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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최규성 신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기사입력 2018.04.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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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크기변환_인터뷰1.JPG▲ 취임 한달 만에 전국 지역본부 순회를 마친 최사장은 인터뷰 내내 공사 발전방안에 대해 소신을 밝히며 아직은 드러내지 못하는데 나름 획기적인 발전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농어촌공사 홍보실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 전국 지역본부를 다 돌았다. 공사 임직원들은 역대 사장들 중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최사장의 부지런함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최 사장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여의도에서 지역구인 전라북도 김제, 완주지역에 수시로 내려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4월 들어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농어촌공사 본사에서 만난 최 사장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전국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묻자 최 사장은 “올해 농사에는 물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취임 후 4번이나 비가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좋은 예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충남 지역이 물 공급 취약지역인데,  충남지역본부 방문 때 현재 진행 중인 저수지 준공을 되도록 빠른 시기에 마칠 수 있도록 당부했다고 전했다.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어야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청년일자리다. 최 사장은 “청년일자리창출은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사가 사업을 원활히 수행해서 이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지역에 청년들이 많이 와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우선 농지은행을 활용해 청년들의 귀농 귀촌 등 정착을 지원하고, 그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과 밭을 임대해 줄 계획이다. 4차산업혁명시대 혁신성장 동력인 스마트팜을 육성, 발전, 안정화시켜 청년들에게 싸게 임대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사업가 30년 + 국회의원 12년 시너지 효과 기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농어촌공사 자체사업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이 중앙정부의 업무대행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최 사장의 지론이다. 그러기 위해 최 사장은 신재생에너지사업, 해외사업, 수도권사업 등을 수행할  3개 조직을 새롭게 확대 개편했다.

    최 사장은 지난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에 30여년간 사업가로 일을 했었다. 그래서 기업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데다 오랜 의정 경험을 가진 것이 장점이다. 그는 공사를 일반 사기업과 비교하여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다소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되 사기업 마인드를 접목시켜 경영효율을 극대화해 나갈 방침이다. 예를 들어 해외사업의 경우 단지 기술이전 수수료를 받는 사업뿐만 아니라 공사가 가지고 있는 110년 역사를 바탕으로 터득한 기술을 활용해 적극적인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최 사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실현이다. 이달부터 사회적 가치추진단 활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한다. 사회적 가치실현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복지다.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  ‘혁신의 방향은 국민’이 되어야 한다는 말과 일치하는 것이다.

    수정 크기변환_인터뷰4.JPG▲ 최규성 사장은 "농사짓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공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과 동시에 농어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더 많은 일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로지 국민과 농업인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으로 우리 농어촌발전을 위해 발로 뛰겠다"고 밝혔다. (사진=농어촌공사 홍보실 제공)
     
    다음은 최 사장과의 일문일답.

    -취임하신지 한달이 넘으셨는데, 농어촌공사 경영책임을 맡으신 소감을 말씀해주시죠.

    △우리 농어업과 농어촌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막중한 책임감도 동시에 느껴요. 국회에서 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농어촌의 산적한 현안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찾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공사 사장이 된 것을 의정활동 중 부족했던 부분을 다시 한번 채워달라는 시대적 소명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7대부터 19대까지 3선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어업인의 권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의정활동 중 농어촌 발전을 위해 어느 분야에 중점을 두셨는지.

    △우선 농민들이 농사짓기가 편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산물이 시장에서 제 값을 받는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9대 의원으로 활동 중 여야 의원 모두에게 쌀 목표가격 인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한 저수지 방조제와 같은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정비와 경지정리, 가뭄, 홍수 등의 재해에도 안전한 영농을 기하기 위해 예산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합니다.

    -취임 후 매우 바쁘게 보내셨는데...

    △영농기에 대비, 공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전국 현장을 돌며 수자원 관리와 시설 안전 현황 점검에 주력했습니다. 특히 농어업인이 사업 효과를 체감하고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진행 중인 사업을 가능한 한 빨리 준공하라고 독려했죠. 사업의 조기 준공과 더불어 공사 품질과 시설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해소도 중요하기 때문에 준공 점검을 전담하는 조직을 본사에 확충할 계획입니다.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올해 물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겠습니까.

