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선중앙TV, 南 가수들 방영하며 소리는 없고 체제선전 열중

▲ 1일 동평양대극장 공연 후 남한 가수들과 기념촬영한 북한 김정은(윗줄 가운데).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지난 1일 북한 평양 대동강지구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 봄이 온다’가 5일 지상파 3사 등을 통해 방영됐다. 하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무음처리’돼 방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정보당국 관계자 등에 의하면 조선중앙TV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연)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는 3분20초 가량 내보냈지만 우리 측 가수들의 노래나 발언을 ‘무음처리’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게 했다. 다른 매체들도 이 공연을 일제히 보도했지만 조용필, 이선희, 강산에, 윤도현밴드, 레드벨벳 등 11명(팀)의 남한 가수 이름이나 곡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중앙TV는 대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역사에 또 하나의 뜻깊은 페이지를 아로새길 북남 예술인들의 연환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군중들로 성황을 이뤘다” “관람자들은 핏줄도 하나, 언어와 문화도 하나인 우리 겨레는 결코 갈라져 살 수 없는 하나의 민족임을 다시금 절감하며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등 선전성 멘트로 보도를 채웠다.


북한은 남한 예술단, 인사 방북 시 ‘원수님(김정은)을 흠모하는 남조선 인사들이 괴뢰보수패당의 반대책동을 물리치고 공화국(북한)의 품에 안기었다’ 식으로 일관되게 선전한다. 남한에 ‘김정은 열풍’이 발생하고 있고 ‘민족의 보화’인 핵개발 앞에 ‘찬사’를 올리러 왔다는 식이다.


때문에 이번 남한 가수들의 방북공연도 결국 진정한 남북화해가 목적이 아닌 ‘체제선전’이 목적 아니냐는 의구심이 발생하고 있다. 진정 남북화해를 원한다면 남한 가수들 노래, 발언을 숨길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미국의소리(VOA)에 “(한국 가수들 공연은) 북한 선전선동술 캠페인의 일환으로 북한 엘리트들만이 공연을 볼 수 있기에 (북한) 주민들이나 한국, 외부세계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북한 정권이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유화공세를 펴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북한 주민들에게 같은 민족인 한국인들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압박을 모면하려는 의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에도 한 가수 방북공연 등 수차례 유화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결국에는 뒤집고 잇따른 핵실험, 민간인과 군장병 등 수십명이 사망한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피격 등 도발을 일으켜 핵개발, 체제보장 등 그저 이익만을 노린 ‘쇼’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북한 1차 핵실험은 막대한 대북지원이 실시된 노무현 정부 때 감행됐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월 부산·울산 등이 ‘핵공격 지점’으로 표기된 지도를 김정은이 살피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지휘하는 장면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했다.


최근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 회동에서 ‘중조(중국·북한) 우의는 전략적 유일한 선택’을 언급한 중국 측 행보도 이번 공연이 북한 핵개발 시간·자금 벌어주기, 체제보장 등을 노린 ‘쇼’일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5일 러시아와의 외무장관 회담에서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 측의 정당한 안보상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합리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탁현민 청와대행정관이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모두가 함께 만든 그 봄 안에서 자꾸 주책없이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 등 정부가 이번 평양공연을 긍정평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00년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주도한 조용필, 이미자 등 평양공연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나. 그 때부터 김정일은 DJ가 퍼준 달러로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하지 않았나”며 “그렇게 속고도 또다시 한반도에 봄이 왔다고 난리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 6월 DJ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와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고 통일이 눈앞에 온 것처럼 세계와 한국인들을 기망한 것과 똑같은 일을 지금 청와대 주사파들이 하고 있다”며 “남북이 손 맞춰 북한 핵개발 시간만 벌어주는 위장평화 쇼를 직시하지 않으면 우리는 포악한 독재자의 핵공갈에 신음하는 극한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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