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 때문에 환경파괴” “왜 우리만 책임져야 하나” 갈등 고조

▲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해성 여부 논란이 발생한 납 봉돌.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낚시부담금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 정책실패 또는 국민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강행에 따른 국고손실을 700만 낚시인들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반론도 만만치않다. 희생이 아닌 훼손된 자연복구를 위한 낚시인들의 의무라는 것이다.


낚시부담금 제도 찬성 측은 소모품인 납 봉돌(추)의 유해성, 낚시면허제를 시행 중인 미국의 사례 등을 이유로 제도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일부 주요언론은 납 봉돌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지난 2012년 KBS 환경스페셜 3부작 ‘바다와 인간’은 대부분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봉돌이 납으로 만들어져 어류, 해안가 조류 등에 치명적 납중독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경희대 연구팀 연구결과를 인용해 납 오염이 심한 시화호 서식 수리부엉이의 먹이 속 납 농도가 2.16ppm으로 파주, 강화지역 먹이의 납 농도에 비해 5.5배 높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등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납 봉돌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낚시면허제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로 환경복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낚시인들이 오염시킨 자연을 낚시인들의 세금으로 바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은 납 봉돌 유해성을 인정하고 규제에 나섰다. 올해 2월 목포해양경찰서는 납 함유 허용치를 10배 초과 한 납 봉돌을 시중에 유통시킨 제조업체 2곳을 적발해 입건하기도 했다. 현행 낚시관리 및 육성법은 봉돌의 납 허용기준을 1kg 당 90mg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납 봉돌 유해성 논란은 자연스럽게 낚시부담금 제도 도입 목소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납 봉돌이 자연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왔다. 주인공은 다름아닌 미국 환경보호국(EPA)이다. 지난 2012년 초 현지 환경단체들은 모든 낚시장비에서의 전면적 납 사용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하자 EPA 측은 당해 2월14일 이를 기각했다.


EPA는 “청원인들이 제기한 위험이 유해물질통제법 6항에 따라 연방차원의 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상당한 위험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앞서 다수 환경학자들도 납이 물새 등의 개체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전미낚시스포츠협회(APA) 측은 “조류 개체수는 해안선 개발, 폐기물, 다른 오염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같은 더 실질적인 위협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며 낚시인들에게만 환경파괴 책임을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지나친 낚시규제는 미국 내 6천만 낚시인들이 만들어내는 1백만명 이상의 일자리, 450억달러 이상의 소매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론 앞에 우리나라 환경단체들은 또다른 반론을 제기했다. 납 봉돌의 유해성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일부 낚시인들이 버리는 각종 쓰레기로 인한 피해를 감안해서라도 낚시부담금은 한국에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낚시부담금 찬반 청원이 이어지고 있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1만여명 참여 靑 청원도 등장… 정부 해법은?


낚시부담금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양측 간 이견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낚시인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한 곳인 ‘인터넷바다낚시’에 오른 한 게시물 댓글에서 반대 측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필명 ‘고라파덕’은 “이제부턴 자전거면허제, 골프면허제, 스키면허제, 보드면허제, 등산면허제 등 숨쉬는 것도 면허가 필요할 듯 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레저활동들은 제쳐두고 유독 낚시에만 부담금을 물리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블랙홀’은 “담배와 낚시는 영세민들이 그나마 각박하고 팍팍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 내일을 위한 충전수단인데 그것까지 돈내라하면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나”라고 호소했다. ‘어신김OO’는 “국내에서 시행되면 똥파리가 많아서 헛돈 낭비같이 보이는 건 저뿐이 아닐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달 7일에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낚시부담금 검토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오르기도 했다. 청원인은 “오히려 낚시인은 작은 사이즈의 고기는 방생이라도 한다”며 “제도 시행 시 낚시인이 줄어 낚싯배, 낚시점들은 경영이 힘들어질테고 그럼 폐업까지 갈 수 있다. 폐업하면 실직자도 늘어날테니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과 정반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산자원 회복은 커녕 도리어 일자리 감소만 야기할 것이라는 게 청원인 주장이다. 오는 9일 끝나는 해당청원에는 지금까지 717명이 참여했다. 다른 청원인은 “과연 수산자원 감소 및 환경파괴가 낚시인 때문인가”라며 뻥치기(기계로 수면을 때려 집어(集魚)하는 불법행위) 조업 금지, 감성돔 금어기 설정 등을 요구했다. 22일 끝나는 이 청원에는 현재 4천833명이 참여했다. 7일 끝난 다른 반대청원에서는 1만1609명이 참여했다.


낚시부담금 시행 찬성 청원도 올랐다. 작년 10월21일 마감된 한 청원에서 청원인은 “저수지와 강의 오염으로 인근 농업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물론 낚시가 금지된 국립공원, 수원지 같은 곳이 훼손되어 불특정다수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대립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낚시부담금 제도 검토가 국민분열을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는 형편이다. 야심차게 낚시부담금 카드를 꺼내들었던 정부가 발표를 연기하면서 한발 물러선 가운데 향후 정부가 내놓을 입장이 또 어떠한 파장을 야기할지 주목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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