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타협점 조속히 찾아야

▲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가열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국내외 동물보호 단체들이 개고기 식용 반대에 있어서 내세우는 주된 논리는 ‘개는 우리의 친구’라는 것이다. 소, 돼지, 닭과 달리 개는 식용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개과 인간의 관계는 독특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4월17일 일본 교도(共同)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자부(麻布)대학 연구팀은 개가 주인에게 느끼는 감정이 인간 유아가 부모에게 느끼는 그것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사이언스(Science)지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서 연구팀은 주인과 시선을 맞추거나 신체접촉을 한 개의 체내에서 안심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이 대량분비됐다고 밝혔다.


모든 개과 동물이 이같은 반응을 보인 건 아니었다. 연구팀은 길들여진 늑대와 인간이 시선을 맞추거나 신체접촉을 하는 실험도 진행했지만 늑대와 사람 모두 옥시토신 농도에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나가사와 미호(長澤美穂) 연구원은 “개와 사람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은 오래 전부터 길들임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해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정부는 이같은 개의 특수성을 명분으로 앞세운 국내외 동물보호론자들을 의식하면서도 개 식용 옹호론자들의 표심 이탈을 우려해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지도, 그렇다고 개 도축을 금지시키지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정부 입장이 동물보호 단체와 식용옹호 입장의 시민들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뚜렷한 법 규정이 없기에 사법부 판단도 중구난방이다. 작년 개를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도살한 개 농장주 A씨가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자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사유로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실제로 ‘식용을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가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6년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개를 전기충격기 등으로 도살한 남성에게 동물보호법 위반을 적용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 투견 또는 식용 목적으로 탄생한 도사견.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


'보신탕 전쟁'은 결국 동물보호 단체의 개 사육장 습격 등 물리적 충돌도 수차례 불러왔다. 결국 개 유통업계에서는 절충안을 내놨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길 잃은 애완견이나 유기견은 일체 쓰지 않고 도사견 등만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도사견은 지금의 일본 코우치(高知)현인 옛 도사(土佐)지방에서 오로지 투견 또는 식용 목적으로 교배한 대형견이다. 성격이 매우 호전적이라 도사견을 애완견으로 기르는 경우는 호랑이 등 맹수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경우처럼 거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절충안도 동물보호론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들은 오로지 개고기 섭취 자체를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 사육장 습격이나 전문점 영업방해와 같은 행위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강경입장은 일부 동물보호론자 사이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영업방해까지 하면서 타인에게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는 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작년 8월 서울 서초동의 한 보신탕 가게 앞에서 열린 개 식용 반대시위에서 정모(26. 여)씨는 뉴시스에 “개를 먹는 건 반대”라면서도 “이렇게 가게 앞에 있는 건 업주와 싸우겠다는 태도다. 먹는 사람을 비인간적이라고 몰아가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동물보호론자들의 이중성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매년 10만마리 이상의 유기견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이를 이용한 ‘돈벌이’ 사례가 적발된 점을 들어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다.


월간조선의 2016년 9월호 기사에 따르면 한 동물보호단체 회원 B씨는 “구조된 개를 위해 쓰여야 할 후원금의 50~70%가 단체 직원 월급으로 나간다”며 “현실적으로 구조된 개들을 위해 쓰이는 돈이 많을 수가 없기에 보호소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매체에 의하면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개를 구조한다는 명목으로 애견농장을 강아지 공장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도 저질렀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경찰을 사칭해 애견농장으로 침입한 뒤 가택수색뿐만 아니라 강아지들을 ‘몰수’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현장을 촬영해 악의적으로 편집한 뒤 한 유명 TV프로그램에 제보하기도 했다.


애견판매를 18년간 한 정모(39)씨는 월간조선에 “한국은 외국과 다르게 안락사도 잘 안 시킨다. 다 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러 분양하지 않고 보호소에서 뺑뺑이를 돌린다.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개를 뺑뺑이 돌리면서 정부지원금을 타내고 후원금을 모은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애견 이미지를 불쌍하게 만들어 후원금을 타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해소된 사례는 분명 존재한다.


멀지만 가까운 相生의 길


동물보호론자들과 전통수호론자들 간 물리적 충돌에 폭로전까지,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전국 교외의 개 사육장에서는 식용견들이 사육되고 있고, 동물보호 단체들은 이곳을 습격하거나 보신탕 전문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가열되고 있다.


양측 어느 쪽이든 손을 들어주기 힘든 건 사실이다. 일본 아자부대학 연구팀 연구결과처럼 개와 인간의 관계는 특수성을 가진다. 그렇다고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개고기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같은 국론분열이 안그래도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결코 이롭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선 정부의 관련법 제정 등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법이라는 사회적 약속이 마련되고 양측에 대한 설득이 병행된다면 대립은 전혀 사라지지는 않을지언정 점차 누그러질 수는 있다.


양측의 양보도 필수적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타협점을 찾아간다면 분명 갈등을 해소할 방안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와는 상관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해소된 사례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흡연의 경우 흡연할 권리를 주장한 흡연자들과 신선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주장한 비흡연자들 간 갈등이 한 때 있었지만 현재는 크게 잠잠해진 상태다. 흡연자들은 대로변 등 인파가 많은 곳에서 흡연을 삼가는 형태로, 비흡연자들은 인파가 적은 곳에서의 흡연행위는 묵인하는 형태로 암묵적 타협이 이뤄졌다.


말 못하는 개도 먹이를 두고 싸울 때는 싸우지만 누군가 한 쪽이 무너질 때까지 몰아붙이는 대신 결국은 서로가 상생(相生)할 길을 찾는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더 말해 무엇하랴. 동물보호론자들은 사랑스러운 애완견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고, 전통수호론자들은 식용견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가장 가까운 동물로서 존중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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