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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직 칼럼]신문의 날, 더 포스트(The Post)

    기사입력 2018.04.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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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직주간.png▲ 권순직 주간
     
       
              
     
    신문의 날은 4월 7일이다. 1896년 독립신문이 창간된 날을 기념해 제정되었다. 그날 즈음하여 필자는 미국 영화 ‘더 포스트’를 관람했다. 40여년간 신문기자 언론인 명패 달고 살아온 필자의 이 영화 관람 소감은 ‘부럽다’ ‘부끄럽다’였다. '아! 그래서 미국이 선진국이고 멋진 나라로구나' 하고 새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왜 우리는, 나는 그렇지 못하는가' 하는 부끄러움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빛나는 언론인들의 활약이 있는 미국에서도 지금 트럼프대통령과 언론간의 낯 뜨거운 싸움이 빚어지고 있긴 하다. 우리나라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장악을 위한 온갖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지금도 국회에선 공영방송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고 방송법 개정과 관련하여 희한한 일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더 포스트를 본 소회가 더 께림칙하다.
     
    영화에 등장한 멋진 대사들, “인쇄 해!”
     
    최근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 ‘더 포스트’(The Post)는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가 30여년 동안 미국 국민을 속인 베트남전쟁 개입과 전쟁과정에서의 조작 은폐 사실이 담긴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하고 보도하는 과정의 숨 막히는 실화다. 패전의 치욕을 감추기 위해 제네바협정을 무시하고, 계속 젊은이들을 죽음의 전쟁터로 내보낸 4명의 미국 대통령이 벌인 추악한 행위가 기록되어있다.
    뉴욕 타임즈가 최초로 일부를 보도한 이 페이퍼는 미국 법원 판결로 보도가 억제되었으나,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끈질긴 추적,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정부의 압력과 협박에 맞선 사주의 용단으로 7천쪽에 달하는 페이퍼를 보도하면서 언론사(史),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 보도로 ‘더러운 전쟁을 중단하라’는 미국인들의 대대적인 반전 시위가 촉발됐다.
    영화 스토리엔 세 영웅이 등장한다. 워싱턴 포스트 여성 발행인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과 편집국장 밴 브래들리(톰 행크스), 그리고 미국 연방대법원이다. 여느 영화 같으면 특종 보도 스토리는 편집장이나 기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겠으나 스필버그감독은 여성 사주 캐서린을 주목했다. 노골적이고 강력한 백악관의 압력, 자칫하면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상황, 갓 상장한 회사의 명운이 걸린 순간에 다 만들어 놓은 신문을 찍느냐 마느냐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주 캐서린은 “인쇄 해!”라고 외친다. 세기의 특종이 한 여성의 용단에서 탄생한다.
     
    “기사는 역사의 초고(草稿)다. 항상 옳을 수는 없고, 완벽할 수도 없지만 계속 써나가는 것이다” ”기사의 질과 수익은 함께 한다“ 실제로 그녀가 그렇게 말했는지, 시나리오 작가가 만들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캐서린은 워싱턴 포스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으로 성장시킨 언론사 사주다. 남편의 자살로 경영에 나선 그녀는 ‘신문이 왜 존재하며,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가지며,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달성키 위해 발행인은 무얼 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었음을 영화 제작자들은 높이 산 것이 아닐까.
    다음은 편집국장 밴 브래들리. 뉴욕 타임즈에 낙종한 그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 끝에 완벽한 문서를 입수한다. “법원의 중지 명령에 낄 수만 있다면 기꺼히 쓸개라도 내주겠다”며 문서 입수에 총력을 기울인다. “정부가 신문기사 정해주면 포스트는 사라지는 것이다” “ 우리가 진다면 이 나라가 지는 것이고 닉슨만 승리한다” “모두를 속이는 그들의 거짓말, 이제 끝내야 한다. 우리가 책임을 묻지 않으면 누가 묻겠는가” “ 신문 발행의 자유를 지키는 길은 발행 뿐이다” “우리만의 상황이 아니다. 모든 신문의 문제다”
    영화를 관통하며 캐서린과 브래들리가 쏟아내는 어록들은 언론의 자유와 책무를 웅변한다. 특히 편집국장의 사자후(獅子吼)는 정부뿐만 아니라 사주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언론사의 사주야 말로 최후의 게이트키퍼이기 때문이다. 이 두 영웅이 펼친 드라마가 한 지방지의 웅비에 그친 것이 아닌, 표현의 자유 신장의 표본이 되는 것이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자, 마지막 영웅의 차례다. 워싱턴 포스트가 완벽한 취재와 기사화를 마치고 윤전기 버튼만 누르면 되는 순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포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는 판결문이 나오는 순간 피가 거꾸로 흘렀다.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를 들이대며 권력의 협박 강요로부터 언론을, 언론자유를,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했다.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거나, 언론자유를 막거나, 출판자유를 침해하거나, 평화로운 집회를 방해하거나...이러한 어떠한 행위도, 법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신문은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공공재(公共財)다
     
