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차원의 노력은 많지만 정보 부족...정부기관의 거시적 대처 미미…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국내 미세먼지의 현실…WHO,OECD등 국제기구 기준 ‘심각’
개인 차원 대책은 고작 ‘마스크’ ‘공기청정기’
정확한 미세먼지 예방 정보 턱없이 부족…
정부의 발빠른 대처와 관련 법규·규제 필요
▲ 중국발 황사 등 영향으로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심이 미세먼지로 뒤덮여 뿌옇게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가 극성인 지난주와 대조적으로 4월 첫째주 대부분의 지자체가 미세먼지 경계단계가 ‘좋음’에서 ‘보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언제 바뀌어 미세먼지가 또 엄습할지 몰라 여전히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μm)보다 작고 2.5μm보다 큰 입자’를 미세먼지라고 부르며 주로 도로변이나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한다. 지름이 2.5μm 이하의 입자는 초미세먼지라고 하며 담배를 피우거나 연료 연소 시에 생성된다. 통상적으로 미세먼지의 입자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라는 명칭이 쓰이지만 정부와 학계는 미세먼지로 명칭을 통일해 PM10과 PM2.5처럼 구체적으로 구분한다.
문제는 미세먼지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코와 기도를 거쳐 기도 깊숙한 폐포에 도달할 수 있으며 크기가 작을수록 폐포를 직접 통과해서 혈액을 통해 전신적인 순환을 할 수 있다. 급성 노출 시에는 기도의 자극으로 인한 기침과 호흡 곤란이 발생하며 천식이 악화되고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 노출 시에 폐기능이 감소하고 만성 기관지염이 증가하며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심장이나 폐질환자, 어린이와 노약자 임산부는 미세먼지 노출에 영향이 더 크다.
미세먼지의 현실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미세먼지(PM2.5)와 공기 질 부분에서 나쁜 순서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 페이지에 공시된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4위를 기록했던 공기 질 악화 순위가 현재 1위로 올라와 있다.
실내에서도 안심할순 없다. 100㎍/㎥ 이하인 국내 실내 미세먼지 기준보다 더 강도 높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적용하면 기준치를 초과하는 곳이 많다. 그 예로 한국환경공단의 최근 3년간 실내 미세먼지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측정을 실시한 어린이집 1242곳 중 537곳에 미세먼지가(PM10) WHO 기준을 넘어 섰다. WHO 기준 일평균 50㎍/㎥ 를 권고 하고 있으며 연평균으로는 20㎍/㎥가 넘으면 '나쁨'으로 간주한다.
지하철도 안전한 곳이 아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서울지하역사 공기 질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81.2㎍/㎥로 WHO 기준 ‘나쁨’에 해당된다. 지하철은 지하공간이라는 특성상 환기가 어렵고 마모된 지하철 레일과 자갈 및 흙 바닥의 분쇄 등도 승강장의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원인이다.
개인 차원에서 대비와 예방책
▲ 위메프 자체 조사 판매량 급증 분석 그래프.(자료=위메프)

이러한 현실에 단기간 정책이나 방책으로 피해를 막을수 없어 국민 대다수는 개인 예방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관련 사업들이 반짝 판매량이 급증했다.
28일 위메프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낸 지난 23일부터 4일간 판매된 미세먼지 관련 상품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주 동기 대비(16~19일) 급증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54배(5314%), 편리하게 한 장씩 뽑아 쓸 수 있는 일회용 마스크도 27배(2694%)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는 7배(680%), 자동차 에어컨&히터 필터 역시 10배(967%) 올랐다.
미세먼지가 피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보도가 잇따른후 화장품 상품들도 매출이 확 늘었다. 4일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종합온라인쇼핑몰 AK몰이 최근 3개월간(1월~3월) 화장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립,아이섀도와 같은 색조 메이크업 화장품은 지난 1월 대비 지난달 매출이 40% 신장한 반면 같은기간 미세먼지 기능성 화장품은 120% 늘었다.
 
