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의 실명제에 이어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고 미국과 영국의 은행들마저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구입하지 못하게 하는 등 돈줄을 조이자 지난 6일에는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600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6일 2500만 원 대에서 불과 한 달 만에 4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특히 다른 나라보다 50%가량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던 국내 시장은 공포심리가 더욱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뒤이어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은 주춤하지만 연말에는 5만달러까지 갈 것이며, 시가총액도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제기되자 다시 900만원대로 급등하는 등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이처럼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것은 암호화폐의 미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출현해 암호화폐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마당에 암호화폐의 미래를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러니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규정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아예 폐쇄하는 등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달러보다 낫다’면서 오히려 지원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일자 정부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강력한 규제에 나서면서도 거래소 폐쇄와 같은 전면 금지 대신 실명제 실시 등 부분 규제를 선택했다. 암호화폐의 미래 효용성을 무시하기 어려운데다 규제의 사슬이 자칫 암호화폐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발전 가능성까지 묶어버릴 것이라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우려를 결코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투기 열풍은 잠재우돼 블록체인 기술 발전까지 막아서는 안되겠다는 취지에서 ‘투 트랙 전략’을 택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받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을 블록으로 만들어 체인으로 연결, 이를 수많은 개인 컴퓨터에 암호화하여 분산시켜 놓은 거래장부를 말한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중앙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만 블록체인은 거래에 관여한 모든 컴퓨터가 동시에 기록을 보유한다. 따라서 거래내역을 고치려면 해킹을 통해 네트워크상의 수많은 컴퓨터의 기록을 모두 바꿔야 가능하다. 그래서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해킹으로 거액의 암호화폐를 날렸다는 뉴스가 전 세계에서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블록체인이 아니라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당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특허가 없는 오픈 소스인데다 신속하고 투명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활용 가치가 무척 크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 데이터 베이스 유지 보수와 보안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2~3일이 걸리는 국제송금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진다. 또한 사물인터넷 등 다른 신기술과 결합하면 무척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금융회사를 비롯해 유통, 해운 등 수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이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일찍 진입할수록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블록체인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투자는 리스크가 무척 크다. 내재 가치가 없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다보니 순간적으로 반토막이 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하다. 또한 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언제라도 휴지로 변해 제로가 될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 그런데도 워낙 열기가 뜨겁다 보니 암호화폐 투자로 떼돈을 벌었다는 풍문만 가슴에 와 다을 뿐 “투자로 인한 손실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니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는 정부의 당부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더구나 암호화폐는 24시간 거래가 되는데다 등락 폭에 제한이 없다 보니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중독에 빠지게 한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투자에 성공하려면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돼야 한다. 위험을 무시하면 쪽박을 찰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굳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면 쪽박을 차더라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소규모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도외시 한 채 전세자금이나 학자금 같이 목적이 있는 자금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기에 동참하다간 큰 코를 다치기 십상이다. 벌써부터 자살하는 사람까지 동장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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