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공화국에 이은 토익공화국 오명…YBM 불공정행위 공정위 조사 받을까?

▲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에 위치한 YBM 건물.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그제(5일) 기자가 확인했을 때 2만4500명이던 청원인 숫자가 하루만에 700여명 증가한 2만5250명으로 증가했다.


토익이 구조적으로 갑질인 여러 가지 이유들


토익시험이 갑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토익시험을 민간기업인 YBM이 독점적으로 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200만명 정도가 응시하는 시험을 민간에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대기업들에 적용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금지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 청원자가 요구했듯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한 번 나서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채용요건에 토익 점수를 넣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토익시험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일요시사 보도에 따르면, 2015년 채용공고 1000여건 중 94%가 토익 점수를 채용에 활용했고 25%는 일정 점수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삼았다. 일부 대학은 졸업 조건으로 특정 기준 이상의 토익 점수를 요구했다.


지난해부터 국가공무원 7급 영어시험이 자체 시험이 아닌 토익이나 토플, 텝스 등 영어능력검증시험 제출로 바뀌었다. 토플이나 텝스 등은 전문성을 띄는 시험이라 난이도가 높아 공부도 토익보다 훨씬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취준생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결국 선택의 여지없이 토익을 봐야 하고 이런 구조 속에서 갑질은 양산될 수밖에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2011년 전 세계 약 64개국 토익 응시자 600만 중 210만명이 우리나라 응시자였다는 사실이다. ETS가 발표한 결과로 전 세계 응시자의 무려 35%를 한국인들이 차지한 것이다.


▲ YBM 토익 홈페이지에 나온 시험일정 및 응시료 화면 캡쳐. 정기접수와 특별추가접수 부분이 눈에 띈다.


토익은 이러한 우월적 지위를 20여년간 누려오고 있다. 그만큼 토익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토익의 대안으로 텝스가 탄생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국가공인영어시험제도인 NEAT도 실패로 끝났다.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사람도 증가하고 시험을 치르는 스킬도 고도화 돼 만점자가 수두룩하게 양산됐다.


문제를 좀 더 확대해석하자면 우리나라 영어교육 열풍도 토익과 무관하지 않다. 조기유학을 떠나는 어린 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그들의 최종 목표는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자면 토익은 사교육이나 기러기아빠 등 사회적인 문제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초 발표된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2016년 한국인 유학생(어학연수·교환학생 포함)이 학비, 체류비 등으로 해외에 지급한 금액은 모두 35억1850만달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4조828억원이다. 해외유학·연수 지급액은 2000년대 들어 급증하면서 2007년에는 50억2530만달러까지 찍었다. 요즘은 그 추세가 약화된 상태지만 한국을 찾는 유학생이 쓰는 비용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ETS에 지불하는 로열티까지 감안하면 국가의 경제적 손실은 더 늘어난다.


토익 주관사 YBM의 ‘갑질’ 공정위의 도마 위에 오를까


▲ 토익 실제 문제를 공개하고 있는 토익 홈페이지 화면 캡쳐. YBM은 종전과는 달리 최근에 실전 문제를 공개하고 있다.

한 취준생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게시글로 다시 한 번 YBM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유일의 토익시험 주관사로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취준생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응시료를 인상하면서 명확한 설명 없이 통보 형식으로 올리기, 정기접수와 추가접수 기간을 따로 두는 방식으로 응시료를 더 받는 행위, 환불 불가 주장 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답이나 배점 정보도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것도 꾸준히 논란이 돼왔다.


응시료의 경우 2006년 3만4000원이던 응시료는 2016년 3월 21일 4만4500원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토익 응시료는 30%가량 오른 데 반해 일본은 꾸준히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2013년에는 시민단체들이 토익 시험 관련 불공정행위로 Y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응시료 인상, 접수기간 꼼수 등 YBM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접수일 7일 내에 환불 가능’ 시정명령 외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반면에 YBM은 창립 이례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YBM 그룹으로 국내 최대 교육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YBM은 토익을 주관하면서 동시에 토익 학원을 통해서도 수익을 올린다. 영어 이외의 외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부동산임대, 출판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YBM은 서울 요지에 빌딩 12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들의 총 가치는 42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오너 일가가 소유한 빌딩도 존재하며 이 빌딩의 가치는 150억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와이비엠넷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2017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누적 매출액은 470억3100만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누적 매출액은 518억4600만원이나 됐다. 와이비엠넷은 여러 교육 사업을 운영하는 그룹으로 토익, JPT(일본어시험) 등 테스트 접수대행을 하는 회사다.


사회구조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얻게 된 기업이라면 당연히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사회구조가 바뀌기 힘들다면 그 혜택을 누리는 기업은 그만큼 책임이 있어야하고 적어도 불공적한 방법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이용하는 갑질은 하지 말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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