미세먼지로 높아진 공기청정기의 인기로 인한 기대감은 주가에도 일부 반영됐다. 3월 한 달 동안 주요 공기청정기 업체들인 위닉스(10.03%), LG전자(9.57%), 삼성전자(4.90%), 코웨이(4.18%)는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부재
하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정확한 예방 및 대비 방법은 대중들이 잘 모르고 있다. 미세먼지가 이미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생활 가까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현질적인 대처방법은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거나 마스크를 쓰는 등의 소극적 대응뿐일 수밖에 없거니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 결과 이번 미세먼지가 극성인 저번주 마스크를 다량 구매한 직장인 A씨(28,남)는 “이번에 미세먼지가 심각해 위생마스크를 다량구매했다”며 “마스크가 객관적으로 얼만큼이나 미세먼지를 막아주는지는 모르지만 착용하는 것으로 심리적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이자 6세 자녀를 둔 B씨(38,남)는 “지난주 심각한 미세먼지가 예상된다는 어린이집 안내 문자에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권유를 받았다”며 “그저 막연히 마스크만 착용하면 미세먼지예방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라서 미세먼지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쓰는 보건용 마스크 39건 방한대와 같이 면으로 만들어져 공산품으로 유통되는 일반 마스크 11건 등 총 50건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차단 성능 평가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분진포집효율 실험 결과 보건용 마스크 KF80 등급은 평균 86.1%, KF94등급은 95.7%, KF99등급은 99.4%로 모두 기준 이상의 미세먼지 차단 성능을 보였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의 성능을 인증하는 마크다. 'KF' 뒤에 숫자가 클수록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성능이 높다. 하지만 마스크를 세탁 하면 그 효과가 평균값의 반절치 정도까지 떨어져 1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미세먼지 차단의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 실외를 드나들때도 조금만 신경쓰면 미세먼지 차단의 도움이 된다. 실외에서 입고 있었던 외투나 신발등을 털고 들어가면 실내에 오염을 줄일수 있다. 공기청정기 같은 경우 ‘자작 공기청정기’를 제작 할수도 있다. 미세먼지(PM2.5)까지 걸러낼 수 있는 헤파(HEPA)필터 H13·H14 등급의 필터에 공기를 빨아들여 반대방향으로 배출할 수 있는 송풍장치를 연결하기만 하면 되는 자작 키트는 시중 공기청정기의 절반에 못 미치는 가격에도 살 수 있다. 헤파(HEPA)는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의 약자로 공기 중의 방사성 미립자를 정화시키기 위해 개발된 공기 정화 장치다. 일반에서 판매되는 공기청정기들도 이러한 헤파필터원리로 작동한다.
정부의 발빠른 대처와 관련 법규·규제 필요성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미세먼지 나부터 시민행동선언 및 국회와 정부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방독면을 쓴 참석자가 '미세먼지 OUT' 손피켓을 들고 있다.

개인은 건강과 연관된 부분이기에 사회적으로는 예방에 노력하는 분위기지만 정부차원에서는 미세먼지 상황에 아직 정책 마련이나 관련 법규가 미미하다. 한국의 여론이 중국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적다는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표현은 자주 쓰인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중국이 원인이라고 발표 한적은 없었다.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필요하면 국제소송까지 걸어야 한다”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일주일 만에 청원인 수가 21만명을 돌파했다.
여론과는 다르게 실제로 중국은 미세먼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미세먼지 대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월 초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는 중국의 환경오염에 대한 보고서(‘중국은 오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나’)에 따르면 시카고대 연구소가 2013년부터 2017년의 미세먼지 데이터를 비교해본 결과 중국 전역에서 발생된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많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30% 이상 감축했다. 베이징시의 경우 2013년 ㎥당 초미세먼지 농도가 90.6㎍(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이었던 것이 지난해 58.8㎍으로 줄었다. 상하이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도 2013년 ㎥당 62.5㎍에서 지난해 40.5㎍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책은 강제력이 약하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보완사항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수도권의 공공부문 비상저감조치를 민간분야로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해당 기관의 차량은 2부제 적용을 받는다. 또한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연간 20톤 이상인 사업장은 가동률을 낮춰야 하며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 공사는 조치가 떨어진 다음날 6시부터 21시까지 중단해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비상저감조치의 추가 적용을 받는 민간사업장은 총 39곳(서울 1곳, 경기 21곳, 인천 17곳)이다.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굴뚝 측정장비가 있는 수도권 193개 대형사업장 전체로 비상저감조치 참여기업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석탄발전소에 대한 감축 운영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미세먼지 발생량을 기준으로 감축운영 대상 석탄발전소를 선정한 다음 감축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은 비상대책이 아니라 일상적인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개인과 기업에 어느날 갑자기 차를 타지 말고 공장 가동을 줄이라고 하면 실천도 어렵고 큰 효과도 보기 어렵다”며 “우리는 중국처럼 강제적인 정책을 쓰긴 어렵다. 그렇다면 배출가스 기준을 높이든지 평소에 자가용은 타기 어렵게 하고 대중교통을 더 편하게 바꾸는 식으로 1년 내내 효과가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기 수원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미 파악하고 있는 석탄화력과 자동차만이 아니라 관리 사각에 있는 소형사업장과 노천소각 등 비관리 연소 등 생활 가까이의 배출원을 파악해야 관리도 할 수 있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겨울과 봄철만이 아니라 여름에는 고온으로 인한 오존 주의보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미세먼지와 오존이 결합한 광화학 스모그를 예방하려면 보다 종합적인 대기 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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