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4일 보도서 의혹 제기… 靑 “사실 아냐” 野 “사과해야”

▲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보도가 나온 가운데 정부·야당은 상이한 반응을 내놨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문재인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운영 중이라는 4일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해 야당은 지난 역대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규탄하며 문 대통령의 ‘반성’을 촉구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금의 집권세력이 야당일 때 참 지독하고 모질게 당시 정부여당을 공격한 단골메뉴가 블랙리스트였다”며 “그런데 이 정부가 출범한지 겨우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참 악랄하게 코드인사, 블랙리스트 관리에 올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언론계에서도 배현진 전 MBC 앵커를 쫓아내 창고에 근무토록 하는 등 수많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가를 운영하려면 자기 코드 이외 사람도 포용하고 그들이 하는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한다. 87년 체제 후 6명의 불행한 대통령의 길을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똑같이 가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도 문재인 정부를 성토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국책연구소 박사, 탈북자 논객에게 압박, 제재를 가하고 신문기고, TV출연을 사전검열해 활동을 금지시키는 건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와 다른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문 대통령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 제하 보도에서 대표적 지한파 학자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박사가 지난 1월 JTBC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당 쪽에 앉았다가 세종연구소 팀장 보직이 취소되고 최근 사표를 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안보 관련 연구기관과 박사·전문가 그룹이 코드 몸살을 앓고 있다”며 “국책연구소나 정부 입김이 센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자제와 홍보성 기고, 방송출연 등 주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천안함 폭침도발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방한 논란이 일었던 2월 하순에는 국책연구기관, 국책 TV방송에 ‘천안함을 언급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2월 말 국방연구원에서 퇴직한 정상돈 박사는 언론에 기고하려던 원고 중 ‘정부정책에 맞지 않는’ 부분을 고위인사가 직접 붉은 펜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탈북 1호 박사’로 유명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그 여자’로 호칭했다가 한 달 동안 출연정지를 당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근래 공개활동이 뜸해졌다.


보수단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북한연구소는 국방부, 국가정보원이 단체구매를 중단함에 따라 1만부 가까이 발행하던 ‘월간 북한’ 발행부수를 5000부 가량으로 줄였다.


신문은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권의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대표적 적폐로 꼽아 단죄에 나섰다”며 “하지만 통일·안보 분야 기관과 학자를 대상으로 한 간섭이 도를 넘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다. 또다른 적폐를 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법적대응를 시사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공식논평에서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다. 근거가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다”며 “박근혜 정부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처럼 모욕적 딱지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일보는 해당보도의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별도로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 논평을 인용해 스트라우브 박사 사표 제출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쪽 착석에 대해서는 국립외교원 관계자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팀장 내정 철회에 대해서는 비직제팀장 보임 계획이 취소된 것이라고 각각 해명했다.


정상돈 박사 원고 수정에 대해서는 “국책연구기관에서 연구원들끼리 다른 정책적 목소리를 내거나 사실관계가 다른 말을 할 경우 국민에게 혼선을 주기 때문에 당연한 조처”라며 수정은 일방적 조치가 아닌 경영진이 집필자에게 의견을 달아 회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간 북한’ 구매중단에 대해서는 잡지가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이 많아 구독을 중단한 것이라고, 탈북자 활동제한에 대해서는 대통령 및 청와대와는 명백히 무관한 일이라며 태영호 전 공사의 경우 대외공개 활동은 본인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개입 의혹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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