    △2일 기준 전국 평균 저수율은 82.6%로 평년(84.7%)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영농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활한 영농을 대비해 토사가 쌓여 용수확보 능력이 저하된 전국 54개 저수지를 준설해 236만 톤의 물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현재 농업용수는 농업인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원활한 용수 공급을 위한 수리시설 유지관리 비용을 공사 자체자금으로 충당하고, 유지관리 비용 중 국고보조 외에 자체자금으로 충당하는 비중을 2017년 56%에서 2020년엔 6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농어촌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는지.

    △농어촌 고령화와 마을 공동화가 심해지면서 지역경제는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미래 농어업을 이끌 후계 인력 확보도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기후변화와 4차산업혁명 등의 흐름 속에서 과거에 농어촌은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기능이 중시되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공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국민들로부터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환경보전과 치유, 미래형 산업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행복한 주거 공간 조성 등이 실행돼야 합니다. 또한 4차산업혁명기술의 도입과 농어업의 융복합 산업이 확산되면서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사의 경영방향은.

    △농어촌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공사로 변화를 모색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110년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 전국적인 조직과 풍부한 자산을 활용해 농어촌에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 수준을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나가는 것이 공사가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공사가 사회적 가치 실현에 어떤 방향에서 얼마만큼 기여 할 수 있겠습니까.

    △공사는 전국 시 군 단위 현장 조직과 토목 건축 기전 환경 전산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농어촌의 복지 사각지대는 한 번 더 살펴보고 중소기업, 지역인재, 여성 등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 사회 통합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이달부터 전담조직인 ‘사회적 가치추진단’을 발족해 사회 경제 환경 3개 분야에서 시범 모델을 개발해 실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새로운 사업 못지않게 기존에 추진해온 주력사업도 중요합니다.

    △물론이죠. 기후변화, 지진 등 재해에 대비해 수리시설물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과학적 물 관리와 수량 수질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농어촌용수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이 안심하고 편하게 농사를 수 있는 미래형 영농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농지은행은 농업인의 성장단계에 맞춘 생애주기 지원체계를 강화해 농어촌의 미래를 책임질 20 30세대 등 농업인의 육성과 고령농의 소득안전망 확충을 위한 농지연금을 활성화 하는데도 주력할 계획입니다.

    -해외사업 등 새로운 성장사업은 어떻게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신지.

    △공사는 1967년 베트남에 ‘주월한국농업사절단’ 파견을 시작으로 수자원개발, 물관리 과학화, 농촌개발 등 16개국에서 26개 해외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민간 기업과 함께 ICT를 활용한 원격 물관리시스템을 태국에서 성공적으로 준공한 데 이어 지난해엔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도 ICT기반 물 관리 기술을 수출했어요. 작년 한해만도 민간기업과 함께 9건의 해외사업을 수주해 진행중입니다.

    앞으로는 정부의 신북방, 신남방 정책과 연계해 해외진출 거점을 다양화해 육성할 계획을 갖고있습니다. 특히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는 우리의 기술력으로 진출이 가능한 다양한 사업들이 있고 이를 발굴해 내실 있는 농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주도할 계획입니다.

