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겹눈’ 곤충, 미식(美食)과는 거리 멀어… ‘가공’ 등 극복 노력 한창

▲ 2015년 한국민속촌이 주최한 ‘굼벵이 대축제’ 포스터. 캐릭터화 등 식용곤충에 대한 혐오감 줄이기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중의 반응은 아직 소원하기만 하다(사진=한국민속촌 홈페이지).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현재 각 지자체에서는 식용곤충 산업 육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26일 곤충 생산·가공·유통 등을 지원하는 ‘곤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경북 예천군 곤충연구소는 이날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곤충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


전북 장수군도 곤충산업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농업기술원은 22일 ‘학교교사 대상 식용곤충 팸투어’를 개최하고 충식(蟲食)에 대한 인식개선 등에 나섰다. 경기 양주시는 20일부터 제5기 곤충창업사관학교 교육생을 모집 중이다.


충식 대중화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곤충의 ‘생김새’다. 털이 난 몸통에 여러 개의 다리가 나 있고 겹눈을 한 곤충의 겉모양은 미식(美食)과는 거리가 멀다. 성충뿐 아니라 통통한 몸매로 꾸물거리면서 기어다니는 유충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시장은 충식 대중화의 가장 큰 숙제로 ‘가공’을 꼽고 있다.


미국의 식품기업 엑소(EXO)는 귀뚜라미를 말려서 낸 가루로 만든 에너지바를 생산해 판해 중이다. 이 에너지바 1개에는 35마리의 귀뚜라미가 들어간다. 가루를 내어 만들었기에 언뜻 보면 바퀴벌레와 구분이 어려운 귀뚜라미의 외견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가공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곤충산업 중심지인 예천군은 갈색거저리 유충인 밀웜(고소애)을 이용한 쿠키, 떡, 빵, 순대를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다수 시식회에 참가한 시민들 중 많은 수가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민간에서도 곤충요리 대중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1975년부터 곤충요리에 매진해 ‘국내 1호 곤충요리연구가’로 알려진 송혜영 씨는 ‘매미선태튀김’ 등 메뉴를 개발했다. 선태는 매미 유충이 성충이 되기 전 나무 위로 올라가 벗는 허물이다.


▲ 작년 지방에서 열린 한 시식회에서 식용곤충을 살피고 있는 어린이들.


蟲食 시장, 성장추세이지만 대중화는 ‘아직’… ‘先 마케팅’ 목소리도


지자체와 민간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곤충요리에 대한 인식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곤충산업 성장도 순항 중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12년 383곳에 불과하던 곤충농장은 2016년 1261곳으로 4년만에 3배 가량 증가했다. 연구원은 2015년 140억원 수준이었던 식용곤충 시장이 2020년에는 1천236억원으로 약 9배 가량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누에번데기,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굼벵이), 밀웜, 메뚜기, 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백강잠(白殭蠶. 흰가루병에 걸려 죽은 누에) 등 7가지를 식품원료로 인정해 이같은 식용곤충 산업 성장을 도왔다.


식용곤충 창업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 나설 수 있어 청년층이 몰리고 있다. 약 60평 규모의 사육사를 짓고 건조기 등 장비를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은 1억~1억5000만원이다.


식용곤충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건 굼벵이다. 말린 굼벵이는 1kg 기준으로 수십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예전에는 흔했던 메뚜기도 지금은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농가는 매년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시장이 성장추세에 놓여 있긴 하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근래 갑자기 많은 농가가 식용곤충 산업에 뛰어들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농가 대부분(66%)이 영세한 데다 판로확보에 실패해 폐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직은 충식에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아 대기업도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관련 전문가들은 식용곤충 ‘가공’에 앞서 ‘마케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우를 벌레 취급하며 꺼렸던 일부 몽골부족이 지금은 새우를 거리낌없이 섭취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며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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