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론 관련 규제가 성장 저해하는 요소

▲지난 달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드론이 출현해 '수호랑'과 하트 꼴을 라이브로 장식했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지난 2월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빛나는 드론들을 기억할 것이다. 수없이 많은 드론들이 보여준 화려한 쇼는 지금까지 이룩한 4차 산업혁명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와닿는 과학기술의 발전이였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드론 기술을 먼저 개발한 선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들에게 뒤처지거나 추월당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번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꾸민 드론은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인텔사의 모델 슈팅스타로 알려졌다.
류봉균 에피사이언스 대표는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공동 주최로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자율비행 드론 포럼’에서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주목받은 인텔 슈팅스타의 군집드론 비행기술은 사실 우리나라 드론 기업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 회사와 드로젠이 지난 2014년부터 비행 테스트를 해왔다”며 “각종 규제에다 투자가 뒤따르지 않아 우리 드론 기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다”고 언급 한 적 있다.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국내 기업이 선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은 우리에게 안타까운 실정이다.
비슷한 일례가 하나 뿐이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역시 자체 예산으로 2013년 실내 군집드론 기술을 개발했고 2016년에는 인텔과 같은 실외 군집드론 기술을 확보했다. 드론 택시의 핵심 기술인 수직이착륙도 우리나라가 2012년 세계 두 번째로 확보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상용화에 실패했다.
소방화재에 이용할 수 있는 소방용 드론 역시 즉시 소방에 활용할 수 없다. 화재는 신속환 대응과 초동진화가 우선이지만 정작 불이 나도 이용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재해·재난 발생시 소방용 드론 비행 및 촬영은 비행제한 공역 및 일정 고도 이상 공역(150m이상,약 건물 40층 높이)에서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1월 22일 평가한 드론을 접목해 받을수 있는 영향력 그래프. 40점 만점으로 평가 되었으며 2017년 12월 기준으로 사진과 비디오 관련사업이 29점으로 가장 높다. (자료제공=카운터포인트리서치, counterpointresearch)

국내 실정과는 반대로 정작 세계드론 시장은 드론기술의 성장과 함께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1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드론시장의 규모는 산업용 드론의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45% 증가하고 2020년은 현재 3배 규모인 7억달러(약 한화7477억원)까지 성장 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드론 산업이 활성화 되려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성이 확보해야 하는데 규제에 발목이 붙잡혀 저변 확대가 늦어지고 시장 성장지체로 투자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머물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신동윤 특허법인 ‘무한’ 변리사는 “고층건물이 있는 지역이라도 학교 운동장이나 공터 등에서 드론을 띄우면 사생활 침해와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하지만 현재 도심지역은 일부 강변을 제외하면 비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일괄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 부처의 발빠른 대응이 아쉽다는 시각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드론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위해 ‘드론 특별 비행승인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 제도는 그간 금지 됐던 야간 시간대 육안거리 밖 비행을 사례별로 검토·허용하는 제도로써 국토부에서 신청을 접수하고 난 후 90일 이내 적합성을 검증받은뒤 승인서를 발급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행사 단 한건을 제외하고 ‘특별 승인’이 이뤄진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국내 항공안전법상 드론 비행의 관련된 규제는 크게 금지 구역이 많고 조건이 까다롭다고 평가된다. 앞서 언급한 고도 150m 이상과 공항 주변(관제권), 행사장 등 인구가 밀집된 지역, 야간비행(일몰후와 일출전), 가시권 밖 비행 등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나 미국 행정부에 파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과는 많은 대비가 있다. 중국의 IT기업들이 적극적인 드론 활용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네거티브 규제'(원칙적 허용, 예외 규제) 덕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드론 운용주체가 연방항공국(FAA)검사 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드론 산업에 긍정적으로 나서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반영해 국토부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인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 그리고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일정 기간 규제에 대해 면제해주거나 또는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 혁신 토론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규제혁신 방향과 과제에 대해 발표한 적 있다.
발표된 드론 관련 요지는 샌드박스 구역 내에서 각종 규제나 인·허가를 일괄의제하는 등 규제부담이 대폭 완화된 자유로운 시험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완구류급 드론은 고도제한이나 제한구역 비행금지 등 필수사항 외 규제를 풀고, 고성능 드론은 안전성 인증, 조종자격 및 보험 등 안전관리가 강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가 얼마나 빨리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정책으로 확정,시행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형 드론 교통관리 체계인 K-드론시스템을 개발해 미래 무인항공 시대를 선도하겠다”며 “K-드론시스템은 2021년까지 개발완료하고 2022년부터 실증을 통해 활용영역을 확대하고 고도화해 드론택배·무인항공택시 등 활용이 예상되는 미래 무인항공시대에 핵심인프라로 활약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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