    농업기반시설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인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도 적극 기여할 계획입니다. 2030년까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설비용량 63.8GW)까지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또한 통일 농정에도 대비한 기술력을 보존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농어촌공사 최고경영자로서의 포부가 있으시겠죠.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는 언제나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을 천금 같은 신조로 삼아왔다고 자부합니다. 농사짓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공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과 동시에 농어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더 많은 일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오로지 국민과 농업인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으로 우리 농어촌발전을 위해 발로 뛰겠습니다. <대담=권순직 논설주간, 정리=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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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김성기 칼럼]‘脫원전’ 국민투표까지 갈 필요 없다
  • 김성기 부회장|2018-12-07
  • 대만이 지난 11월 탈(脫)원전 정책을 채택한 지 2년 만에 국민투표를 통해 정책을 폐기하자 국내에서도 비현실적인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겨 탈원전으로 가는 정책은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 나라의 장래를 크게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도한 대만 칭화대 원자과학원의 예쭝광 교수는 국민투표 직후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 유언비어에 현혹됐던 국민이 작년 대정전과 심각한 대기 오염을 겪으면서 원전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대만은 11월 24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찬성 59.5%대 반대 40.5%로 탈원전 폐기를 선택했다. 대만은 환태평양지진대에 들어 있어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국민의 막연한 원전사고 불안감도 높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해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2016년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민진당 정권이 탄생했다. 그러나 예 교수를 비롯한 대만 과학자들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대기오염 방지에도 적합하다는 점을 대만 국민에게 널리 알려 탈원전 폐기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과학자들이 나서 꾸준히 탈원전 정책의 허상과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지난달 하순에는 57개 대학 교수 210명이 가입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가 국민투표를 촉구하는 대정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의사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도 없이 무책임한 환경단체의 비현실적 주장만 반영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만 사례는 우리와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부가 어떤 의미에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가 지질과 자연환경, 과학기술 수준 및 원전 안전도 등에서 대만 사례와는 크게 다른 게 사실이다. 최근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지만 대만 사례처럼 원전 안전을 직접 위협할 수준이 아니며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가 훨씬 더 안전하게 원전을 가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말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도 한국 원전의 기술수준과 안전성을 앞세워 해외진출을 홍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불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 탈원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했다. 취임후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를 중단시켰다가 공론화위원회의 배심원단 공론조사를 받아들여 공사를 재개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약 60%의 공사재개 찬성으로 나타난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막연하게 앞으로 원전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이후 지난해 말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포함시켰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발적인 사업포기로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구체화했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확고하게 세운다는 의미에서 탈원전에 대한 국민투표가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 절차를 감안하면 국민투표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권의 명운을 건 치열한 정쟁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에너지 정책이 소위 ‘적폐청산’ 대상으로 떠올라 온갖 논쟁과 들쑤시기가 난무하고 또 하나의 거리 투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난 8월과 11월 원자력학회 등에서 실시한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원전 이용에 찬성한 응답이 70% 안팎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론의 흐름은 이미 방향이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뻔한 흐름을 놓고 분쟁을 일삼기보다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정책의 역순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면서 원전의 안전도 요구를 대폭 강화해 국민 신뢰를 높이고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한수원의 정상화도 반드시 요구되는 부분이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국가 부도의 날
  • 권순직 논설주간|2018-12-06
  •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 10일도 안되어 관객 6백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이 성공적이다. 20여년 전 우리나라를 치욕의 현장으로 만든 이른바 IMF(국재통화기금)사태를 주재로 한 이 영화에 관객이 몰리고, 국민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지금의 팍팍한 삶이 겹쳐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국가가 부도 위기에 몰려있던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고 IMF와 협상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픽션과 넌픽션을 가미한 팩션이라고는 하지만 사실과는 많이 달랐다. 극적인 재미에 더 비중을 두어 그랬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생각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시대의 사건을 너무 흥미 위주로 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어쨌든 여러 측면에서 우리 국민에게 던지는 교훈은 적지 않다. 우리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그 댓가로 금융 통화정책은 물론이고 기업구조조정 등 모든 정책을 IMF승인을 받아야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서야 겨우 국가부도를 모면한 사건이다. 경제주권을 3년간 IMF에 넘겨준 것으로 그야말로 국치(國恥)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고개 숙이고 감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던 협상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국회는 IMF기준에 맞춰 세입 세출을 맞춰야하고, 정부는 이 틀 안에서 정책을 수립한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국방 통일 문화정책까지 그들의 승인을 받아야했다. 이 양해각서는 국무위원의 서명도 모자라 국회의장과 대선 후보자들에게까지 서약을 받아갔다. 주권국가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굴욕이었고, 국민이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면 어떠한 댓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절감했다. 