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 가정식 식당을 찾다 - 訪日 700만 시대 (下)
‘왜색’ 거부감, 日 가정식 시장 성장 발목… 지자체·민간 노력 이어져
기사입력 2018.02.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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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관광공사는 작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가 7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전체적으로 그렇게 (전망이) 밝지는 않은 것 같다” 국내 일본 가정식 시장 전망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경기 고양 일산 소재 가정식전문점 후쿠로우(ふくろう)의 사장 임소윤 씨는 잠시 망설인 끝에 이같이 말했다.“(메뉴가) 너무 편중됐다 그럴까, 라멘이나 이런 게 많이 들어와 있는데 그것보다 더 괜찮은 음식도 많다. 쿠시카츠(くしカツ)라든가. 야키토리(やきとり)도 있을 수 있고”실제 우리나라에서 주로 판매되는 일식 메뉴는 돈부리(どんぶり. 덮밥), 스시(すし. 초밥), 라멘, 돈까스 등 천편일률적이다. 한 가게 당 메뉴가 수십개는 족히 넘어가는 한식과 자(짜)장면·짬뽕·볶음밥에서부터 탕수육·양장피·팔보채 등 다양한 주문이 가능한 중식에 비해 메뉴 수가 너무 적다. 한두번 호기심에 찾을 수는 있지만 매 식사 때마다 먹는다면 쉽게 질릴 수밖에 없다.일식 메뉴가 다양성을 갖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유구한 세월을 우리와 함께해 온 한식이나 100년 전 한국에 정착한 중식에 비해 일식이 우리나라에 보편화되기 시작한 건 20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짧은 역사도 있겠지만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한일관계’를 가장 큰 까닭으로 꼽는다.연간 수많은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정서에는 소위 ‘왜색(倭色)’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국식 돼지갈비 요리인 폭찹(Pork Chop)을 ‘폭찹’이라 부르는데 거부감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짜)장면의 어원도 중국식 발음인 '자장몐(炸醬麵)'이다. 그러나 유독 일본요리는 우리식 발음으로 어레인지하는 경우가 잦다. 실례로 스시는 초밥으로, 돈부리는 덮밥으로 부른다.일식 도입의 짧은 역사도 한 몫 한다. 일본요리를 우리식 발음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지만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돈까스(돈가츠. とんかつ), 라면(라멘. ラーメン)은 중식과 마찬가지로 원어와 거의 유사하게 발음한다.訪日 관광객 700만 시대, ‘맛의 권리’ 외면 안돼짧은 역사는 시간이 해결해준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한다.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계의 책임 있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언제까지나 희박한 가능성에 매달리면서 작년 방일(訪日) 한국인 수가 714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나날이 급증하는 한일민간교류의 현실을, 국경을 초월한 '맛의 권리'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국민정서에 반(反)하지 않으면서 양국 음식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많은 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왔지만 명확한 답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길은 점차 닦여 나가고 있다.정부 차원에서는 양국이 대립하고 있지만 지자체, 민간단체에서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지역에서는 2014년부터 이례적으로 일본식 축제인 마츠리(祭り)가 거의 매년 열리고 있다. 부산시는 시모노세키(下關)시와 함께 주기적으로 조선통신사 재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이렇게 일본 문화를 접하게 된 시민들 사이에서는 '왜색'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일본에는 과거사를 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정치인들 외에 한국음식을 즐기고 한국을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들도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방일 한국인 700만 시대 배경에는 이같은 변화가 있다.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방송매체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송에서 일본 요리나 관련 행사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눈 가리고 아웅’하기 보다는 일본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입장이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의 ‘맛의 권리’도 보장할 수 있고, 보다 건설적인 한일관계도 지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작년에도 보면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한국인은 순위권에 들었다. 매번 일본을 갈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편하게 일본을 잠시 느끼고 싶을 때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만 있다면 (일본 가정식 시장도) 전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뷰 말미에서 임 씨는 이같이 강조했다. <끝>
[오주한 기자 ohjuhan@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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