터에 달하며 소형 조사선이 잡은 고래를 갑판에 올려 해체할 수 있다. 갑판 아래 냉장고에는 최대 1200톤의 고래고기를 저장할 수 있다.


수산청은 교체를 위해 2018년(2018년 4월1일~2019년 3월31일) 예산안에 새 선박 검토비용 약 1억엔(약 9억6500만원)을 포함시켰다. 새로 건조하는 방안과 외국 대형어선을 구입해 포경선으로 개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은 폭력도 불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국제환경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셰퍼드는 2011년 2월 일본 조사포경 선단에 접근해 승조원에게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레이저 불빛을 쏘는가 하면 작년 11월 일본 포경선의 잔혹한 포경과정 영상을 공개했다.


시셰퍼드가 사용하는 오션워리어호는 최고속도가 시속 40km에 달해 닛산마루호의 약 2배에 이른다. 남극해에서 활동한 한 조사단장은 요미우리에 “방해활동에 지지 않는 빠른 배가 필수”라고 호소해 새 선박 건조 배경에는 시셰퍼드와의 ‘속도경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새 포경선 도입 방침을 두고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구라사와 나나미(黒沢名波) ‘돌고래와 고래 액션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거액 보조금을 사용하면서 조사 명목으로 고래를 죽이는 일본에 불신감을 가진 나라가 많다”며 “모선이 바뀌면 큰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업적 포경은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의해 금지됐지만 일본은 과학적 조사 명목으로 포경을 지속해왔다. 호주가 일본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 ICJ는 2014년 일본의 포경 중단을 명령했다. 이후 일본은 고래 포획 수를 줄였지만 작년 돌연 입장을 바꿔 향후 12년 간 종전보다 40% 늘어난 연간 304마리의 고래를 포획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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