사태 1년전인 1996년 12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선진국 클럽에 들어갔다며 샴페인을 터뜨린다. 그러나 이 잔치는 한해도 못넘기고 재앙으로 다가온다. 1997년에 들어서면서 한달에 1천3백여개의 사상초유 기업 연쇄부도 사태가 빚어지는가 하면 한보 삼미 진로 기아자동차 등 재벌그룹이 도산위기에 몰리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경제난이 심각해진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진다. 여기에다 태국 바트화의 폭락 등 동남아시아 각국의 외환위기가 국내 외환 및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기업의 대량 부도와 주가폭락 등으로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졌지만 당시 경제팀은 “우리나라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강한 펀더멘털론’을 펼치며 경고음을 무시했다. 이처럼 곪을대로 곪은 경제체질을 놓고 건강하다며 내외로부터 다가오는 위기를 강건너 불보듯 한 정부 때문에 호미로 막을 위기를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것이 IMF사태의 본질이다. IMF사태의 여파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기업의 대량 도산과 은행 및 종금사의 퇴출, 그에 따른 곳곳에서의 무더기 해고, 고공행진을 하는 실업률에 자살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가정의 붕괴가 줄을 이었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상황이다. 자, 그럼 국가부도의 날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뭔가. 필자는 두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우리는 IMF사태를 조기에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아왔다. 물론 전 국민들이 뼈를 깎는 노력과 고통을 감내하여 경제를 안정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위기를 초래하고, 안이한 대처로 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실패의 교훈을 얻는데 소홀했다. 둘째, 정책대응에 실패한 정책당국자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정책의 실패에 형사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있지만, 실패한 정책이나 적절하지 못한 정책대응의 책임소재는 분명히 가려놓았어야 했다. 이 영화가 오늘도 빚어지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책당국자들이 한번쯤 심사숙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운영위원
  • [박현채 칼럼]철밥통을 걷어찬 이웅렬 회장
  • 박현채 주필|2018-11-30
  • 재벌 총수는 임기가 없는 만년 직장이다. 올해 62세로 적어도 10년은 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데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철밥통을 걷어찼다. 1996년 코오롱 경영권을 승계한지 23년 만에 스스로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직책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새로운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사실 그룹 오너의 퇴진 자체는 큰 이슈가 아니다. 갑질 논란이나 경영 실패 등 그룹을 둘러싼 잡음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사태가 진정되면 슬며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그럴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이 회장 스스로 퇴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선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업주인 할아버지 이원만, 2세 아버지 이동찬의 뒤를 이어 자산기준 재계 순위 31위의 코오롱 그룹을 이끌어 온 그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하다”면서 '3세 경영자' 자리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세상이 변하고 있고,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전제하고 "매년 시무식 때마다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졌지만 미래의 승자가 될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불현듯 내가 바로 걸림돌이구나,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앞장서 달렸으나 한계를 느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며 홀가분해 했다. 검은색 터틀넥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은퇴선언을 한 것도 이러한 기분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인의 변화 속도가 느려 회사에 걸림돌이 된다고 느껴 퇴임을 결심했다는 이 회장의 솔직한 고백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재벌 기업과 총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반세기동안 재벌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는 과감한 의사결정, 빠른 추진력 등의 장점으로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주역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지구촌의 산업 생태계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도 대마불사라는 말만 믿고 안주하다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조선이 그렇고, 해운이 그렇고, 자동차가 그렇다. 기득권의 벽에 둘러싸여 작은 변화도 거부한 채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자신들의 철옹성 지키기에만 몰두해 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너 독단’의 폐해를 경계하며 스스로 그 그물을 제거한 이 회장의 ‘자의적 조기 퇴진’ 결정이 우리 기업문화를 돌아보는 신선한 자극제가 돼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 보겠다”고 창업 의사를 내비쳤다. 스타트업은 대마가 아니라서 망해도 좋으니 마음껏 뜻을 펼쳐 보겠다는 얘기다. 번듯한 사업체를 놔두고 험난한 창업의 길을 택할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선택했다. 이 회장은 29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창업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아이템을 꼽지는 않았지만 주저 없이 “플랫폼 사업이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앞으로 1년 정도 4차 산업 분야 인사들을 많이 만날 것”이라고 밝혀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천천히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하겠다. 창업 시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그 모든 것들을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영권을 바로 아들에게 승계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맡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들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로 승진시켜 그룹의 패션사업을 총괄토록 했다. 경영수업을 받게 한 것이다. 언제 외아들인 이규호(35) 전무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냐는 질문에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이 돼야 가능하다”며 “나는 기회를 주는 거다. (아들은) 현재 주요 회사 지분도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아들에게 스스로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사회가 너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나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아들을 믿는다”고 말해 이 전무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 회장의 전격 퇴진이 당장 코오롱의 소유구조나 경영 근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는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 49.74%를 보유하고 있는 1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이 회장의 퇴진을 4세 경영체제로 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면서 오너 경영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자의적 조기 퇴진’을 주목하는 것은 그 결정이 재벌가의 대물림 경영 관행에 익숙한 우리 기업문화를 뒤돌아보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lt;투데이코리아 주필&gt;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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