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도 ‘대통령 개헌안 반대’ 입장 표명… 바른미래 “5월24일까지 與野 개헌안 마련해야”

▲ 26일 해외순방 중 전자결재로 개헌안을 전격발의한 문재인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전격발의했다. 정의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UAE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개헌안을 발의했다. 문 대통령은 “왜 대통령이 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헌법개정안을 발의하는지 의아해하실 수 있다”며 “1년이 넘도록 국회 개헌발의는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따라서 지금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지 않으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헌과 지방선거 동시추진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라며 “국민세금을 아끼는 길이다. 이번 선거 때 개헌하면 다음부터는 대선과 지방선거의 시기를 일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에 의해 저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대통령 권한을 국민과 지방과 국회에 내어놓을 뿐”이라며 “제게는 부담만 생길 뿐이지만 더 나은 헌법,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나은 정치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네 번째 독재 대통령”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자고 개헌을 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이 점점 더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간다”고 성토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와 상의하지 않은 대통령의 일방적 개헌안 발의”라며 “해방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 독재 대통령이 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규탄했다.


문민정부 출범 후 이뤄지지 않았던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문 대통령이 밀어붙인다는 지적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1972년 유신헌법 등이 발의된 바 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정치체제 개혁을 명분으로 개헌안을 작성해 국민투표로 확정하도록 지시했다.


홍 대표는 “이번 헌법개정쇼는 앞으로 관제언론을 통해 좌파 시민들과 함께 합세해 대한민국을 혼돈으로 몰고갈 것”이라며 “한국당은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폭주를 막는 국민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개헌안을 놓고 반나절 심사 후 의결을 거쳐 국회로 던지다니 법률안이나 대통령령을 바꾸더라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판이다. 개헌을 얼마나 가볍고 우습게 여기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며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자고 개헌을 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이 점점 더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 간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 과정에서 국회, 정당 어디와도 협의하거나 전혀 협력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는 처리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겁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개헌안은 국무회의 난상토론을 거쳐 확정, 발의돼야 하는데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내용을 민정수석이 발표하고 시리즈로 홍보쇼를 했다”며 “개헌안 자체가 위헌이어서 국회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이 개헌을 주도하면서 국무위원은 거수기, 국무회의는 요식행위가 되고 있다”며 “이는 청와대의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보살핌), 무소불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현 대통령제 청산 필요성, 당위성만 재차 확인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여당과 연대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민주평화당도 대통령 개헌안을 맹비난했다. 조배숙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수차례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중지해 달라고 했지만 대통령은 귀를 막고 있다”며 “통과되지 못할 개헌안을 기어코 발의할 모양”이라고 국회 부결을 경고했다.


정의당은 일단 환영입장을 내놨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촛불혁명으로 촉발된 개헌 당위서에 비춰볼 때 오늘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충분히 명분 있는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다만 심상정 의원은 앞서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개헌안 발의가 아니라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제안해달라”며 “대통령 발의가 이뤄지면 결국 국회에서 부결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피력한 바 있어 정의당 내 찬반이 엇갈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심 의원은 19일에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국당이 동의할 시 개헌시기를 연기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개헌안은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발의가 아니라 광장에서 헌정질서를 지켜낸 촛불시민의 명령이고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라며 “정치권은 촛불혁명의 국민 주권을 최종적으로 헌법에 담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의결시한은 오는 5월24일까지다. 헌법 130조 1항은 국회가 개헌안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개헌안 공고일 20일도 포함된다. 의결 조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의결 시 국민투표 공고시한은 5월25일이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개헌안이 부결되면 극심한 국론분열과 갈등, 국정혼란이 야기되고 지방선거 공정성을 크게 해치는 결과가 일어난다”며 “여야 대표는 5월24일 전까지 개헌안을 확정짓는 등 로드맵을 제시해 대통령이 개헌안을 자진철회하게 해야 한다”고 야당에 당부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대통령 개헌안 국회 부결시 정부·여당이 야당에 대한 ‘반(反)개헌 세력’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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