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에 이해욱 부회장 대표이사 해임⋯오너의 진정성 있는 사과 없는 경영 쇄신 무의미

▲ 지난 2016년 3월 25일 이해욱 부회장이 운전시가 폭행 관련 공개사과를 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대림산업은 최근 발생한 전·현직 임직원 11명 무더기 형사입건 사태 이후 창업주 이재준 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림산업은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해욱 부회장을 비롯해 기존 김재율, 강영국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김상우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과 박상신 주택사업본부 본부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창업주 일가 경영시대가 막을 내리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 1월 일감몰아주기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등의 내용을 포함한 쇄신안을 발표했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연이어 전·현직 임원들의 충격적인 갑질 행태가 드러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된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1984년부터 2015년까지 33년 동안 오직 대림산업에서만 하청일을 해온 한수건설의 박수웅 대표가 출연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갑질을 폭로했다. 대림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금품 요구는 오랫동안의 관행처럼 이어져 최근 사태에 이른 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몹쓸 관행은 대림산업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전체가 비슷비슷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고도성장기와 궤적을 같이 하며 성장해온 대림산업은 우리나라 압축 성장 과정에서 나온 적폐를 그대로 안고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이재준 이준용 씨가 보여준 선행은 그렇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투명성, 정식, 신뢰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고 이번 문재인 정부 하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고 있었던 적폐들이 튕겨 나오는 상황이다.


이해욱 부회장의 불명예 퇴진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32% 확보하면서 아버지 이준용 명예회장에 이은 두 번째 최대주주로 지위를 확고히 하고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편법 승계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 부회장은 2016년 4월경 커다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냈었다. 회사를 잘 이끌어 훌륭한 경영 성과를 냈거나 기부와 같은 모범사례를 통해서가 아니라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갑질 때문이었다.


이 부회장은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자신의 개인 운전기사 2명을 수차례 때린 협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전직 운전기사들이 언론을 통해 이 부회장이 상습 폭언과 폭행이 시달렸다고 폭로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부회장은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용서를 구한다”며 공개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검찰 조사 결과, 폭행 사실이 인정됐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을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에도 재벌 오너들의 크고 작은 사건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던 차였다.


최근 한수건설 사태를 비롯한 대림산업의 갑질 파문으로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대표이사 해임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게 대림산업의 설명이다.


오너의 도덕성 높이고 관행·관습 등 오래된 적폐부터 끊어야!


▲ 대림산업 경영 쇄신한 흐름도.


지난 1월 발표한 경영 쇄신안에 따라, 이사회에 좀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위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계속 경영일선에 참여하면서 2선에서 신사업 발굴, 그룹 비전 구축, 인재확보 등에 간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오너의 도덕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 부회장은 그런 점에서 약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 이번 대표이사 해임을 두고 문책성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대림사업 측은 단지 경영 쇄신안에 따른 조치일 뿐 문책성을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오너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빠졌다는 얘기다. 최근의 전·현직 임원들의 갑질 파문이 있던 직후에도 이해욱 부회장이 아니라 강영국 전 대표이사가 나서 공개 사과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기의 기업총수는 기업과 종사자들의 미래가 걸린 큰 그림으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시대를 보는 예리한 판단력과 더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대림이 내놓은 경영 쇄신안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현행 순환출자고리 해소 △대주주 일가 지분 정리 △내부거래위원회 신설 등이다.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대기업들 마다 내놓은 혁신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것조차 그동안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아쉬운 것은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의지와 스스로 갖춰야 하는 오너의 도덕성이 없지 않으면 오랫동안 뿌리 깊이 박혀있던 적폐의 근원을 파내기는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적폐는 그만큼 뿌리가 깊게 단단히 박혀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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