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조 발행인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8kg에 불과했다. 이는 30년 전인 1988년 소비량(122.2kg)의 절반수준이다. 왜 이렇게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식생활의 서구화 때문이다. 문제는 원인은 알고 있는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통주를 살리는 것이 곧 쌀 소비를 늘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1년간 쌀 소비량은 가정에서 소비하는 쌀과 산업체에서 소비하는 쌀을 모두 합쳐서 약 390만 7617톤가량 된다. 국민 1인당 61.8kg을 전체 국민 5177만 8544명(2017년 기준)에 곱하면 319만 9914톤을 소비하는 꼴이고, 여기에 산업체에서 소비하는 70만 7703톤을 더하면 390만 7617톤이 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쌀 생산량이 397만 2천톤이었으니 생산과 소비가 비슷하지만 지난해에는 37년 만에 연간 생산량이 400만톤 아래로 떨어졌고, 해마다 외국쌀이 수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남는 쌀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통계를 잘 분석해보면 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국내 쌀 소비는 산업체(77만 7703톤)보다 가정에서 훨씬 더 많이 소비(319만 9914톤)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산업체에서 쌀을 많이 소비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산업체는 곧 농업의 전방산업인 식품·외식업체를 말한다.

지난해 산업체에서의 쌀 소비량은 모두 70만 7703톤인데, 부문별로 보면 식료품 제조업에서 60.6%인 42만 8829톤을 소비했고, 술을 포함한 음료 제조업에서 27만 8874톤(39.4%)을 소비했다. 구체적인 업종별로 따져보면 주정 제조업에서 21만 5803톤(30.5%)을 소비해서 가장 많은 쌀을 사용했고, 다음으로는 떡류 제조업에서 16만 8865톤(23.9%)을 소비했으며,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에서 11만 4341톤을 소비해 세 번째로 많은 쌀을 사용했다. 탁주 및 약주 제조업에서도 5만 6872톤을 소비해 뒤를 이었다.

이를 분석해보면 최근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도시락 소비 증가를 제외하면 산업체에서의 쌀 소비는 대부분 전통주와 떡 등 전통식품을 제조하는 데에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통주를 살려서 쌀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10kg의 쌀을 그냥 팔면 2만원밖에 소득이 생기지 않지만 떡으로 만들어 팔면 12만원의 소득이 생기고, 증류식 소주로 만들어 팔면 22만원의 소득이 생긴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분석이다. 그만큼 가치사슬(Value Chain)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즉, 전통주를 살리는 것은 농업도 살리고, 전통주도 살리고, 식품제조업도 살리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정부가 쌀 문제를 농업 차원에서 해결하는 데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 전방산업인 식품·외식산업에서 쌀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특히 술을 비롯한 우리의 전통식품을 육성함으로써 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낳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전통주 육성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쌀도 문제지만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밥상머리뉴스 발행인>

필자 약력
△전)경북일보 기자
△전)푸드투데이 편집국장
△전)외식경영 편집주간
△(주)푸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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