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으랴! 하늘같은 은덕을 어디 대어 갚사오리.” “어버이 살아신제 섬기기란 다 하여라, 지나간 후이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송강의 훈민가(訓民歌) 16수 중 첫 번째와 네 번째 시조입니다. 이 외에도 어버이의 은혜에 관한 교훈적인 말과 글, 노래와 창작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를 하나 소개해드릴까요? 고려 충렬왕 때 추 적(秋 適)이란 분이 편찬한 명심보감(明心寶鑑)이란 책에서 중국 고전중의 고전인 시경(詩經)에 나오는 노래를 짜깁기해서 올려놓은 노래입니다. 첫 구절은 송강의 시조와 꼭 같아서 생략합니다. “슬프고 슬프다 어버이시여, 날 낳으시느라 애쓰시고 고생이 많으셨네(哀哀父母 生我劬勞), 그 깊은 은혜를 갚고 싶은데, 넓은 하늘같아서 끝이 없구나(欲報深恩 昊天罔極).” 끝부분 ‘호천망극’은 부모님 기제사 축문에 늘 쓰이는 말이지요. 제가 어렸을 적 할아버님께 참 많이 들었던 구절이라 지금도 이 구절을 읊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은 어떻습니까? 이 상(李 箱)의 유명한 연작시 ‘오감도(烏瞰圖) 시 제 2호’입니다.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느냐나는왜드디어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좀 애매하지 않나요? 하여간 ‘나와 아버지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해서 표현한 것’이라고 저는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당나라 시인 맹 교(孟 郊)의 ‘떠돌이 아들의 노래(游子吟)’는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입니다. “어진 어머니 손 안의 실이, 떠돌이 아들 몸 위의 옷이로구나(慈母手中線 游子身上衣) 떠남에 임하여 촘촘한 바느질은, 혹여 더디 돌아올까 걱정이시지(臨行密密縫 意恐遲遲歸) 누가 한 가닥 풀의 마음으로, 봄내 비취는 햇볕을 갚을소냐(誰言寸草心 報得三春輝)” 어떻습니까?

인류를 포함해서 모든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종족이 보존되고 계속해서 번성하기를 갈망합니다. 각 개체가 바로 이어진 한 몸은 아니지만 어버이와 자식 사이에는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지요. 저는 그래서 대를 이은 연결 관계를 ‘직선’이 아닌 ‘점선’으로 표현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인 듯합니다. 그래서 ‘내리 사랑’이라고 하는가보지요. 누구나 어버이가 되는 것은 바로 ‘자기 종족의 태초부터 영원한 미래까지 이어지는 그 위대한 점선의 이음새’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식들의 어버이사랑은 자연스럽게는 잘 되지 않는 모양이지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효(孝)’가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 윤리의 첫 번째로 강조되고 있나봅니다.

오늘 어버이날 하루만이라도,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반의 반 만큼이라도, 자식들의 어버이 사랑이 어버이들의 마음속에 절절하게 느껴지는 날이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봅니다. 저는 오래전에 어버이를 여의어서 일찍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되었습니다만, 어버이를 모시고 있는 분들에게 오늘은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의 ‘어머니의 마음’ 노래부터 먼저 불러드리기를 권합니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이 세상의 어떤 노래보다 가장 심금을 울리는 우리의 노래입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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