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원식 교수

우리 국민들 대부분의 고향은 농촌이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일어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2015년 도시화율은 82.5%로 세계적으로 매우 도시화된 국가에 속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에 산다. 도시로 이동한 사람들은 보다 좋은 직업과 교육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것은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어, 대화를 통하여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활동으로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도시는 복잡하고 답답하며 공간의 제약이 많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매주말 또는 휴가철이면 도시를 떠나 외국으로 가거나 관광지 또는 농촌으로 간다.

정부는 이러한 농촌관광 수요에 맞게 농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농촌 체험프로그램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어촌체험마을, 농촌진흥청의 농촌 전통 테마마을, 산림청의 산촌생태마을 등이 있으며, 여기에는 상당한 액수의 국비도 지원되고 있다. 또 농어촌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매년 많은 돈을 들여 계절별로 주로 농어촌지역에서 각종 축제나 행사를 개최하며, 이러한 행사에는 최소한 수만명의 도시인들이 참가한다. 이러한 행사는 참가인들에게 휴식과 관광, 그리고 고향인 농산어촌의 생활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준다. 또 이러한 행사는 농촌과 도시가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며 농촌의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농촌체험 프로그램과 각종행사는 도시민의 농촌관광이나 체류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농촌지역 주민들이 도시를 방문하여 도시를 체험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다. 도시에서 거행되는 각종 문화 행사에도 농촌지역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농촌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도시에 거주하는 자손들 집을 방문하거나 경조사에 참석하여 잠깐 동안 도시의 풍경만을 주마간산 격으로 감상할 뿐이다. 과거에 비하여 농촌주민들의 관광기회도 많아졌으나 대부분 유적지나 명소 관광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농촌 주민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에 와서 편한 마음으로 도시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것을 통하여 농촌 주민들은 도시의 새로운 문화를 접하여 도시를 이해하게 되고, 도시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도시 체험의 대상이 되는 주요 기관으로는 중앙 행정부처,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행정기관, 대학의 연구시설, 대기업체, 박물관, 국공립 도서관, 연극영화관, 오페라하우스, 백화점, 음식점과 도시의 거리 등 무수히 많다. 이러한 기관과 장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자손들이 근무하거나 공부하는 곳일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더욱 친근감도 가질 수도 있다. 도시의 고급호텔에서 몇일간 머물며, 국립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거나 음악회나 연극을 구경한다면 농촌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또 정부 부처에 들러 현재 추진하고 있는 주요 시책에 대한 설명을 들어 국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국회에 들러 국정을 논의하는 과정과 국회도서관에 있는 수십만권의 장서를 둘러보는 것도 좋고, 법원에 들러 재판과정도 참관한다. 대학에 들러 자녀들이 공부하는 교육시설을 들러보고, 기업에서는 상품의 생산 공정을 참관하고 이해 한다면 아마도 현장 경험을 통해 우리경제의 발전상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음식점이나 백화점에 들러보면 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어떻게 도시민의 식탁에 올라가는지 파악할 수 있고, 외국에서 수입한 상품이나 농산물을 보고 새로운 사업이나 농산물 생산에 있어 아이디어를 얻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도시 체험은 농촌지역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같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하거나 지원하여 줄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한국 사람들은 그동안 이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유학이나 해외연수 또는 관광을 통하여 우리의 경제와 사회·문화 수준을 다시 한 단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가서 수준 높은 사회 · 문화를 보고 듣고 배우듯이, 농촌지역 주민들이 도시의 사회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농촌과 도시의 주민들의 상호 소통은 물론 문화격차를 없애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많은 도시의 공공 건물과 시설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문명의 산물들, 이러한 것을 체험하고 공유하는 것은 농촌 주민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도시를 복잡하고 답답한 공간으로 인식하기보다 문명과 문화가 발생하는 중심지로 인식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농촌 주민들에게 보다 많이 주여져야 한다.
필자 약력
△전)농촌진흥청 경영정보관실 국장
△전)아시아 농업정보과학회 회장
△전)순천대학교 산학협력전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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