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영 감독 “北 선수 끼면 우리 선수 몇 명은 벤치에도 못 서”

▲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에 우려를 나타낸 황보영 감독.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북한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던 중 탈북해 우리나라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주장을 지낸 황보영 경기도 장애인 아이스슬레지 감독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혹평했다.


그는 최근 BBS라디오 ‘허성우의 뉴스와 사람들’에 출연해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과 통화해보면 되게 속상해하고 있다”며 “‘왜 하필이면 우리냐, 정치적 역사를 만들려고 스포츠를 이용한다’고 말한다. 올림픽 준비를 위한 마무리 단계인데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20일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이민지 선수는 자신의 SNS에서 “선수에게는 경기를 뛰는 1분1초가 소중한데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후 이 씨 SNS에는 문재인 대통령 열성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악플폭탄’을 쏟아냈다.


황보 감독은 “한국선수 23명 엔트리에 북한선수가 1명이든 6명이든 끼면 분명 한국선수 몇 명은 장비조차 못 입어보고 벤치에도 못 서는 일이 생긴다”며 “북한 선수들은 체력적, 기술적 면에서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 평창올림픽을 힘들게 유치하고 북한 좋은 일을 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세 때 함경북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던 황보 감독은 1997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뒤 중국을 거쳐 99년 입국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척박한 환경 탓에 낮에는 치과기공사로 일하고 밤에 훈련할 정도로 고생했다. 때문에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황보 감독은 북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닌 정치성을 직접 겪은 적도 있다. 2003년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대결이 끝난 뒤 북한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배신자” 등 폭언만 들었다. 황보 감독은 당시 “가슴이 찢어졌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과 단일팀을 구성할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은 25일 오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들어왔다. 앞서 새라 머리(30. 캐나다) 대표팀 감독은 남북단일팀 구성에 ‘충격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북한 선수를 꼭 기용하라는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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