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시민단체·수산업계, “英 국립기관 발표 틀려” 정부 태도에 늑장대응 우려

▲ 산치호에서 동중국해 바다로 흘러든 검은 기름띠.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이란 유조선 산치(Sanchi)호 유출 기름의 제주 해역 도달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제주도(도지사 원희룡)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김창선 도해양수산국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해양수산부와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기름이 몰려올 시 해경, 국립수산과학원, 해양관리공단, 남해어업관리단, 수산물품질검사원, 수협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방제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해수부와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3단계에 걸친 대응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침몰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선 정보를 파악하고 현지 수산물이 도내에 반입될 경우 수산물품질검사원을 통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NOC(영국 국립해양학센터)에서 발표한 자료는 해류 이동상황을 보고 판단한 것으로 해수부는 계절풍이나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최근 북서풍이 부는 점을 감안할 때 유출 기름이 제주연안으로 올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해수부 관계자도 전날 지역신문인 제주투데이에 “NOC 연구 데이터는 기름 유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바람의 영향을 무시하고 해류만으로 분석한 시뮬레이션”이라며 “(유출 기름의) 화재소실, 증발, 자연소산 효과 등도 함께 분석한다면 사실상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 입장은 다르다. 야당은 정부와 도가 손 놓은 채 낙관적 전망만 내놓고 있다며 안일한 태도를 문제시했다.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위원장 김방훈)은 30일 성명에서 “NOC와 사우스햄튼대학이 공동으로 동아시아 해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오염해양수가 쓰시마(對馬)해류를 타고 40일만에 제주 남쪽에 도착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또 “3월 중순 무렵 제주 바다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100일이면 남·동해에 퍼지는 등 대재앙이 예고되고 있지만 정부와 도는 강 건너 불보듯하고 있다”며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공조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도 당국의 치밀한 대응을 촉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김민선·문상빈)은 29일 성명에서 “해안이 한 번 오염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제주 수산업, 관광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해양오염수 차단을 위한 방지활동에 나서고 면밀한 예측,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만에 하나 발생할 위험에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작년 5월 세월호 유출 기름피해 보상 집회를 가진 전남 진도 어민들.


2013년 후쿠시마 사태, 정부 적극대응으로 해결
수산업계 “늑장대응 시 가만 있지 않을 것”


정부·제주도와 야당·시민단체·영국국립기관 간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도민들은 정쟁 대신 실질적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귀포시 거주 어민 김모(61)씨는 “5년 전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유출 때도 제주 수산물 수요가 급감해 지역경제가 어려워졌다”며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다는 외신보도가 2013년 잇따르자 같은 해 제주 수산물 매출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실례로 갈치는 전년 대비 수요가 30~40%나 급감하고 가격도 20% 이상 떨어져 어민과 가공·유통업체 고통이 가중됐다.


당시 정부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갈치, 옥돔, 고등어, 소라 등 4개 품목에 대해 주1회 방사능 안전검사를 벌이면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소비 동참을 호소했다. 도는 정부에 갈치·참조기 등 비축용 수산물 수매자금 특별지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의 방사능 검사 장비·인력 보강을 요청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제주 수산물 매출량은 점차 회복돼 지난 11일 도는 작년 수산업 생산금액이 1조517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제주도 수산업 조(粗)수입이 1조원을 돌파한 건 처음이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치호 유출 기름 피해가 예상되는 일본은 치밀한 대응태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해수부는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며 수산물 독성검사 이외에 뚜렷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반면 일본은 순시선을 즉각 파견해 예찰활동을 펼치는 한편 해양오염수 차단을 위한 방지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NOC에 의하면 산치호 침몰 지점은 쿠로시오(黑潮) 해류에 위치해 있다. 이 해류는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환초지대인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의 오스미(大隅)·도카라(吐喇)·야쿠(屋久)섬을 지나 도쿄(東京)만, 북태평양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올린 제주 지역 어민들과 가공·유통업체들은 이번 산치호 유출 기름 유입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2013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사태 때처럼 정부, 도가 실질적 대책마련을 통한 소비촉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수산물 가공업체 관계자는 “산치호 기름은 제주뿐 아니라 남·동해에까지 퍼질 것이라고 한다”며 “정부 발표대로 기름이 안 올 수도 있지만 올 수도 있다. 피해가 커진 뒤 (정부가) 늑장대응에 나선다면 수산업계도 가만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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