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정부수립이래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불리우는 요즘 청년 구직자들은 역대 그 어느 세대보다 스펙 쌓기에 몰두하며 오직 취업 하나를 위해 긴 시간을 인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취업대란 속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고 있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A군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안정적인 근무환경과 정년보장 등의 이유를 들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공정하게 선발하는것이 매력적이라 지원하게 되었다"고 하고 있다.


공정...그 당연한 가치가 이 사회에서 이뤄지지 않으니 공무원 시험에 지원하고 있다는 청년의 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빽과 연줄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은 취업 시장에까지 그늘을 드리워 수많은 청년들을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문제가 불거진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들며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말해 채용비리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2012년과 2013년에 강원랜드에 채용된 신입사원 518명 중 무려 493명이 연줄을 통해 들어왔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시민사회는 충격을 넘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 자유한국당의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과 사촌이 연루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권 의원은 여당으로부터 법사위원장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 하나은행 앞에서 시민단체가 규탄집회를 가졌다.

여기에 은행권 역시 채용비리에 연루되어 공정하게 돌아가야 할 취업시장에 불신을 만연하게 만들었다. 서류심사와 실무면접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던 최고경영진의 친인척이 임원 면접 때 최고 등급을 받아 채용된 사례, 인사담당 임원이 자녀의 면접시험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례, 사외이사나 임직원, 거래처의 자녀나 지인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고 우대 요건을 신설하거나 면접점수를 조작한 사례 등.
이번에 적발된 은행 명단에는 최근 채용비리가 드러난 우리은행뿐 아니라 KB, 신한, 하나 등 국내 주요 은행이 대부분 망라되어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26일 은행권 채용비리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11개 은행들이 특혜 채용 9건, 면접점수 조작사례 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6건, 총 22건채용비리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가장 심한 것은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2016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10%나 되는 인원이 이른바 빽을 통해 입사했는데 이들은 국정원,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전 현직 임직원들의 자녀인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북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조사결과 이 전 은행장은 3년 동안 '청탁 명부'를 만들어 VIP 고객, 공직자 자녀 등 37명을 부당하게 합격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이 전 은행장, 남기명 전 국내부문장과 4명의 인사 담당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VIP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55명 전원이 2016년 공채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시험 성적으로만 당락이 갈리는 필기전형을 거쳐 6명이 남았고, 임원면접 점수 조작으로 모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나은행은 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을 합격시키려고 다른 대학 출신 응시자들을 탈락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돼 타 대학 학생들로 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그리고 하나은행에 입사시험을 본것으로 알려진 한 건국대생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하나은행 카드를 잘라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학생회 주도로 하나은행 계좌를 없애자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8년 은행연합회 등 5개 기관 기자간담회에 참석 '채용 모범 규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감독당국과 함께 이뤄진 채용비리 TF를 통해 채용 모범 규준 설립에 관한 논의가 공감이 되었고 이를 마련할 시기나 방법은 이번 채용 비리 수사결과가 나온 뒤에야 정할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규직원 채용 모범 규준이 각종 고용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유연성과 다양성 자율성과 같은 부분도 어느 정도 감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수사결과 나온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를 방지하는 대책도 고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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