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부부 경영’ 일산의 한 전문점에서 들은 日 가정식 인기배경과 시장전망

▲ 일본 가정식 열풍이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사진=후쿠로우 제공).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근래 20~30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일본 가정식’ 붐이 일고 있다. 과거 한식, 중식이 외식메뉴 우선순위였다면 지금은 일본 가정식 전문점에서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해결하는 젊은 여성들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유독 우리에게 있어서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세계화 물결이 한국에 밀려오고 갖가지 해외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와중에도 일본의 그것만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됐다. 일본음식을 접하려 해도 가락국수(우동) 외에는 별다른 메뉴조차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격세지감(隔世之感) 그 자체다. 스시(すし), 라멘, 우동 등 전통적 외식메뉴를 넘어 이제는 한국인도 일본인의 소박한 집밥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 편의점 프렌차이즈 체인인 GS25가 작년 8월 일본 가정식 컨셉의 프리미엄도시락 ‘심야식당’을 출시할 정도로 일본식 집밥은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1998년 10월 우리 정부의 일본대중문화개방 정책 이래 시작된 일식(日食)열풍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일본 가정식 붐. 그 현장을 찾아 본지는 3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주택가에 위치한 일본 가정식 식당 ‘후쿠로우(ふくろう)’를 방문해 인기 배경과 향후 전망을 직접 들어봤다.


▲ 후쿠로우를 찾은 일본 국민배우 후나코시 에이이치로(船越英一郎. 오른쪽)와 임소윤·쿠라타아즈미 부부(사진=후쿠로우 제공).


후쿠로우는 국내 일본 가정식 식당 중에서도 독특한 곳이다. 대부분의 가게가 현지에서 레시피를 배운 한국인이 요리를 맡지만 이곳에서는 일본인이 직접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어 손님상에 올린다.


구수하면서도 살짝 단 맛이 도는 미소시루(みそ汁. 된장국) 등 일본 가정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원한 일본산 맥주는 물론 ‘간바레오돗짱(がんばれ父ちゃん. 아빠 화이팅)’ 등 전통주도 비치되어 있어 퇴근 후 창가의 개인석에서 풍경을 내다보며 간단히 혼술도 즐길 수 있다.


사장인 임소윤 씨와 쿠라타 아즈미(倉田あずみ)씨는 부부다. 2015년 4월 부부가 개업한 후쿠로우는 입소문을 타고 고양시민은 물론 타지역 주민들도 찾는 명소가 됐다. 블로그 등 인터넷상에서는 방문객들의 호평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부부는 종업원을 별도로 두지 않고 둘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작고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실내 풍경까지 더해 일본 가정식 식당이라는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일본 방송, 도자기·인형 등 곳곳에 비치된 아기자기한 각종 일본 아이템들은 잠시나마 일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왔다. 부부의 친절함은 식사 후 떠났던 손님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했다.


5년간 일본에서 유학해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임 씨는 일본 가정식 인기 배경에 대해 나날이 열기가 더해지는 한일민간교류, 맵고 짠 한식과는 또다른 일식 특유의 느낌 등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임 씨와의 일문일답.


Q. 바쁘신데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하다. 국내 일본 가정식 현황은 어떠한가?


A. 한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여행이다. 일본에 가서 식사를 해보시고 입에 맞으시는 분들이 일본 가정식을 찾으신다. 일식집이 붐을 일으키면서 현재 홍대나 이런 쪽에 식당이 굉장히 많다. 우리는 다른 가게와 달리 집사람이 일본사람이고 해서 실제 일본 가정에서 많이 만들어 먹는 메뉴로 하고 있다.


Q. 대표적 인기메뉴는?


A. 저희 가게는 돈까스다. 여성분들은 명란파스타다.


Q. 명란(명태알)은 한국음식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인데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가 보다.


A. 명란을 일본에서는 멘타이코(明太子)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명태알이다. 한국말이다. (명란파스타는) 일반적인 이탈리아 파스타에는 없다. 일본 가정에서는 많이 해먹는다. 일본에서도 명란젓을 많이 먹는데 자기들 나름대로 파스타에 넣어봤는데 인기가 많아져 전국적으로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일식이 인기를 끄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한식이 대중화되어 있다. 김치는 두말 할 것도 없고 순두부찌개, 삼겹살 등도 호평을 받고 있다.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등 주요지역에서는 삼겹살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순두부찌개의 경우 한 현지 식품업체에서 아예 간편식으로 생산해 유통시키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명 연예인들이 TV에 출연해 한식 ‘먹방’을 하는 모습도 흔하다.>


Q. 일본 가정식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은?


A. 모양이 아기자기하니까 여성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기존 음식(한식)은 맵고 짜고 그런 부분이 많은데 (일본 가정식은) 건강미가 있는 부분도 있고 해서 그런 것도 이유인 것 같다. 남성분들도 많이 찾는다. 돈까스나 규동(ぎゅうどん. 소고기덮밥), 카레라이스를 좋아하신다.


Q. 규동은 일본에서도 ‘아저씨 음식’으로 안다.


A. 그렇다(웃음). 저도 일본에서 5년간 유학했는데 일본에 유학한 사람들은 아마 규동을 엄청 좋아할거다. 그거 없으면 못 산다고 할 정도로. 가격 싸고, 양 많고,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인터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임 씨는 우리나라의 일본 가정식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일본문화 개방이 정부 차원에서 시작된지 올해로 딱 20년째이지만 천편일률적인 메뉴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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