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정현민 기자] 정부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주력하고 있다. 규제 대상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한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기업집단에 한정되기 보다는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모든 기업들에게도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견기업 행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은 5조원 이상 대기업 중에 오너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와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지난달 오너일가 지분요건을 모두 2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자산 총 규모가 5조 미만인 중견기업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어 법망을 벗어나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6월 김상조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만 적용되는 현행 규정(공정거래법 23조 7항)을 개정해 중견기업들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금지 규제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 업계 일감몰아주기 의심사례


지난해 초 경제개혁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0개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심사례 중 29개 수혜회사가 이에 해당됐다. 식품 업계에서는 농심그룹, 오뚜기그룹, 대상그룹 등 5개 그룹이 포함됐으며 총 15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로 확인됐다.


농심그룹은 3개의 상장회사와 15개의 비상장회사, 14개의 해외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계열회사의 자산총액은 4조5000억원으로 5조원에 약간 못 미친다. 농심그룹의 지배주주는 신춘호 회장이며 아들인 신동원, 신동윤, 신동익 씨 등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등 수혜회사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율촌화학은 지배주주등이 직접 24.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46.76%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다. 계열사인 엔디에스, 호텔농심, 농심미분, 태경농산, 농심엔지니어링, 농심홀딩스 등도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로 확인됐다.


오뚜기그룹은 20개의 국내외 계열사가 있으며 13개는 국내, 7개는 해외법인이다. 국내계열회사 자산총액은 약 2조8000억원이다. 오뚜기그룹의 지배주주는 함영준 회장이다. 오뚜기라면은 지배주주 등이 직접적으로 35.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99.12%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다.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SF, 상미식품, 알디에스 등도 수혜회사로 해당된다.


대상그룹은 28개의 국내계열사와 다수의 해외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2개사가 상장회사다. 국내계열회사 자산총액은 2조8000억원이다. 대상그룹의 지배주주는 임창욱 회장이며 아그로닉스는 임창욱 회장의 두 자녀인 임상민, 임세령이 직접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57.23%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에 속한다. 다만 이 회사는 2016년 12월 청산됐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자산 5조 미만 기업들을 규제하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집단기업들 규제 방안만 내놓고 있어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자산규모 5조 미만 기업들에 대해 규제 방안을 내놓게 된다면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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