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재벌 2세에서 스캔들 통해 세상과 접속하다

<편집자 주> 소비자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최근 갑질 기업과 총수 일가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환경이 정치 만큼이나 급변하는 시기에 총수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엄청난 기업환경의 변화 속에서 총수의 정확한 판단과 경영 역량에 따라 기업이 우뚝 서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너리스크로 위기를 겪기도 한다. 본지는 이에따라 건설업계를 비롯,식품 외식업계 ,제조, 금융업계까지 주요 기업의 총수가 걸어온 길과 공과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 지난 3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신세계그룹은 우리나라 유통 공룡 기업으로 통한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이마트24, 스타필드,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등 국내 굴지의 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최근 총수 일가, 다시 말해 재벌 2~3세들의 갑질과 돌발적인 행위들이 신문의 경제·사회면을 온통 도배할 정도다. 1세대 경영인들이 자수성가해 굳은 의지나 어느 정도 괜찮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으킨 반면에 후계자들은 대기업이라는 사회적 위치에 적합한 경영 마인드나 시대에 맞는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창업주들의 경영마인드나 도덕성이 모두 좋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했음에도 그에 맞은 리더십과 도덕성을 후손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대기업집단 중 규모 순위 11위 기업으로 3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남이다. 아버지는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고 동생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다. 신세계는 1955년 동화백화점으로 설립됐으며 1991년부터 이명희 회장이 삼성그룹에서 별도로 신세계백화점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삼성그룹과 완전히 계열분리됐으며 당시 이 회장은 신세계백화점 점포 2곳과 조선호텔만 들고 나왔다.


1991년부터 이마트 사업을 시작한 이명희 회장은 1998년 본격적으로 이마트 부지를 매입하고 2000년에 여러 매장을 한꺼번에 열며 사업을 확대했다. 그리고 2006년에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한다. 정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 즈음으로 파악된다.


스캔들로 세상에 나온 정용진 부회장


현재 정 부회장은 신세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의 미등기임원이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7년 12월 31일 기준 이마트 지분은 정 부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회장인 18.22%, 정 부회장이 9.83%를 가지고 있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 이마트, 이마트24 등에서 경영권을 쥐고 다양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정 부회장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마트를 맡아 총괄부회장으로서 경영하고 있다. 그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피코크, 노브랜드 등 실험적인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인 이마트24 매장을 급속도로 늘리면서 점차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가장 최근엔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 사업을 위해 하남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지난해 8월 24일 정용진 부회장이 공들여 오픈한 '스타필드 고양'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이렇게 현재 상황은 다른 기업들의 2~3세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 부회장도 재벌가 자손으로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은둔의 재벌 2세로 불리면서 조용히 지내다가 1997년 당대 최고의 스타 고현정과 결혼해 온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결혼 6년만인 2003년에 이혼하고 만다. 당시에도 톱스타와 재벌 2세의 열애는 호사가들의 큰 먹잇감이었다. 이들의 이혼을 두고, 지금도 두터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는 TV 일일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재벌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삭막한 풍경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공식적인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였다.


14년이 지난, 2017년 7월 TV조선 연예 프로그램 ‘별별톡쇼’는 둘의 이혼 사유를 도마 위에 올리기도 했다. 출연자들은 ‘정 부회장이 모 여배우와 사랑에 빠진 것’, ‘고현정한테 남자가 생긴 것’ 등 당시 무성했던 스캔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고현정이 밝혔다는 이혼 사유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그 주장에 따르면 “당시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했다. 다듬어진 상태에서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고현정이 말했다는 것.


2003년 이후에는 정 부회장의 재혼을 두고 말이 많았다. ‘연예인과 결혼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스캔들에 대해 담담하게 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당시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통해 스캔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직접 밝혔다. 그 즈음엔 그도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었다.


당시 그는 “나 자신에 대해 돌아봤다. 결국 대중이 내 과거 행실을 보고 소문을 믿는 것이니만큼 ‘너나 잘 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2008년에는 지금의 아내인 한지희 씨와 스캔들이 터졌다. 한지희 씨는 고 한상범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딸로서 플루트연주가다. 당시 정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팔로워 좀 늘겠군. 네이버 검색 2위!’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어 ‘구정, 추석이 가까워졌나’라며 그에 대한 열애설이 주기적으로 불거져 나왔다는 점을 에둘러 언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1년 결혼했다.


이후 정 부회장의 스캔들은 많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 이용을 계속하면서 경영상의 깜짝 발표나 최근의 근황들을 대중들과 공유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우는 15만명 이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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