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 동맹국 중 유일하게 통상압박 대상 올라… 한미훈련 재개 연일 촉구

▲ 작년 9월 뉴욕 롯데팰리스 호텔에서 회동한 문재인 대통령, 아베신조 일본 총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한국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을 두고 정치권에서 ‘남북 대(對) 미국’ 구도 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북핵폐기 논의는 사실상 뒷전인 채 북한과 ‘평창 축제’ 분위기를 형성 중인 한국 정부에 미국이 사실상 제재를 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 대미(對美) 정책을 강력규탄했다. 정유섭 의원은 문 대통령이 미국 통상압박에 당당히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정신나가셨나.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고 질책했다.


그는 “미국을 어르고 달래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힘이 있어 미국과 당당결연히 대응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경제 순위에서 부동의 1위인 미국과의 경제대립은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GDP 규모(19조3621억달러)는 2~4위인 중국(11조9375억달러), 일본(4조8844억달러), 독일(3조6518억달러)를 합친 것과 거의 비슷하다. 미국과 함께 ‘G2’를 형성 중인 중국도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미국의 1년 국방예산 규모는 한국의 1년 정부예산과 거의 같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과의)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을 같이 가야 한다는 우려가 많은데 같이 가려는 노력을 왜 하지 않나. 친북정부라서 그러나”라며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겨눈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 미국 국민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겠나”라고 성토했다.


같은 당 이채익 의원도 “저희 제1야당은 이 부분을 외교참사로 바라보고 있다”며 “외교력의 부재, 친북(親北)·친중(親中)외교의 쏠림현상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우려를 반박하면서 한국당을 상대로 친일(親日)을 언급했다. 홍익표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전혀 친북정권이 아니며 한미관계도 중요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제가 자유한국당을 두고 친일정권이라고 하면 좋겠나”고 맞받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들고 관세 53% 부과 대상인 12개 철강수입국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문제에서 연일 각을 세운 일본 등은 제외되고, 현재 북한과 ‘평창 축제’를 벌이고 있는 한국만 포함돼 국제사회 기조에 역행하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이 원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혈맹(血盟)에서 ‘제재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대미, 대일(對日), 대남(對韓) 핵공격을 수차례 천명한 북한에 대한 제재 끈을 죄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낮 촬영된 북한 선적 유조선이 동중국해 해상에서 국적불상의 선박과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20일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면서 유류환적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밝혔다. 앞서 15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북핵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과의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데 재차 합의했다.


국제사회는 ‘전쟁’까지 거론하고 있다.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톰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18일 올린 트윗에 따르면 제임스 리시 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한다면 코피작전(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제한적 폭격)이 아니라 대규모로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전면전을 경고했다. 한국 외교수장인 강경화 외교장관은 회의에 불참했다. 20일 미 태평양사령부 측은 미국의소리(VOA)에 “한반도 전쟁 발발 시 한국 거주 미국인 비전투요원 탈출을 위한 전술적, 전략적 방안을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남북고위급회담 직후 북핵은 미국을 겨냥 중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이같은 북핵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가 이번 통상압박 원인임을 드러내듯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연일 한미동맹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21일 조선일보는 미국이 양국 군사채널을 통해 “한미훈련 재연기나 축소는 절대불가” “재연기 시 미군 단독으로라도 (훈련을) 하겠다” 등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군사령관은 14일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김정은이 한반도 적화통일을 목표로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며 북핵이 결국에는 한국 멸망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로열패밀리’ 비자금 관리부서인 노동당 39호실 출신의 탈북민 이정호 씨는 같은 날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한미연구소(ICAS)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최근 보이는 유화제스처는 북핵 개발 시간을 얻으려는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설득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장관이 “3월18일~4월 이전에 한미 장관이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문재인 정부는 한미훈련 재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강연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자기들의 체제선전 수단으로 쓰더라도 놔두자”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이달 14일에는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단일팀 경기장에 김정은처럼 꾸미고 북한응원단 앞에 나타난 호주 국적 남성이 강제로 경기장 밖으로 쫓겨나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우리 선수단에 대한 태극기 사용 금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응원단은 이날 강릉 아이스아레나 피겨스케이팅 경기 등에서 인공기를 단체로 펼쳤지만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북한은 북한대로 대미, 대남 공격의지를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20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지난 8일 북한 건군절 열병식에 우리 군(軍)의 탄도미사일인 ‘현무’가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도 열병식에 등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현무-2와 상당히 닮았다고 밝혔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형태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무-2 기술유출 여부를 떠나 남한을 주요타깃으로 하는 SRBM 공개 자체가 북한의 대남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미국 행정부에서 철강, 세탁기, 자동차 등 전방위 통상압박이 터져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 최대 수십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철강 가공제품 및 철강 1차 제품의 경우 수출 100만달러 당 취업유발인원은 각각 5.9명, 4.6명이다. 철강수출로 만든 직간접적 일자리는 작년 15만5천명에 달한다. 우리 철강제품의 작년 대미수출액은 32억6천만달러(약 3조5113억원)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 자동차의 작년 수출 취업유발인원은 각각 4만4천명, 63만8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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