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춘식기자의 스포츠돋보기 (7)

7년 만에 국내파 한국축구국가대표팀 선장으로 선임된 허정무 감독이 첫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선수선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기 때문에 명단만으로도 어느 정도 사령탑의 색깔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명단발표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명단에서 가장 반가운 이름은 김병지(서울)와 이관우(수원)다. 2002한일월드컵부터 후배인 이운재에 밀려 대표팀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K리그 최고수문장 김병지는 불혹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허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물론 이운재(수원)가 지난 음주파문으로 1년간 대표팀 출전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김병지가 뽑히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에 대해 허 감독 역시 "누가 빠졌다고 해서 다른 선수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며 "김병지는 지난 시즌 최고의 골키퍼였다"고 그의 선발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윤정환과 함께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 미드필더로 불렸지만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던 이관우 역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K리그 다른 선수들로부터 "리그에서 축구를 가장 재미있게 한다"는 평을 받은 이관우는 뛰어난 리그활약에도 불구하고 체력과 수비가담능력을 중시하는 네덜란드 출신 외국인 감독들에게 외면받아왔다.

청소년대표시절 이동국의 뒤를 이을 대형 스트라이커로 각광받다가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한 동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정조국(서울), 본프레레 및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 잠시 대표팀에 승선했던 조원희, 곽희주(이상 수원) 등도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황지원, 황제수(이상 포항), 이동식, 구자철, 조진수(이상 제주) 등 새 얼굴도 대표팀의 부름을 받게 됐다. 허 감독의 세대교체 의지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번에 뽑힌 선수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하느냐다. 특히 한국축구의 에이스인 박지성의 쓰임새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양 날개, 셰도우 스트라이커 자리인데 그가 날개로 빠진다면 이관우가, 중앙으로 들어온다면 염기훈이 중용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열하기는 수비쪽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는 수비자원을 많이 선발했는데 이영표와 강민수가 각각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남은 두 자리를 놓고 9명이 경쟁을 펼치게 된다. 오른쪽 윙백의 경우 지난 아시안컵 멤버였던 송종국과 오범석이 이번 명단에서 제외된 터라 조원희와 이종민의 치열한 자리다툼이 예상된다. 이번 허정무호의 첫 대표팀 선수들 중 누가 신데렐라가 될지, 그 어느 때보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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