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후 美軍 주둔 정당화 어려울 것” 주장… 靑 “사실 아냐”

▲ 지난 3월31일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심포지엄에서 발언하는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최근 북한 김정은을 “현실적인 인물”이라 평가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여론 악화 앞에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일제히 문 특보 파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문 특보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오른 ‘남북정상회담 진전과 약속’ 제하 기고문에서 김정은을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한미동맹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평화협정 체결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미국이)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철수가 문 대통령 입장이라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 남한 보수야당 세력이 강력반대할 것”이라며 “이는 문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과의) 판문점 회담이 문 대통령 ‘꿈’을 실현할 새로운 기회를 열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문 대통령은 정확히 알고 있고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 발언은 “평화협정 후 주한미군 철수는 동맹국들은 물론 북한과도 논의할 이슈 중 하나”라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지난달 27일 발언과 맞물려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위층 탈북자들이 그간 주한미군 철수 위험성을 누차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외교부)에서 수십년간 근무한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대사관 공사는 작년 11월 미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 완료 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미훈련 축소,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생전증언에 따르면 김정일의 매제였던 장성택은 “지금 (남한에) 쳐들어가면 이긴다. 문제는 그 다음(미군)”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일성의 유훈’인 ‘조국통일’을 위한 남침을 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여론 악화 앞에 청와대는 문 특보 발언은 정부 입장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2일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해명에도 야당은 문 특보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청와대는 평화협정 체결 조건이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주한미군 철수가 청와대 입장이 아니라면 문 특보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문 특보 입장이 곧 문 대통령 입장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그간 문 특보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청와대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치고 빠졌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전 한미훈련 축소, 사드 기지 일반환경영향 평가 전환 등 그 ‘개인적 의견’은 대부분 적중했다”며 “청와대와 교감 없는 개인적 의견이 정부 정책으로 정확하게 적중하고 있으니 일심동체가 아니라면 (문 특보가) 돗자리를 깔아도 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문 특보를 강력비판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 특보는 문 대통령 특보인지, 김정은 특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 특보 해임을 요구했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그가 문 대통령 뜻을 미리 밝힌 게 아닌가 싶어 더 심각하게 걱정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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