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해고된 전 직원 “조씨 3남매 경영에 나서며 더 심해진 갑질”



제2차 촛불집회 일주일 뒤 예고
현 승무원 “쓰레기통이 찼으니 이제는 버려야 할 때”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땅콩회항’, ‘물벼락 갑질’ 등 온갖 갑질과 막말, 욕설 등 인격적인 모독 행위에 참다못해 대한항공 직원들이 거리로 촛불을 들고 나왔다.


4일 대한항공 직원들의 단체 대화방 모임인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과 갑질근절을 위한 제1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직원연대는 △기본인권 보장하라 △조씨일가 전원 OUT △조씨일가 철저히 수사해주세요 등 여러 가지 피켓 문구와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외치는 구호를 통해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어디까지 해봤니? 갑질, 밀수, 고함, 물컵, 폭행, 쌍욕“이었다. 그동안의 온갑 폭압적인 행위들을 요약한 문구였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뿐만 아니라 소식을 듣고 나온 많은 시민들도 참여했다. 취재진도 대거 모여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여줬다. 모인 인원은 대략 500여명. 정치권 인사 중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참여해 발언 없이 조용히 집회를 끝까지 함께했다.




현직 직원들 대부분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보여져 인기를 끌고 세계적인 익명 단체 어나니머스의 상징이기도 한 가면을 쓰고 나왔다. 그 외에 모자, 썬글라스, 망토 등으로 변장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현직이기 때문에 당할지 모를 사측의 협박을 예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한 참가자는 ”다음 집회 때는 가면을 벗고 나오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자유발언과 구호 외치기, 노래 등으로 이뤄졌다. 결정적인 여러 장면들이 나오기도 했다. 17년 전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당했던 전 직원이 나와 후배들을 격려했고 현직 직원은 자유발언 하러 나왔다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 환호를 받았다.


가면을 썼던 사회자도 가면을 벗어 주변을 환호케 했다. 사회자는 다름 아니라 땅콩회항의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이었다. 전직 직원은 오랫동안 있어왔던 조씨일가 갑질에 대해 침묵했던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한다며 박 사무장을 격려했고 서로 힘찬 악수를 나누고 포옹하는 장면은 가장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대한항공 항공기 승무원의 상징인 민트색 자켓을 입고 참여한 한 승무원은 자유발언에서 ”이자리까지 나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썩은 곳이 있으면 도려내야 하고 쓰레기통이 차면 버려야되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방만한 경영과 폭력으로 직원들을 떨게 한 조씨일가의 태도가 넘치고 넘쳐서 이제는 그 쓰레기통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대항한공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든 것은 조씨 일가다. 이제는 전문적인 경영인을 데려와서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다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마지막에는 최초 단체 채팅방을 만든 관리자의 메시지를 박 사무장이 대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직원연대의 마지막 구호는 시민들에게 하는 것으로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로 약 1주일 뒤 2차 집회를 예고했다.




집회를 마치고 나온 심상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조씨일가의 갑질 만행과 불법 밀수혐의를 철저히 수사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항공 직원들이 가면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노동권을 제한받고 있는데 항공 산업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노동권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참여 이유에 대해 ”그냥 비를 함께 맞는 심정으로 왔다“고 짧막하게 답했다.


가면을 쓴 현직 대한항공 직원은 ”일단은 저희가 굉장히 어렵게 시작했다. 생각 외로 동료분들이 많이 나와주셔서 진짜 제대로 된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면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얼굴 내놓고 하고 싶다. 회사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는 보장이 있다면 좋은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 단톡방 현재 분위기도 일단 집회를 했다는 것에 고무적이고 다음 집회 때는 더 많은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17년 전에 해고된 직원이자 노조원이었던 A씨는 “제가 해고될 때도 갑질이 많았다. 당시에도 이런 시위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사실은 조 씨 3남매가 경영에 들어서면서 갑질이 더 심해진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직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나오게 된 것 같고 안타까우면서도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17년전과 어떤 점이 다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촛불을 경험해서 용기를 얻은 것 같고 땅콩회항, 물벼락 갑질을 접하면서 이건 아니다라고 느꼈을 것이고 내 권리마저도 짓밟는 이런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절묘한 방식으로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며 기쁜 마음을 털어놨다.


현재 단톡방에서는 이미 밝혀진 것 이외에도 많은 갑질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대항항공 일가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시민사회의 압박으로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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