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정치색 입혀지는 것 원치 않아…20년 배우 인생 확실한 연기관 갖춘 배우

▲ 영화 '1급기밀'에서 항공기 부품 구매 비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박대익 중령 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1급기밀’의 배우 김상경을 19일 삼청동 북촌마을 입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상경은 1998년 드라마 ‘애드버킷’으로 데뷔해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후 2015년 시청률 40%이상을 기록한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로 전 연령층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국민배우로서 자리매김했다.


거의 20여년 동안 꾸준하게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대중들의 곁을 지키고 있어 자연스럽게 그에게서 느껴지는 친숙함 때문인지 기자가 실제로 만난 김상경은 동네 친한 형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는 분명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다. 실제로 수다스럽기로 유명하고 주변에서 예능을 해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는다. 반듯한 이미지 때문에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던 그다.

“요즘은 홍보 때문에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데 개인기를 준비해 볼까 생각하고 있다(웃음). 그런데 제가 너무 자주 나오면 식상할까봐 걱정이 앞선다.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시사 프로그램 ‘공소시효’을 진행할 때는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 일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을 해보니 이러다가 배우를 못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오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 이 사람은 천생 배우구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도 친숙함을 잃지 않는 비결이구나 싶었다.


방산비리 척결! 정치적인 문제? 박근혜 정부도 강조한 것!


김상경은 영화 ‘1급기밀’에서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 박대익 중령을 연기했다. 박 중령은 군인들의 생명이 걸린 전투기 부품을 가장 값싸고 품질도 보증되지 않는 특정업체의 제품을 가격까지 부풀려 구매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영화 스틸 컷.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이후 자신의 가정에 가해지는 위협과 정의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을 겪는다. 내부고발자라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부담감도 그를 압박한다.

“제 역할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실제 2009년 10월 군복 차림으로 TV(PD수첩; 당시 담당 PD가 현 MBC 최승호 사장)에 나와 계룡대 군납비리를 폭로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님에게 왜 고발하게 됐는지 여쭤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은 그냥 ‘복무수칙’에 나온 데로 했을 뿐이라고 대답해 좀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소령은 군인으로서 자부심도 컸고 야망도 있었는데 그런 분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군대가 자신을 폄훼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보니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는 얘기다.


영화에서 박 중령이 당했던 일들은 거의 김 소령이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그러면서 김상경은 “내부고발자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방산비리 척결은 전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것이고 현 정부의 목적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영화가 개봉하면 여야 대표가 나란히 손잡고 이 영화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김상경은 이 영화가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 홍기선 감독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영화의 비정치성은 유효했다.


▲ 영화 스틸컷.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막걸리 얘기만 했다. 영화 촬영하면서도 나에게 정치적 의견을 한 번도 물어보시지 않았다. 제 생각에 감독님은 모든 것을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김상경은 이 영화가 흥행요소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심각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흥행 영화적 요소가 많았다, 코믹한 부분도 많았고. 만약 감독님이 생존하셔서 편집까지 하셨다면 아무래도 지금 편집본과는 또 다른 느낌의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홍기선 감독은 ‘1급기밀’ 촬영을 다 마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12월 15일 향년 59세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편집과 후반작업은 다른 관계자들의 손에 의해 진행됐다.


사실 감독과 배우의 바람과는 달리 흥행적 요소가 많은 영화는 의외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 영화 스틸컷. 배우 김옥빈은 방송국 PD 김정숙 역을 맡았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계에 따르면 ‘1급기밀’은 홍기선 감독이 실제 항공기부품 구매 비리에 대한 폭로가 있었고,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1998년부터 영화를 기획했다. 이후 2002년 차세대 전투기 사업 외압설 폭로, 2009년 김영수 소령의 폭로가 이어졌고 시나리오가 구체화됐다.


이명박 정부시절 투자자를 모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민감한 소재 때문에 투자자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정권이 바뀌고도 투자자를 찾기 힘들었는데 대기업 위주의 환경에서 대안적 성격이 강한 리틀빅픽처스라는 투자배급사가 나서줘 2016년 9월 크랭크인하게 됐다.


김상경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시절이었지만 시나리오가 흥행 요소도 있고 너무 좋아 기꺼이 선택을 하고 촬영을 기다렸지만 영화 제작이 지연되자 자신의 개런티 조정을 해서라도 빨리 찍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미 5.18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2007)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전력이 있다. 이 영화는 당시 관객 수는 730만이었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김상경은 자신의 꿈에 홍기선 감독이 자주 나타난다고 했다.


“얼굴이 까무잡잡하셨는데 꿈에는 뽀얗게 혈색이 좋아지신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우리가 이긴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개봉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이긴 것’이라는 뜻인 것 같다”


카리스마보다 작품으로 기억되는 배우 되고파


김상경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쉬운 영화가 없다. 인간의 본성을 세밀하게 탐구하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2002), ‘극장전’(2005), ‘하하하’(2010) 등과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 그리고 ’화려한휴가‘까지 문제적인 영화들에 출연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영화들에 계속 출연할 생각이 있는지 작품 선택을 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하는지 궁금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영화 전체를 본다. 내가 어떤 캐릭터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캐릭터가 센 역할은 나중에 보면 영화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역할을 하면 캐릭터가 입체적이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모범생 시나리오를 좋아한다. 배우마다 쓰임새가 다른 것 같고 일상적인 인물에게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그는 남의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1987’도 아직 안 봤다. 심지어 자신이 영화 촬영할 때도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 영화 스틸컷. 방산비리의 주범인 남선호 중령(최귀화)과 천장군(최무성).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고 모니터링을 안 하고 연기했을 때 오히려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배우들은 로버트 드니로처럼 되고 싶어하는 것처럼 저도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1급기밀’의 개봉이 늦어지는 사이 지난해 김상경의 두 편의 영화에 더 참여했다. 시체가 사라진 국과수에서의 하룻밤을 그린 스릴러 ‘사라진밤’과 이승기, 심은경 주연의 영화 ‘궁합’이다.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타워’(2012) 등 세 편의 500만 관객 이상 영화 출연, TV 드라마 ‘가족끼지 왜이래’로 최고시청률 43.1% 기록 등 화려한 필모를 가진 배우 김상경.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한 번도 쉽게 선택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고민한 끝에 선택을 한 덕에 타율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칸느와 같은 국제영화에도 살짝 욕심을 내비쳤다. 사실 그는 언제든 국제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배우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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