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자신의 블로그서 주장… “드루킹 몰라” 魯 입장과 달라

 
▲ 노회찬 정의당 의원.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 당원 댓글조작 논란의 중심에 선 김모(49. 일명 드루킹)씨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드루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노 원내대표가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확인돼 주목된다.

 

드루킹은 작년 5월2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문재인 정권에 위기가 닥쳐왔을 때의 마음가짐’ 제하 게시물에서 “언젠가 정의당 노회찬 의원(당시는 전 의원)을 사석에서 만났을 때 노 의원은 노무현정부의 한미FTA 체결을 아주 공격적으로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노 원내대표는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가 2008년 4월 열린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후 19~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현재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이다.

 

정의당이 ‘드루킹 게이트’ 특검 반대입장을 밝힌 가운데 노 원내대표가 드루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20대 총선 직전인 지난 2016년 3월 드루킹 측근이 노 원내대표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장모 씨에게 200만원을 건넸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 드러난 것이다. 장 씨는 드루킹이 이끈 조직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를 두고 노 원내대표가 장 씨의 금품수수를 사전에 인지했으며 때문에 정의당이 특검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야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현재 야당에서는 정의당을 제외하고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특검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 원내대표와 정의당은 강력부인했다.

 

 
▲ 드루킹이 작년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관련 게시물(사진=드루킹 블로그 캡처).
 
 

 

20일 최석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2016년 총선 당시 지원봉사 중 1인이 경공모 회원이었으며 드루킹이 운영하는 경공모로부터 해당 자원봉사자가 200만원의 돈을 받아 처벌받은 사안”이라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바도 없고 수사받은 사실도 알지 못하다 언론을 보고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최 대변인도 “이와 같이 노 원내대표는 드루킹을 알지 못하며 드루킹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또 2016년 10월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10.4남북정상선언 9주년 행사에서 심상정·김종대 의원, 유시민 전 대표와 드루킹이 함께 참석한 것과 관련해서도 “정의당 의원들은 드루킹과는 전혀 안면이 없는 사이임을 분명히 한다”며 정의당 연루설을 부인했다.

 

이번에 확인된 드루킹 블로그 게시물과 관련해서도 노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23일 ‘허위주장’이라며 노 원내대표와 드루킹은 안면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야3당은 여전히 노 원내대표와 드루킹 간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특검이 도입돼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노 원내대표는 드루킹 게이트 연루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드루킹이 작년 4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 관련 게시물(사진=드루킹 블로그 캡처).
 
 

 

한편 드루킹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게시물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은 작년 4월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문재인 집권은 시대정신이다 - 법과 경제시스템이 바로서는 시대를 향한 그의 의지’ 제하 게시물에서 “제가 지켜본 문재인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정치, 사회, 경제공약 모든 것을 그는 자기 손으로 썼다. 이건 제가 얼마든지 확인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근거에 대해 “밤 새워서 공약을 직접 쓰고 그 다음날 가까이 있는 대변인 정도만 한번 읽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조언하고 바로 발표했다는 소리를 여러 경로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캠프 대변인을 지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드루킹 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과 드루킹이 온·오프라인에서 물밑접촉하고 김 의원 보좌관이 드루킹과 돈거래까지 한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김 의원은 드루킹에 대한 댓글조작 지시 의혹을 강력부인하고 있다.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자신의 사상과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작년 6월8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위기와 극복과정 - 송하비결의 재해석’ 제하 게시물에서 “새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은 재벌오너를 인적청산하고 경제시스템을 바로잡는 방법 밖에 없다”며 “참여연대, 경실련이 그런 역할을 해낼리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9년이나 준비한만큼 재벌개혁을 이뤄내는 건 경공모일 것”이라고 했다.

 

2014년 2월26일 올린 ‘공동체란 무엇인가?’ 제하 게시물에서는 “오늘은 제가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난 뒤 새로운 시대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공동체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다”며 자신의 사상이 반(反)자본주의임을 드러냈다.

 

재벌의 노동자 착취 등에 대한 적개심과 달리 정작 드루킹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는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은 2015년 4월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헌신입니다’ 제하 게시물에서 “저는 리더로서 여러분의 현재의 노력에 아무런 댓가를 제공해줄 수 없거나 또는 형편없는 댓가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자신의 능력을 금전적 대가로 환산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면 저도 여러분을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런 대가를 제공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주장과 달리 한 민간단체에는 수천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기부 관련 게시물들에서 2012년 12월 민족문제연구소에 약 55만원을 모 포털사이트가 서비스 중인 ‘콩’ 형태로 기부한데 이어 2013년 12월 약 88만원, 2015년 12월 약 525만원, 작년 12월 약 670만원 등을 같은 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