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화염보호전투복 보급도 계획… 아프간 전쟁서 투입돼

▲ 9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에서 프레드 웜비어 씨(오른쪽)를 만나 위로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북한에 장기억류됐다 작년 식물인간 상태로 석방된 뒤 귀국 6일만에 사망한 고(故)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씨가 8일 방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가족 철수, 화염보호전투복 보급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웜비어 씨 방한은 미국의 북한 공격 ‘명분찾기’ 차원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미 대사관에 따르면 웜비어 씨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웜비어 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동행할 예정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웜비어 씨와 별개로 이날 오후 4시께 오산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 방한이 ‘축하 테이프 커팅’이 아닌 북한정권 만행을 국제사회에 고발하기 위함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프레드 웜비어 부부는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잔혹함을 전세계에 상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적대국에 의한 자국민 사망에 반드시 ‘조치’를 취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2001년 9.11테러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자 무려 10년간 추적한 끝에 테러를 지휘한 오사마 빈 라덴을 끝내 사살했다. 자국 기자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집단인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처형당하자 병력을 파병해 IS는 현재 궤멸 직전에 몰려 있다.


미국은 그러나 각종 전쟁에서 ‘명분’ 때문에 패배한 사례가 적지 않다. 동남아시아 내 월맹발 공산주의 확산 저지를 목표로 발발한 월남전에서는 자국 내에서의 대대적인 반전(反戰)여론 앞에 결국 철군시킬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이후 아프간·이라크전에서도 비난여론에 시달려 끝내 철군해야만 했다.


때문에 이번 웜비어 씨 방한은 북한 공격 명분찾기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반대여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IS와의 전쟁 등 사례에서 보듯 미국인들은 자국민을 살해한 세력과의 전쟁은 대체로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북한은 이르면 다음달 핵·미사일 기술을 완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미국에 대한 핵공격을 경고했다.


미국으로서는 북핵을 인정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은 뒤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중국·러시아 비호를 받는 북한에게 한국을 내주고 일본으로 물러나느냐, 괌·하와이는 물론 자국 본토까지 핵공격 위험에 노출시키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지키느냐는 두 갈래 길에 서게 된다.


한국을 포기하면 오랜 동맹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셈이 돼 현재 러시아와 대치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까지 동요할 수 있기에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즉 북한에 대한 공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핵탄두 수백~수천기를 갖춘 중러와 달리 북한 핵탄두 규모는 아직 최대로 잡아야 십수기로 추정된다. 때문에 이륙 단계에서 요격하는 항공기탑재레이저(ABL),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사드와 PAC-3, 해상발사요격미사일인 SM-3 등을 총동원하면 방어가 가능해진다.


지난 2일 NBC뉴스는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한반도 배치 미군의 가족 동반 규정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에 파견되는 미군은 조만간 가족을 동반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BC에 따르면 미군 가족 동반 금지는 약 6개월 전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직접 지시했다. 작년 10월 말에는 유사시 주한 미국인을 이송하는 비전투원후송작전(NEO)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2일 세계일보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주한미군 병력에게 화염보호(난연)전투복이 보급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신문에 “올해 내로 2만8500여 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전체병력에 난연전투복이 단계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라며 “유사시 미 본토에서 증원되는 병력도 난연전투복 지급 대상”이라고 밝혔다. 난연전투복은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력 보호를 위해 2006년부터 지급된 바 있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전혀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군 실무진이 주한미군 난연전투복 교체 추진 사실을 통보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등에 나서면서 북핵 논의는 전무해 정치권 일각에서 ‘남북 vs 미국’ 구도가 형성됐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여당은 웜비어 씨 입국, 주한미군 가족 동반 금지 검토, 난연전투복 보급 방침이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남북대화로 충분히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미북(美北) 전쟁이 올해 중에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10일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작년 11월27일~12월8일 28개국에서 16~64세 성인 2만15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국제정세 전망’ 여론조사에서 미국 응답자의 47%가 미북이 올해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33%였다.


여론조사에서 한국인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에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응답자의 66%가 전쟁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21%로 조사대상국 평균인 42%의 절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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