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출 사장은 거래제도 개선을 위해 가락시장 선진화 작업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사장님께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서 중앙행정을 담당(30년 이상)하시고, 지금은 농수산물 유통 현장을 책임지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사장으로 3년째 재임하고 계십니다. 공사에서 하는 주요 기능과 역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중앙정부와 유통현장의 두 경험을 토대로 현장의 CEO로서 가장 크게 느끼신 점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답: 농식품부에 있을 때는 시장의 실무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와서 보니 가락시장은 수도권 먹거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곳인데 너무나 시대와 맞지 않는 낙후된 시설로 운영되고 있었다. 가락시장이 30~40년 전의 시스템에 막혀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농수산식품발전에 있어 가락시장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락시장의 변화는 정부도 사실 인식하지 못했고 추진도 잘 못했던 일 이었다. 그런 변화가 절실해진 시점에 가락시장의 변화와 개선을 위해 나의 행정경험을 다 쏟아 부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 왔을 때 시장의 규모보다 2배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도매시장의 특징은 소비자가 출입이 가능하지만 다른 선진국은 도매시장에 소비자의 출입이 금지된다. 도·소매가 한 곳에 혼재된 특이한 상황에 수많은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가락시장의 시설은 그저 눈, 비만 가릴 수 있는, 노천시장 수준이었다. 심지어 실내온도가 여름에는 영상40도 겨울에는 영하 15도의 환경속에서 상인들이 상품 관리에 많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부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 하고자 현대화 사업에 막차를 가했다. 지금 들어서 있는 가락몰을 건설한 이유도 도·소매 시장을 분리하자는 목적으로 짓게 된 것이다.

문: 오면서 보니까 가락시장의 모습이 예전과 다르게 현대식으로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현대화사업의 추진현황과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가락시장은 전 근대적 유통구조로 불필요한 유통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현대화 시 유통비용이 연간 550억이나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가락시장의 현대화는 FTA, DDA 협상등 개방화 시대에 우리나라 농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수적인 계획이다.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은 지난 2009년 첫 삽을 뜬 뒤 2025년까지 공구별 단계적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7,485억이 예상된다. 완공되는대로 건물 1,2 층을 나눠 활용해 거래제도의 변화에 대응하고 가락 시장의 혼잡함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 한다.

가락시장 현대화... ”비전제시하며 상인들 끊임없이 설득“
문: 박 사장께서 취임하시고 난 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계획이 새롭게 바뀐 것으로 들었습니다. 당초 계획에 대비하여 주로 어떤 내용이 크게 변경된 것인가요?
: 가락시장은 전국33개 공영도매시장 거래량의 40%를 점유하고 있고 전국농수산물 거래의 기준가격 형성역할을 했지만 개장된지 30년이 된 시설물의 노후화, 전근대적인 물류동선체제, 시장의 혼잡, 안전도 취약 등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개혁의 필요성이 있었다. 취임하고 난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도매시장 거래제도의 방법 다양화를 추진했다. 거래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상품 출하자의 선택권이 확대 되었고 유통이 효율화 되었다. 또한 차상거래품목은 포장화하고 하차거래를 통해 물류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한 정가, 수의거래를 활성화 시켜 거래 투명성을 우선시 한 것이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가락몰을 통해 도소매를 분리하여 시장 혼잡을 개선하고 허가상인과 임대상인 상호간의 영업권도 보호하는 등 상인들의 처우개선에도 많은 고심을 하였다.

