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큰 돈을 들인 블록버스터에 자극적인 내용의 영화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아주 오랜만에 편안하게 즐기고 웃고 그저 훈훈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가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20일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영화 <제보자> 이후 4년만에 돌아온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청춘스타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가 연기 호흡을 맞춘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사전에 접한 영화정보를 통해 가졌던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영화 리뷰를 쓰면서 스포일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혜원(김태리)은 취업, 연애 등 골치 아픈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어느 겨울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혜원이 텅빈 집에 불을 밝히고 난로로 차가운 집안의 공기를 데우며 저녁을 스스로 만들어 먹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 영화 속 한 장면.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집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가족이 없다. 도시에서 살았던 혜원은 아버지의 요양차 엄마와 함께 초등학교 때 이 집에 정착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했다.


영화의 최대 사건이자 미스터리는 바로 이 엄마의 ‘부재’다. 혜원이 졸업식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엄마는 집안 곳곳에 딸에게 전하는 편지를 숨겨놓고 홀연히 집을 떠난다. 그 이후 적어도 5년 동안 이 두 모녀는 만난 적이 없다. 간간이 시골의 고모를 통해 소식을 전할 뿐 이다.


그러나 ‘과연 이 두 부녀가 과연 상봉할 수 있을까’라든가 ‘엄마가 진짜 집을 나간 이유는?’ 같은 의문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게 좋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대신에 최대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혜원이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식욕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만을 채워준다.


인간사에 있을 수 있는 갈등들은 드러나지 않는다. 간간이 웃게 되는 장면들은 혜원, 은숙(진기주), 재하(류준열)가 나누는 대화 장면이다. 은숙이 직장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 은숙이 재하를 살짝 좋아하고 있는 사실, 혜원은 서울로 언제 돌아갈까 등등 심각할 수 있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대사로 농담하듯 서로 대화를 이어간다.


이 영화는 언제든 부담 없이 꺼내보고 추억할 수 있는 사진첩 같은 영화다. 아픈 구석을 또다시 찌르는 일 없는 추억들만 가득한 사진첩 말이다.


▲ 영화 속 한 장면.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시사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임순례 감독은 “내가 잘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 대신에 편안히 이 영화를 보고 힐링을 조금이라도 얻어 갔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연출 의도를 말했다.


이어 임 감독은 “우리들이 도시에서 사는 방식들이 너무 비슷하지 않나. 아침 일찍 나갔다다 밤늦게 들어오고. 지하철 사람들 얼굴을 보면 피곤해 보였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활을 환기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100% 자연주의 영화 <리틀포레스트> 4계절을 실제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계절별로 크랭크인 했다가 크랭크업 하는 과정을 4번이나 거쳤다. 마치 농사를 짓듯이. 실제로 임순례 감독은 10년 이상 귀농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에서 세 친구 혜원, 은숙, 재하의 조화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진짜 친구들처럼 어색함이 없어야 자연주의 영화와 어울리기 때문이다.


세 명의 연기 호흡에 대해 진기주는 “처음에 실제로 친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게 잘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도 현장에 나온 이 세 사람은 친해보였다는 것은 기자의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류준열은 “실제로 숙소 생활을 하면서 다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면서 친해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리는 “시골에서 함께 자란 소꿉친구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두 분다 모두 자연 친화적이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세 명의 연기 호흡을 만족했다.


영화는 동명의 일본의 원작 만화와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임 감독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도록 각색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가령, 원작에서 엄마가 훨씬 전에 집을 떠나는데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 시점을 수능을 마친 후로 바꾸거나 ‘여자 혼자 치안이 보장되지 않은 시골에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관객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근처에 고모가 살고 동네 주민들이 닭도 잡아다 주는 장면들을 넣었다.


이렇게 잘 차려놓은 영화가 완성됐으니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아무런 의심 없이 편안하게 감상만 하면 되는 것이다. 47회차 촬영을 모두 소화한 김태리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혜원이는 나름의 답을 찾았던 것 같다. 고향은 ‘답이 중요하지 않은 곳’이고 ‘순수하게 결과만 있는 곳’”이라고 진짜 시골 청년 같은 생각을 털어놨다.


영화는 오는 2월 28일 개봉한다.


▲ 영화 속 한 장면. 배우 문소리가 극중 혜원(김태리)의 엄마로 출연했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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