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北, 평창 납치 우려” 규탄

▲ 25일 방남한 박철호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오른쪽은 세라 머리 남북단일팀 총감독.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공동입장 계획 등에 정치적 목적은 없다던 문재인 정부 주장이 무색하게 북한이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은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 방남(訪南) 당일 한미훈련의 영원한 중단을 문재인 정부에 요구했다.


25일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당정(黨政) 고위층이 참석한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미국과의 전쟁연습을 영원히 중단하고 미국 전략무기를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회의에서는 ‘해내외의 전체 조선민족(한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채택됐다. 호소문은 한미훈련을 두고 ‘위험천만한 전쟁훈련’이라며 “이를 영원히 끝내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차게 전개하자”고 독려했다.


호소문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25일 대내외에 공개됐다. 이날은 평창올림픽에서 우리 측 선수들과 단일팀을 꾸릴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이 방남한 날이라 주목받았다.


북한의 ‘반미(反美) 우리민족끼리’ 주장은 남침목적이라는 증언이 그간 고위층 출신 탈북자들 사이에서 쏟아져나왔다.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의 매제로 ‘로열패밀리’였던 장성택이 “지금 전쟁하면 이긴다. 문제는 그 다음(미국)”이라 말했다고 증언했다. 작년 초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은 한국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폭로했다.


북한은 호소문에서 “하늘길, 배길, 땅길로 자유롭게 오가며 각 정당·단체들과 인사들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성대히 개최하자”며 항공기, 선박을 통한 남북교류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북한 해상봉쇄 제재가 논의되고 있은 것을 의식한 조치라는 주장에서부터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추측, 아예 한국 영공·영해를 개방시켜 무장해제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는 문재인 정부 주장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23일 워싱턴포스트,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관료는 부통령전용기(에어포스투) 내 인터뷰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메시지를 납치하는 걸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의 평차올림픽 참석은 축하가 아닌 북한 정권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고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부터 조작의 달인이었고 살인적인 정권이었다”며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남북 정부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술책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추구하면서 동시에 성공적 대화라는 환상을 만들어내거나 현상유지를 하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이르면 오는 3월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은 이날 미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강연에서 “북한 핵·미사일은 전시용이 아니라 미국을 동시다발로 타격하기 위함”이라며 “(김정은이 원하는 건) 동시에 여러 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이라고 북한이 다탄두미사일(MIRV) 개발에 매진 중임을 시사했다.


MIRV는 한 개의 탄도미사일에 수 개의 핵탄두를 실어 공격하는 방식이다. 다수의 공격목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어 방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월 부산, 울산이 핵공격 지점으로 표기된 지도를 공개하는 등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핵공격 목표임을 드러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에게도 경고를 던졌다. 케네스 맥켄지 합참본부장은 2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한미훈련은 올림픽 후 즉각 재개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정부가 축제분위기인 사이 미국은 대규모 대북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의 핵도발을 견제했다. 미 재무부는 24일 중국, 러시아와 접촉해 공해상 원유밀수 혐의를 받는 선박 6척 등에 대한 추가제재를 단행했다. 이 유류는 미사일 연료로 가공될 수 있어 논란을 빚었다.

키워드

#평창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