    지난 5일 열린 제62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이병규 한국신문협회회장은 “신문은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공공재임에 변함이 없다”며 “신문은 더 소중히 지켜야 할 우리 사회의 공적자산이란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서구 선진국처럼 탐사보도나 고품질 심층보도 등은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요소라고 보고 지원하는 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디어진흥기금을 ‘민주주의 펀드’라고 부르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도 언론진흥재단을 통한 다양한 미디어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그 규모가 미미하고 정부의 의지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재원의 확대와 함께 각종 미디어 관련 지원 시스템을 통합,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모습이 바뀌어도 잃어버리거나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50년전이나 지금이나 권력과 자본은 여전히 오만하고 부패하기 쉬우며, 언론은 그것을 감시하고 진실을 제대로 알려야한다”(이대현국민대교수)는 경고가 더 포스트와 오버랩 된다.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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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김성기 칼럼]집값 대책인지, 세금 더 걷겠다는 건지
  • 김성기 부회장|2018-09-14
  • 서울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중과에 치중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정부는 13일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종부세를 대폭 강화해 다주택 보유자는 물론 1주택이라도 비싼 주택에 사는 국민에게는 부담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신규취득주택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축소하고 금융규제 조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과 세종시 등의 다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세율을 최대 3.2%까지 중과하고 종부세 부과에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부동산 대책에 단골로 나오는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 대출규제 등을 모두 동원,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도 늘려 보겠다는 처방이다. 당장 서울 집값이 뛰고 있는 주요인으로 지목된 공급부족에 대해서는 “수도권 내 교통여건 등이 좋은 지역을 선정해 30만 가구규모의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고 개괄적인 방안만 제시했다. 하지만 집값 잡겠다며 세금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게 과연 적절한 대책인지, 실수요자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게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주택 값의 변동을 보면 투기수요가 앞장서 활개를 치기보다는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체제에서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대책발표와 안이한 수급 전망, 현실에 맞지 않는 세금중과가 겹쳐 움직인 부분이 매우 커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에 여의도.용산개발계획을 밝혀 불길을 당겼고 정부는 집값 잡겠다며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가구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보증을 제한키로 했다가 거센 반발에 밀려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한 여당의원은 경기도의 신규 택지개발후보지 자료를 언론에 유출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정부가 혼선을 빚는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호가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집을 팔겠다는 매도세는 사라지고 사겠다는 수요가 몰려 9월 첫째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71.6을 기록, 2003년 지수집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양도세 중과조치가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뚝 끊겨 지난 3월 1만4600여건에 달했던 거래건수가 4월부터 평균 5700여건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서 올해 3월까지 단기적으로 아파트 매물을 늘려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시한을 정해 양도세 강화를 예고했던 것인데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사실 지금 처럼 보유세와 거래세가 모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세제 속에서는 시장에 매물이 몰려나올 여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수요 1주택자는 생활 여건에 큰 변동이 없는 한 대부분 이전을 꺼리고 다주택자는 매매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내주고 높은 양도세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 그 부담이 너무 크다. 자칫 보증금에 세금 물고 나면 빚을 내야하는 형편에 몰릴 수도 있다. 종부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가 높은 국가에서는 양도세가 거의 없어 최소한 거래에는 큰 부담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종부세 부담을 확대한 조치는 이번 정부 대책의 속내가 집값 안정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재정수입을 확대하려는 데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종부세 강화는 은퇴생활자나 중산층의 부담까지 늘려 조세저항을 부를 우려가 없지 않다. 막상 부담이 늘어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투기 근처에도 가본 일이 없는데 정책과 부동산 시장이 이상하게 돌아가 갑자기 세금이 오르면 반발하게 마련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세액이 얼마 안 된다고 강변하지만 수입이 뻔한 형편에 생활물가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까지 오르고 있어 그 부담이 적지 않다. 정부는 종부세 강화로 예상되는 4100억원 가량의 세수 증가분을 서민주거안정대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침이 그러할 뿐이지 실제로 꼬리표가 없는 돈이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자리 대책에 들어가는 돈이 54조원에 이르고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 이행에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된다고 한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처럼 들어가는 돈을 세금으로 채워야하니 종부세를 더 내게 된 국민 입장에서는 뭔가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지 않겠나.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기업은 타도 대상인가
