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용 교수


2016년말부터 2017년상반기까지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촛불집회의 결과로 2017년 5월에 마침내 정권이 교체되어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였다. 예정되었던 정치적 일정이 갑자기 앞당겨지면서 정권이 바뀌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측면도 없진 않겠지만, 새로운 정부가 우리나라 농업정책에 대한 준비나 의지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앞선다. 2017년 국내 쌀값이 일시적으로 상승하여, 농가들의 생산비보전에 대해 정부의 걱정이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지 매년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더군다나 국내 쌀값이 국제시세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쌀값의 보전은 언제나 폭발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농산업에서 약 43%정도의 매출을 차지하는 축산분야의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2017년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동은 급기야 국내 산란계산업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와, 계란생산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국내 계란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계란 한판(30개)의 가격이 10,000원을 넘게 되었다. 높은 가격의 계란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미국과 태국에서 생계란을 수입하는 사태까지 오고야 말았다. 이후에 간헐적으로 살충제계란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계란소비가 급감하면서 계란 한판가격이 4,000원까지 폭락하는 사태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살충제 계란'파동으로 계란을 폐기처분하던 농장들이 다시 계란생산을 시작하면서 생산비 이상의 소비자가격이 형성되길 기대하였지만, 여전히 낮은 계란가격으로 생산농가나 유통업계는 생존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보다 정교한 정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사건이 발생하면 땜질처방식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으므로 관련산업계에 종사하는 생산자와 유통업계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국내 농축산물가격이 높아지면 수입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참으로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담당하는데, 국내에서 일정비율로 생산되지 못하는 농산물은 외국산 농산물에 휘둘릴 수 밖에 없으며, 농산물가격도 수출국의 의지대로 일방적으로 정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아랍권 전체로 들풀처럼 번졌던 '아랍의 봄' 반정부시위도 실제 국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만이 시발점이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쌀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이 이제는 매년 국민의 주식인 쌀을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쌀값의 통제력을 상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상황들을 잘 살피면서 모자라면 수입한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리고, 장기적으로 국민의 식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농산물의 일정 물량은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국내 농산업에서 또 다른 문제는 최근에 축산분야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미허가축사 적법화'와 관련된 사항이다. 정부에서는 환경부를 중심으로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가축분뇨법)에 따라 2018년 3월 24일까지 미허가축사를 적법화하지 않으면 모든 축사에 대하여 사용중지, 폐쇄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한다고 공지하였다. 그러나 축산농가들이 미허가축사를 적법화하려고 하여도, 축산업 입지규제와 관련된 법률이 총 26개나 이를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하며, 담당부처도 환경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문화재청, 산림청 등으로 분산되어 환경부의 가축분뇨법 하나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법률을 시행하기 전에 정부에서는 법의 집행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세밀히 살피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법률의 제정 및 시행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 개의 법률에 위반하였다고 경제활동을 하는 축사들을 모두 폐쇄한다는 억지를 정부에서 주장한다면, 누가 그런 법률을 따를 것이며,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 우리나라에서 일반건물을 신축할 때 건축하가를 받고, 준공검사를 마친후, 건물옥상을 더 확장하여 건축을 하였을 경우 추가건축에 대하여 불법건축물로 지목되면 불법사용기간에 따라 일정액의 벌금을 부과한 후 불법건축물을 합법화하고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법건축물도 벌금을 납부하면 합법적인 건축물로 변경해주면서 축산인들에게는 왜 이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축산농가 자체를 폐쇄한다는 독선에 사로잡혀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유독 농촌에서 힘없고 어려운 생업에 종사하는 축산인들을 보호는 해주지 못할망정 정부에서 ‘합법적인 법집행’이라는 억지논리로 정부의 부처간에 조정도 되지 못한 불완전한 법률을 국민들에게 강요한다면 합리적 정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면 국내의 다양한 현안들을 문재인정부에서는 처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가볍게 여기고 정책적 처리대상으로 여기는 정부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당국자는 잘 인식하고 정책을 펼치길 기대한다.
<서울대 식물동물생명공학부 교수>

필자 약력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양돈영양학박사
△(주)팜스코, 도드람양돈농협 사외이사역임
△현) 부경양돈농협, (주)대한사료, (주)동원팜스 기술자문
△현) 양돈수급조절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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