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겨울철의 시골에서 제일 좋은 일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견해를 내 놓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가? 아니 그렇게 공짜를 좋아하면 어떡해요. 정말 그런 게 좋아요?
저녁에 또는 아침에 확성기가 울려 퍼지면 나는 곰곰 귀를 기울인다. 처음엔 울려서 잘 듣지 못 했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날 데리러 오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이 내 전화번호를 알게 된 다음엔 전화로도 알려 준다.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목욕 간다는 방송도 있었고 마을 회관에 가수가 방문해서 노래자랑을 하니 꼭 참석하라는 방송도 있었다.

목욕 간다고 했을 때 나는 덥석 가겠다고 하기가 부끄러워 모른 척 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할머니 한 분이 직접 찾아오셨다. 몇 몇 남자 분들이 소형 트럭이나 자동차를 내었고 여자들은 모두 나뉘어서 차에 올라탔다. 10분 걸려 동네의 –불가마 사우나-에 도착했더니 먼저 2층에 있는 휴게실에 올라가란다. 남자들이 과일 상자, 떡 상자, 과자 상자 등을 차에서 내려 들고 올라오고 여자들은 접시에 나눈다. 맛있게 먹고 나서 목욕을 했다. 규모가 큰 사우나로 소금 사우나, 맥반석 사우나에 불가마 사우나도 있다. 여러 어른들 등 밀어 드렸다. 혼자 다 씻었으니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흐뭇해하시는 것이 눈에 보인다. 1시경 사우나 식당에서 한정식을 먹었다. 재료와 맛이 좋은 음식인데도 가격이 저렴하다. 도시 젊은이들이 따지는 바, 가성비가 훌륭한 착한 가격이다. 2시가 되어 나는 돌아갈 생각을 하는데 할머니들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가신단다. 아까 가져온 과자와 과일을 마저 먹으면서 더 논다는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이런 날이 있는 게 아니라면서.

다시 아까의 얘기로 돌아가자면 이 모든 것이 공짜라는 것이다. 그 마을에 살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이런 공짜 나들이에 참여할 수 있다. 아니 혹시 왕따를 당해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가? 내가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니까 내가 모르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난번 가수가 온다는 날도 그랬다. 가수가 점심 먹고 온다 해서 1시에 가 봤더니 떡과 과일이 지천이었다. 남자 분들은 맥주나 소주도 들고 있었다. 점심 안 먹고 와도 되었는데........

그런데 인구 30여명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정말 가수(?)가 온다는 거야? 그 의문은 곧 풀렸다. 영천시에서 노래를 가르치는 여자 분인데 마을마다 다니면서 노인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에서 그 비용을 대고. 노래방 기기를 준비해 주는 시 공무원 여자 분과 함께 왔다. 그녀는 춤과 함께 여덟 곡을 불렀다. 시골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골라서. 내가 메모했다. 무슨 노랜가 하고. 제목을 여기 나열한다면,
-시계바늘- -울고 넘는 박달재- -울어라 열풍아- -유정 천리- -고장 난 벽시계- -동숙의 노래- -신사랑 고개- -조약돌사랑- 이 중에서 아는 노래가 있으신지요?

즐거운 일은 그 가수의 노래를 들은 것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다. 나도 남편도 신입 회원 자격으로 노래를 불렀다. 나는 –애모-를 불렀는데 그 가수 평, 이 노래는 서울 분들이 부르는 노래라나. 맥주 한 잔도 안 먹고 한 낮에 노래방 기계에 맞춰 노래를 부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남편의 –너와 나의 고향-은 인기 만점이었다. 가사 중에 –정든 땅에서 너와 함께 살리라-란 대목에 이르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선곡이 딱 이었다. 시골에 살면 정부가 대접해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 세금만 내다가 받는 느낌? 나쁘지 않다.

대접받기를 원하시나요? 그럼 시골로 오시죠.

<작가>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