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들과 만난 이주열 총재 (사진= 권규홍 기자)

▲ 이주열 총재가 취임2기에 들어갔다.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2일, 이주열 한은총재는 한국은행 태평로 본관에서 취임사를 하고 한국은행 총재 2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25대 총재로 취임하며 4년간 한국은행을 이끌어왔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극히 이례적으로 총재직에 연임하게 되었다. 김성환 전 총재가 2번 연임한 1978년 이후 두번째다.


이 총재는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가졌는데 채택 보고서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이후 청와대는 이 총재의 연임을 재가하며 취임2기를 맞이했다.


이 총재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최근 국내외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 보다 크고 구조적 문제도 산적해 있으므로 임직원 모두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의 정책운영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통화정책은 경기회복의 동력을 살려가면서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 누증, 자본유출 가능성 등 금융시스템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통화정책의 효율적 운영에 힘쓰는 가운데 경제현안 전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으며 긴 안목에서 볼 때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해 나가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조사연구를 통해 경제현안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여 정책당국에 부단히 제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부경영과 관련해서는 "이전 4년간 ‘안정’을 우선하였다면 앞으로의 4년은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어 생산성을 높여 나가며 업무처리 및 의사결정체계를 효율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경제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으므로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각오로 자세를 가다듬어 각자의 소임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취임식을 마친 뒤 이 총재는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청문회때 지적 받았던 여러 질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소신이 없는 자세를 취한다는 질문에 "(당시 박근혜 정부)경제 정책과 불협화음이 날것을 우려했으며, 이것이 금융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도있다고 생각하였고, 경제 현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외부에 그렇게 비춰졌을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전했다.


<취임사 전문>
친애하는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오늘 저는 한국은행 총재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저 개인의 큰 영광일 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별도 행사 없이 새 임기를 시작하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이러한 의미를 여러분과 함께 되새기고 각오를 새롭게 하고자 조촐하나마 취임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먼저 지난 4년간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통화정책 수립과 운용에 최선을 다해주신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님들과 맡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 준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최근 국내외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 보다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미 금년 들어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따라 전세계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요동친 바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소득불균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가계부채 누증과 같은 구조적 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모두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들입니다.
이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의 정책운영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제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기회복의 동력을 살려가면서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되, 실물경제나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 누증, 자본유출 가능성 등 금융시스템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예측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중기적 시계에서 통화정책 운영방향을 구상하고 시장과 소통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결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통화정책의 효율적 운영에 힘쓰는 가운데 경제현안 전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당면 리스크에 대한 단기적인 정책대응이 물론 중요하지만, 긴 안목에서 볼 때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해 나가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하겠습니다. 심도있는 조사연구를 통해 경제현안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여 정책당국에 부단히 제언해야 하겠습니다.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책 운영체계나 수단을 재검토해야 하겠습니다. 성장과 물가 간의 관계 변화, 금융안정에 관한 중앙은행 역할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물가안정목표제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기준금리 운용의 폭이 종전보다 협소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여력 확보를 위한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핀테크, 블록체인 등 신기술 발전으로 인한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기술혁신이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기회와 편의를 가져다 주지만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야기하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혁신이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국제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4년 전 첫 임기를 시작하면서 곧바로 「경영개선 T/F」를 발족하여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도모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직원들의 성취도를 높이고 조직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 왔습니다만, 여전히 미흡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조직운영에 있어 이전 4년간 ‘안정’을 우선하였다면 앞으로의 4년은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이를 위해 내부경영과 관련된 여러 제도와 관행을 오늘의 관점에서 재평가하여 지켜야 할 것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되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겠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업무수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어 생산성을 높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불필요한 절차나 관행으로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권한의 하부위임, 보고절차 간소화, 부서간 업무중복 최소화 등으로 업무처리 및 의사결정체계를 효율화하겠습니다. 이는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거두려면 조직 내 상하간‧동료간‧부서간 원활한 소통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객관적인 업적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인사관리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지금과 같이 대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겠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러한 국민적 여망에 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임직원 모두 새로운 각오로 자세를 가다듬어 각자의 소임을 수행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바깥으로부터의 건전한 비판이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개방적 자세를 갖추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차 강조합니다만 우리는 동질적 사고에 따른 발전지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보다 진취적인 자세로 업무를 수행함은 물론 조직 구성의 다양성을 높여 나가야 하는 당위성도 이에 연유합니다.
우리의 비전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중앙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운영 뿐 아니라 도덕성 측면에서도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할 것입니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중앙은행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업무수행에 있어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는 데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 모두 중앙은행 직원으로서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적극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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