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위원의 부적절한 처신, MB에게 고스란히 돌아가

<정우택 논설위원>
이명박 당선인의 얼굴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들이 툭하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구설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자신의 이익은 뒤로 밀어 놓고 이명박 당선인을 돕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일부 인수위원들이 이 당선자를 욕먹이고 있는 것이다.

'욕을 먹인다'고 하기보다 차라리 이 당선자의 얼굴에 '똥이나 뿌리고 다닌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일부 인수위원의 잘못은 해당 인수위원 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명박 당선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오늘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인수위 부동산 정책 담당 자문위원인 고종완씨가 시간당 100만원을 받고 부동산 투자 자문을 해오다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고씨는 부동산투자자문회사 RE멤버스 대표다.

고씨는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후에도 부동산 컨설팅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하다 1차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고씨는 계속해서 고액 투자자문을 하다 해촉됐다. 고씨는 전화 상담을 할 경우 30분에 50만원, 방문 상담은 시간당 1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고씨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농지나 그린벨트 등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거나 아파트의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는 등 실용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미리 언급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안정을 위해 힘써야 할 자문위원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다닌 것이다.

사실 고씨는 언론을 많이 타고 있다. 기자들은 부동산 기사를 쓸 때면 의례 고씨의 코멘트를 딴다. 고씨는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다. 인수위원이면서 거액을 받고 부동산 상담을 해줄 정도로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을 언론에 등장시키는 기자들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인수위원들의 실망스런 행동은 이뿐이 아니다. 농림부에서 파견된 P 모 인수위원은 농촌진흥청 차장인 U 모씨에게 '농진청이 이렇게 나가면 벼랑 끝에 몰일 줄 알라'는 내용의 협박성 전화를 했다는 보도다.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농림부 산하 기관에 대한 군기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얼마 전에는 문화부에서 파견됐던 P 모 인수위원이 언론사 간부에 대한 신상파악을 하다 들통나 큰 문제가 된 일이 있다. P 국장은 언론사 간부의 고향부터 학교, 경력, 성향, 최근 활동까지 이 잡듯이 파악해 결국 인수위에서 해촉되고 말았다.

이 정보면 그래도 봐줄만 하다. 돈에 눈먼 사람이 똥 오줌 못가리고 돈을 챙기고, 문화부나 농림부의 국장이 인수위원이 되면서 간덩이가 부은 것처럼 행동한 것은 '의욕' 때문이라고 봐줄 수 있다.

하지만 봐주기 힘든 게 있다. 인수위가 이명박 당선자에게 보고한 정부 조직개편 내용이 보고가 끝나자마자 언론에 보도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또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대선 전날 평양을 방문하고 그쪽 당사자들과 나눈 얘기도 인수위에 보고됐고 바로 언론에 나왔다.

인수위가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은 모두 열거할 수가 없다. 위에 있는 것들은 인수위원 가운데 좀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행동일 뿐이다. 이동통신 요금 등 실현성도 따져보지 않고 우선 말부터 해놓은 것은 얼마나 많은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 것들 말이다.

이번 일로 인수위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해서도 안 된다. 문제를 일의키는 것은 개인의 일리기 때문이다. 비록 그렇더라도 인수위 한 사람 한 사람은 '내 얼굴이 이명박 당선자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또 '내 실수로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이명박 당선인이 똥을 한 바가지씩 뒤짚어 쓴다'고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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