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간 갈등’ ‘범법행위’ ‘저조한 실적’ 등 문제점 여전

▲ 작년 경남 거제 진해만에서 잡힌 대구를 들어보이고 있는 어민.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어획량 감소 여파로 저조한 판매성적을 보이고 있는 대구 유통 활성화를 위해 당국은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달 8일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대구 치어 600만 마리를 고성 앞바다에 방류했다. 지난달 6~7일에는 부산 수산자원연구소가 350만 마리를 강서구, 기장 앞바다에 방류했다. 같은달 5일에는 경남도 수산자원연구소가 거제, 통영 연안에 600만 마리를 방류했다.


인공종자 생산도 활발하다. 박영식 부산수산자원연구소 소장에 의하면 가덕도 등지에서 잡은 대구 성체를 인공 수정·부화시켜 치어를 생산한다. 대구는 성장이 빨라 1년에 20cm씩 자라기에 3~4년이면 성체가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구 어획량은 증가추세에 있다. 1980년대 어획량 급감으로 ‘금대구’라는 별칭이 붙었던 대구는 1990년 조업량 487톤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으나 2000년대 들어 1천톤대를 회복하고 2014년 9940톤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어획량 증가로 이번에는 당국의 개체수 회복 전쟁이 아닌 금어기를 둘러싼 어민 간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당초 부산, 울산, 경남 금어기는 1월이고 나머지 지역은 3월이었으나 2015년 울산 어민들이 해양수산부에 1월 조업 허가를 요청한 결과 해수부는 울산 금어기를 3월로 조정했다. 이에 부산시와 어민들이 항의하면서 울산과 대립하게 됐다.


부산 어민들은 “대구는 겨울이 제철이라 (1월이) 어획량, 수요가 가장 많을 때인데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울산 어선은 대구를 잡아도 되고 부산 어선은 단속대상이 된다”며 “일부 부산 어민들은 대구를 잡아 해상에서 울산 어민들에게 팔아넘기기도 한다. 결국 정부가 불법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 어민들은 심지어 금어기 해제 또는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경남도는 한달 가량인 금어기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면 어민소득이 24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에 기간 축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환경보호단체, 전문가들은 이 경우 대구 어획량이 다시 80년대로 돌아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같은 혼란 속에 범법행위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1월17일 경남 창원해경은 금어기에 불법포획한 대구를 판매목적으로 넘겨받은 활어 운반차량 운전자 B(57)씨를 수산자원관리법 위반혐의로 검거했다.


▲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대구 치어들.


개체수 회복조차 성공 못한 ‘멸종위기’ 명태


그나마 개체수 회복에는 성공한 대구와 달리 대구목 대구과의 어류로 대구의 사촌격인 명태는 아직 자원회복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어국, 코다리찜, 동태찌개, 황태구이, 노가리, 명란젓 등 다양한 요리로 재탄생하는 명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10만톤 이상의 어획량을 기록했던 한반도 대표생선이었다. 그러나 2008년 정부 공식 통계상 어획량이 ‘0’으로 기록되면서 사실상 멸종상태가 됐다.


개체수 급감 원인으로는 무분별한 남획이 꼽혔다. 국립수산과학원에 의하면 1975~1997년 동해안에서 낚인 명태 중 91%가 길이 30cm 미만의 치어다. 이 명태 치어는 술안주로 쓰이는 노가리로 가공됐다.


국내 어선들의 남획뿐만 아니라 지금도 한반도 수역을 점령 중인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어선들은 그물코가 매우 촘촘해 멸치도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의 그물들을 이용해 해저 바닥까지 싹쓸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위기를 느낀 정부는 2014년에야 뒤늦게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자원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종묘생산이 가능한 명태 성체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도매금의 10배에 달하는 20만원을 주겠다고 내걸었다. 작년 12월에는 치어 15만 마리를 동해에 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2014년 명태 치어생산에 성공했지만 60일만에 모두 폐사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15년 성공하고 이듬해 10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확보했지만 유통량은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중에 풀린 명태 중 90%는 러시아산, 나머지도 대부분 수입산이다.


이같은 희귀성 때문에 올해 2월에는 독도 인근에서 잡힌 명태 한마리가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다. 강원 고성군에서는 매년 10월 통일고성명태축제가 열리지만 국내 생산량이 매우 적은 탓에 러시아산 명태로 축제를 벌이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입산으로 근근히 명태를 국민 식탁에 올리고 있지만 적지 않은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해수부가 19일 발표한 ‘2017년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태 소비자가격의 60% 이상을 유통업자들이 챙기고 있다. 소비자가격이 1000원이라고 할 경우 유통업자가 663원을 챙긴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냉동, 포장, 운반에 드는 비용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명태 양식이 확대될 경우 유통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며 “명태 양식이 아직 상업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구목 대구과 어류를 둘러싼 화약고가 곳곳에 존재하는 가운데 여론의 화살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역대 정부로 향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어민과 소비자들은 ‘대구전쟁’의 종전을 맞이할지, 아니면 도리어 확전이 야기될지 주목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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