  • 권순직 논설주간|2018-09-13
  • 정권이 바뀌면 거의 예외 없이 기업, 기업인은 한차례 곤욕을 치른다. 이른바 기업 길들이기다. 정권 당사자들은 ‘길들이기가 아니라 사회 정의를 확립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기업인들은 길들이기라고 여긴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그 기간 숨죽이고 잔뜩 움츠리며 지낸다. 이 정부 들어 유난히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정권 주류가 대부분 반기업 정서를 갖는 운동권 및 시민운동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투자에 소극적이고, 보신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대기업 오너들의 눈살 찌뿌리게 하는 갑질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고,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인상이다. 고용위기에 처한 정부 입맛 맞춰주느라 재벌들은 거액의 투자계획, 인원 채용계획을 앞 다투어 발표한다. 뜯어놓고 보면 늘상 하는 정도이지 투자나 채용을 특별히 늘리는 수준도 아니다. 그것도 정부에 인심 쓰듯 발표해놓고 실행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누가 체크할 수도 없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벌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은 이유가 있다. 1960년대 이후 압축경재성장 과정에서 정부는 재벌위주의 정책을 폈다. 자연히 재벌에 대한 갖가지 특혜가 주어졌고, 이를 자양분으로 크게 성장한 기업들이 성정 과실을 합당할 만큼 사회에 환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벌과 권력간의 유착 비리는 온 국민이 보아온 사실이다. 기업 오너들의 책임의식 결여도 문제다. 2세 3세로의 경영세습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유능한 후계자로 이어졌지만 상당수는 함량미달 낮은 수준의 세습자가 기업을 맡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눈살 찌뿌리게 하는 갑질 비리가 터져 나온다. 세 번째는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지만 그들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간 받아온 혜택에 부합할 만큼 기여하지 못하는 데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큰 것이다. 여기에 반기업 정서가 강한 정권실세들로부터 압박을 받는 것이 최근 우리 기업들 둘러싼 분위기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격려 유도해야 자, 그러면 기업은 타도 대상인가. 필자는 전두환군사정권 시절 국재 재벌랭킹 8위였던 국제그룹이 하루아침에 해체되는 것을 목격했다. 이 무렵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회장을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국제그룹 해체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무척 의외였다. “양정모회장은 자격없는 경영인이다”였다. 같은 기업인으로서의 동정심이 아닌, 가혹한 평가였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회장은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든 양회장이 거느린 종업원이 10만명이 넘는데, 그들의 직장이 불안해졌고, 가족을 합하면 30~40여만명의 국민이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지금은 알차고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한 한 기업인 이야기. 중소기업을 하던 그의 아내는 월말만 되면 배가 아파 앓아누워야 했다. 월말이면 친정에 가서 돈을 빌려다가 종업원 월급을 지급해야 하니 앓을 수밖에 없었다. 시일이 흘러 이 기업은 탄탄해졌고, 친정으로 돈 빌리려 갈 일이 없어졌는 데도 이 사장 사모님은 월말 배앓이가 상당기간 지속됐다. 최근 고 최종현SK회장 20주기 추도 행사가 이목을 끌었다. 고려대와 연세대 두 대학 총장이 동시에 신문에 기고문을 싣고 최회장을 추모했다. 그들은 최회장이 세운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유학했다. 최회장이 세운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난 44년간 3,700여명의 인재에게 유학비와 체재비를 지원했다. 아무 조건도 없다. 그간 해외 명문대 박사만도 740명에 이른다.인재 양성에 대한 고인의 집념과 파격적인 장학금 지원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많은 공헌을 했을 것이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도 많은 부자들의 사회 기여를 볼 수 있다. 손꼽히는 부자요 명문가였던 우당 이회영선생 일가는 전재산을 독립운동에 쓰고 자신들은 험하고 어려운 생활을 한 것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표상이다. 경주 최부자 얘기도 유명하다. 광활한 농지 소유자였던 최부자는 인근 10리안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나와선 안된다며 베풂을 실현했다. 6.25전쟁이 터져 공산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던 시절 밤이면 부자들을 인민재판정에 불러 심판하고 죽이는 일이 빚어지던 때, 부자이면서도 가난한 이웃을 보살폈던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앞장서서 보호해준 사례는 전국 곳곳에 널려있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기여가 없느냐. 아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수행하고 있다. 재단을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의 기금을 조성, 이웃과 함께하고 국가 사회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그 규모가 국민의 요구 또는 선진국에서 이뤄지는 만큼 행하여지느냐는 좀 더 살펴볼 일이다. 어쨌든 기업으로선 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정부나 국민들도 기업을 매도하지만 말고 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타도대상으로만 봐선 안 될 것이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운영위원
