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지난 주 성묘 갈 때, 마음속으로 내가 과연 산에 올라갈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다. 그런 걱정은 지난 해 이맘때만 해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같은 해 가을, 귀향을 하고 산에 오르다가 무릎이 갑자기 새큰해진 다음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처음 오른쪽 무릎이 아팠는데 어느새 왼쪽 무릎으로 옮겨왔다. 평지를 걷다가도 그런 느낌이 왔고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에도 가끔 그런 감각이 왔으며 어느 때는 내리막길에서도 그랬다. 난 점점 움츠려 들었다. 정형외과에 가서 무릎 연골 주사도 맞아봤으며 뜸의 효능을 역설하는 친구에게 무릎 혈 자리 뜸도 뜨게 했다. 상어 연골이며 푸른 홍합으로 만든 건강식품도 열심히 먹었다.

하긴 칠순인데 그 동안 아픈 데가 없었다면 그게 더 말이 안 되지. 하지만 다른 데도 아닌 무릎이 아프다면, 그래서 결국 걷지 못하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장수는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릎 연골은 재생이 안 되며, 결국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무서웠다. 하지만 이번 산에 가 보고 자신감이 많이 회복된 나를 느낀다. 아프지 않고 성묘를 마쳤으니까. 무슨 이유 때문일까 생각해 보았다.

지난 달, 친구 만나러 서울 가서 우연히 ‘단월드’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우리가 찻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40대 정도의 젊은 여자 둘이 마사지 해 준다며 우리를 꼬아서(?) 가게 된 곳이 단월드였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왠지 느낌이 좋았다는 것이다. 우리 셋 모두 지병(?)이 있는 칠순 노인네였으니 젊은이들이 우리 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는 것이 싫을 리 없었겠지만.

그 사무실에서 눈에 띤 책이 당연히 단학에 관한 책이라 몇 권 사들고 시골로 내려와 보기 시작했다.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자연치유력이라는 것이 원래부터 우리 몸 안에 내재해 있다는 말에 그만 솔깃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그럼 내 무릎도? 그래서 아침마다 내가 프로그램한 운동 순서대로 수련을 했다. 눈을 뜨자마자 발끝치기 300번, 배꼽을 불리기와 줄이기로 긴 호흡 100번, 왼쪽으로 몸을 돌려서 일어난 후에는 배꼽치기 100번. 이것이 나의 얼치기 아침 수련이다. 걸을 때는 꼭 발바닥의 용천혈을 땅에 먼저 댄 후 그 부분을 눌러가며 걷는다. 이것은 모두 단학 수련 한번 받은 후에 내 무릎에 좋을 것 같은 운동을 스스로 고른 것이다. 참 내가 단학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옛날 신라의 화랑들이 수련을 할 때 배를 두드리는 소리가 성문 밖에서도 들렸다는 이야기다. 아! 임금님이 성군이어서 함포고복(배부르다고 배 두드리는 것)하느라 배를 두드린다고 알았는데 배꼽수련의 일환으로 배를 두드렸다니, 그리고 그 소리가 그렇게도 우렁찼다니........

70이 되어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은 말 할 수 없다. 새로움이 또 이렇게 내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면 왜 귀를 막으랴. 하여간 나만의 수련 덕분인지 산에 올라갈 때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어떤 친구는 발끝에 신경이 예민한지 아파서 발끝치기를 못 하겠다고 한다. 개개인의 편차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수련의 단계가 올라가면 종류도 방법도 바뀔 수 있을것 같다. 친구들은 단학이 사이비 종교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사실 종교는 사이비 종교든 정통파 종교든 인생의 영적인 부분을 완성해 주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모든 종교의 경건한 의식이 마음에 든다. 아마 그것은 자연의 경건함과 닮아 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시골에 살고 보니 자연이 하나의 종교가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자연과 일체가 되는 느낌이 소중하다. 그리고 언제라도 자연 속으로, 내 두 발로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만의 수련을 위하여 건배!

<작가>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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