문: 현재 노량진수산시장도 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상인 이전이 안 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노량진시장 보다 더 늦게 시작한 가락시장은 가락몰(1단계) 이전대상 상인이 모두 이전하여 도매권역 사업부지가 확보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존권을 다투는 상인들의 저항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이전도 완료하고 도매권역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 노량진은 아직도 해결이 안됐지만 가락시장은 규모가 더 컸음에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전 초장기에는 1200명의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다. 원래 상인들은 자신이 영업을 하던 장소에서 움직이기를 거부한다 고객을 잃을 불안감도 있고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웠는데 끊임없는 설득과 노력으로 현재 겨우 다 옮겼다, 그 과정이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워서 크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 되돌아 보면 지하1층 청과상인들의 반발이 가장 컸다. 이분들이 영업이 불편하지 않도록 시설 투자에 대폭적인 지원을 했다. 지하 1층으로 들어가는 전용차를 개발했고 지하에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도로 개설도 하고 공기질 개선을 위한 설비도 지원했다. 그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도 추가 설치했다. 이 같은 인프라 개선을 위해 파격적인 금액인 150억원 정도의 추경을 편성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간 동안 시와 상인들을 대상으로 가락시장을 롯데타워와 연계한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며 끊임없는 설득을 했고 상인 집행부가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에 감사를 표한다. 당시 분위기가 험악해서 충돌이 잦았다. 몸 사리지 않고 협의에 나서준 공사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경매와 수의계약 거래 가능한 거래방식으로 반드시 전환시킬 것"
문: 가락시장의 현대화사업은 시설뿐 아니라 거래제도 등 운영방법도 개선한다는데 주로 어떤 내용입니까?
답: 선진국 도매시장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기능과 물류를 담당하는 기능이 그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거래를 성사 시키는 것은 전부 모바일, 온라인 상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이른바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며 시장에선 물류만 기능한다.
앞으로 우리도 이런 시스템이 시장의 중심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경매가 중심이 되다보니 현재 시장은 거대한 경매장이다. 이런 여건이다 보니 막대한 물류에 비해 현재 상품의 신선도를 책임질 보관창고, 냉장고등의 시설이 미비했다. 이건 선진국에 비하면 너무 낙후된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엔 청과물시장에서 경매비율은 10%만 다루고, 미국,유럽은 원천적으로 소비지 시장에서 경매는 없다. 수의계약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수의계약체제로 모든 거래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금 가락시장은 경매가 80% 수의계약이 20% 이지만 대다수가 경매라고 봐야한다. 우리나라 농업 유통의 초창기엔 시장 시스템을 잘 모르는 농민들이 도소매 시장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고 농민들이 똑똑해지고 하면서 시장이 변화했다고 본다. 이를테면 불안한 거래를 하고 싶지 않은 생산자들의 요구로 수의계약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당장 반발하는 상인들을 위해 투 트랙으로 일단 가려고 한다. 경매 시장도 끌고 가되 수의계약 시장의 비중을 점차 늘리려고 한다.
앞으로 새로 시작될 도매시장(채소2동)은 2020년 상반기부터 1층은 경매공간, 2층은 수의계약 매장으로 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정부에 이 같은 계획을 보낸 상태다.
문: 가락시장의 현대화사업 1단계 완성으로 새롭게 개장한 가락몰이 최근 소비자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어떤 강점을 갖고 소비자를 맞이하고 있는지요?
: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식문화 체험공간으로 가락몰을 활성화할 전략이다. 장차 가락몰은 외국인에게도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소개시켜주는 장소의 하나로 자리매김 시키고 싶다. 즉,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오고 싶어 하는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일년에 두 번정도 상인대학을 운영하여 상인들에게 기본 비즈니스 전략, 상품 디스플레이, 유니폼 착용, 상품거래 전략 등 실무적인 영업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상인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문: 마지막으로 생생한 유통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생산 농어민과 소비자·시민 및 국가의 농정 발전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대한민국 농업이 일정기반을 유지하면서 우리농민들과 국민들에게 백년대계의 식량계획을 세우게 하려면 농업이 잘 유지되야하는데 그러려면 농업을 뒷받침해주는 선진화된 유통 시스템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는 과거의 주먹구구식인 관행에 사로잡힌 측면이 많은데 앞으로 가락시장을 체계적인 시스템이 자라나는 선진형 도매시장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식문화 발전과 보급에 일조하는 시장으로 거듭나려는 목표를 세우고 야심차게 변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협조와 성원 부탁드린다. <정리: 권규홍 기자>

<박현출 사장약력>
△1976년 목포고등학교 졸업
△1980년 단국대법학 학사
△1989년 Univ. de Complutense 경제학 수료
△2012년 단국대 부동산법학 석사
△1981년 제25회 행정고시
△2004~2011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국 국장, 농업정책국 국장, 기획조정관, 식품산업정책실 실장, 기획조정실 실장 역임
△2013년 농촌진흥청 청장
△2015년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15대 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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