  • [박현채 칼럼]선진국 되기도 전에 인구절벽 등장
  • 박현채 주필|2018-09-07
  • 한국이 올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임신이 가능한 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올해 2분기에 0.97명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다. 통상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출생아 숫자가 더 줄어들어 올해 합계출산률이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무척 크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를 기록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17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98개 나라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없다. 과거 소련에서 사회주의가 붕괴될 때와 동독이 서독과 통일을 이룬 초창기에 동독 출신 주민들의 합계출산율이 1명에 미달한 적이 있다. 체제 붕괴와 같은 미래가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우리나라는6.25전쟁 때보다도 아이를 적게 낳고 있다. 역대급 취업난과 주거난, 양육 부담 등이 체제 붕괴나 전쟁보다도 더 큰 불안을 청년들에게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대학가에서는 정규직에 취업하기만 해도 플래카드가 나붙을 정도로 취업난을 겪고 있다. 또한 집값과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스스로의 힘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특히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키기 까지 3억원 가까이 든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여건아래서는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정규직이라도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부담이 된다. 그러니 “육아 비용을 고려할 때 한국인들이 정말 열심히 아이를 낳고 있는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2031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즐어들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출산율 저하로 인구감소 시점이 약 10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저하는 필연적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와함께 ‘고령화사회’가 된지 불과 17년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가 100년, 미국이 70년, 독일이 40년이상 소요됐고 고령화속도가 빠르다는 일본도 24년이나 걸린 것과 비교할 때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불과 8년후인 2026년에는 고령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구조는 국력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성장잠재력을 추락시키는 등 사회 전반에 심대한 충격을 가하면서 국가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생산과 소비가 위축돼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노동투입량 감소로 자본을 어지간히 투입해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가 힘들어 진다. 게다가 지금은 젊은이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년 뒤에는 젊은이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복지 비용을 부담해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반해 수혜를 입을 사람은 늘어나니 가만히 있어도 복지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재정은 악화된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도 고갈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들은 고령사회로 진입한 지 10~20년이 지나서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이들 두 가지가 거의 동시에 몰아 닥쳤다. 게다가 선진국에 진입하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으니 앞날이 더 어둡다. 정부는 2005년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지난 10여년간 100조원이 훨씬 넘는 막대한 예산을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출산율이 높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출생률 저하는 특히 지방에 치명적이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 소멸 2018’을 보면 전국 228개 기초단체 가운데 ‘소멸 위험 지역’이 89곳(39.0%)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지방정부가 인구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전남 해남군의 경우, 전국 최초로 출산정책 전담팀을 구성하고 공공산후조리원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저출산 정책을 편 끝에 4년 연속 합계출산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합계출산율이 2.42명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현재의 인구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인 대체출산율(2.1명)을 넘었다. 이제까지 중앙정부의 정책은 출산과 보육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정부의 일원화된 이러한 대책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젠 사고의 발상을 전환할 때가 된 것 같다.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치기 보다는 저출산 해소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지방에 예산을 내려 보내 지방정부 스스로 특성에 맞게 다양한 정책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 효율을 높이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lt;투데이코리아 주필&gt;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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