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 대표 거의 한나라당 출신, 정치 독과점 다시 생각해봐야

<정우택 논설위원>
“한나라당의 당대표 양성소는 오늘도 성업 중입니다” 한나라당 출신 정치인이 각 정당의 대표를 도맡으면서 나온 말이다. 대표를 너무 많이 배출한데서 오는 '조크'라면 조크고, 그만큼 한나라당에 인재가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컷뉴스는 22일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창당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당이 만들어지면 30여명 정도의 의원들이 행동을 같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가 창당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고, 측근들이 나서고 있는데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이유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정말로 당을 만들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도왔고, 올 들어서는 이명박 당선인의 특사로 중국을 다녀와 협력관계가 잘 유지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4월 총선의 공천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23일 얼굴을 대하고 담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가 잘 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만에 하나 결과가 시원치 않을 겨우 문제는 꼬일 수도 있다. 자칫 노컷뉴스가 보도한 대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만일 당을 만들어 대표가 된다고 하면 주요 정당 대표 5명이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알다시피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 자유신당의 이회창 대표, 민주당의 이인제 전 대표가 모두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식구들이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도 한나라당의 덕을 본 사람이다.

만일 박 전 대표까지 여기에 합류한다면 정치권은 완전히 한나라당 출신이 좌지우지하게 된다. 한나라당을 포함해 6명의 전 현직 대표가 여의도 바닥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무슨 모임이 있어 이들이 모인다면 어떨까? 한나라당 단합대회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을 만들고 당을 떠나는 것은 자유다. 누가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세상일에 바빠 얼마 동안만 신경 쓰지 않으면 당이 새로 생기는 것은 국민들이 당을 만드는 것에 대해 너그럽다는 뜻일 게다.

그렇더라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있다. 한나라당 출신이 여야 주요 정당을 모두 휘어잡고 있으면 정당의 특색이 없어질 것이다. 자칫 여야의 구분도 없어질지 모른다. 뿌리가 같은 사람들이 아무리 서로 다른 척 해봐야 별로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은 정상적인 정치는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을 떠나고, 새로운 당을 만든다면 정당 정치가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이나 민주당, 영국의 노동당처럼 자랑스러운 당이 나올 수도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대선이나 총선 직전에 당을 급조하고, 선거에서 몇 석 거두면 명맥을 유지하고, 반대로 선거에서 실패하면 간판을 내리는 '애들 장난'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의식 있는 국민들이 볼 때는 안타까운 일이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이 볼 때는 뭐가 뭔지 모를 일이다.

한나라당이 대표 양성소 소리를 듣는 것은 2가지 측면에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우선은 부정적인 측면이다. 툭하면 당원이 뛰쳐나가 딴 살림을 차리는 것은 당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고위 당직자들 간에 갈등이 있다고 봐야 되는데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인사문제 일 것이다. 파벌이 있고, 욕심이 있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뛰쳐나가는 사람 개인의 문제다. 당이라는 전체적인 틀보다 자신의 입지, 자신의 이익, 자신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너무 급하게 큰 것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성격적인 문제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는 하다. 한나라당 출신이 주요 정당의 대표로 모조리 포진하는 것은 그만큼 한나라당에 인재가 많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과격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국민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한나라당 출신이 여야 주요 정당의 대표를 싹쓸이 하는 것은 쉬운 말로 '정치 독과점'이다. 한나라당에 의한 정치 독과점은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대표 양성소라든지 정치 독과점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우스운 얘기지만 정기분야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면 한나라당은 '정치 독과점'으로 징계를 먹든지 규제를 받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나라당 출신 다른 당 대표를 손가락으로 꼽으면 다섯 손가락도 모자란다며 '정치 독점'을 우려했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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