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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농업의 산업화 토대 만들어 지역발전 체계 구축할 것”

    기사입력 2018.05.10 11:21   최종수정 2018.05.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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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크기변환__YH_9986.JPG▲ 최근 전북 전주 완산구 농촌진흥청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라승용 청장. (사진=농촌진흥청 홍보실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농촌진흥청은 연구기관으로서 농업 분야의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단계부터 수급안정, 유통, 상품화 그리고 안전 문제에 이르기까지 농업 거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 기술은 점점 더 그 중요성이 무거워지고 있다. 그만큼 농진청은 전문성도 획득해야 하고 수많은 관련 기관들과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

    투데이코리아가 지난 4월 하순 전북 전주 완산구에 위치한 본청에서 만난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관행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인터뷰 내내 보여준 자신감과 확실한 자기 철학은 이를 증명해주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관습과 관행을 버리고 낮은 자세로 모든 관계 기관과 사람들을 만난다는 라 청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라승용 농촌진흥청장과 일문일답이다. 대담은 본지 권순직 논설주간이 맡았다.

    문 : 농촌진흥청에서 9급부터 시작해 청장까지 되셨습니다.

    답 : 차장을 퇴직하고 6개월 동안 익산시 명예농업시장, 국제종자박람회 조직위원장, 대학 강단 등에서 활동하면서 농진청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우리(농촌진흥청)에 대한 평가는 왜 이렇게 혹독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대학에 있을 때 농업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참 많이 접했고 작년 국제종자박람회 할 당시에는 기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안에 있을 때 듣지 못했던 것들을 신랄하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취임사에 ‘정중지와(井中之蛙)’라는 사자성어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동안 안에서만 밖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 이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정부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혁신성장 정책 안에도 포함돼 있는 것처럼 관행과 관습을 버리는 청장이고자 합니다. 정말 놀란 것은 차장을 할 때 저 스스로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안에 있을 때 얘기를 안 하던 사람들이 밖에 나가니까 그렇게 많은 말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웃음)

    문 : 그렇다면 그 6개월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지금 우리 농업에서 제대로 봐야 할 게 무엇인지. 녹색혁명 등 우리가 많은 좋은 품종을 개발하고 다 했는데 수급에 대해서는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느냐는 생각입니다. 쌀 생산과잉 문제에 농촌진흥청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 좋은 품종을 만드는 노력을 했는데 수급에 대해서는 우리 일이 아니라고 보지는 않았느냐. 결국에 정책과 연계되지 못한 일을 해서 우리 스스로 외부에 그런 인상을 심어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령, 가축 질병은 우리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가축 질병에 대한 미션이 없다고 생각했던 게 우리 직원들 생각이었습니다. 작년 살충제 계란 파동 때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사료기술이 연계된 점을 감안해, 두 가지 중요한 패턴을 연구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이제는 기후변화, 토양, 작물 등 모든 것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문 : 취임 후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답 : 작년에 시민단체들이 농진청 앞에서 GMO 반대시위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법과 규정보다도 강하게 했는데 왜 그분들은 반대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 입장에서 그분들이 우리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7월 18일 취임해서 9월 1일 반대연대 시민단체와 MOU를 맺었습니다. 합의할 때 제 생각은 우리 연구원들이 안정적인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보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고 외국에서 GMO가 들어올 때 우리가 연구를 하지 않으면 감시도 못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대신에 시민단체와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농생명위원회를 운영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사회단체와 과학계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 : 취임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청장님의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 : 농진청은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양자간 혹은 다자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술이전 사업이죠. 이들 국가는 식량문제에 대단히 관심이 많습니다. 양자간 사업을 20개 나라에서, 다자간 사업을 45개 나라에서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전을 해주고 있는데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 방에 일주일에 거의 2개 나라 대사나 장관들이 와서 우리하고 양자간 교류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게 왜 그러냐 하면 50년 동안 우리 농업은 굉장히 발전해 우리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나라에 맞춰서 맞춤형 기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이 쌀입니다. 그런데 비싸고 없어서 못 먹는 거죠. 그 나라가 벼 재배가 안되냐? 그렇지 않고 물도 풍부하고 기후도 좋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맞는 품종이 없는 거죠. 우리가 과거에 통일벼로 가져가서 심어보니까 굉장히 잘 자라는데 수확할 때 보면 그 나라 풍토병에 걸려서 수확을 하나도 못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벼와 살아남은 재래종(야생종)을 교배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품종을 만들어서 지금 그 중에서 두 개 품종이 선발단계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 모든 나라 사람들이 우리한테 그 종자를 받기 위해서 들어오고 기업들도 돈 대겠다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국제협력사업도 중요한 부분으로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들입니다.
     
    문 : 우리나라가 해외 기술이전 사업에서 인기가 좋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 그 나라에 맞춤형 기술지원을 하는 겁니다. 일테면 볼리비아에 나가서 보니까 바이러스 때문에 감자 수확량이 헥타당 6톤밖에 안됩니다. 바이러스에 강한 종자를 만들어서 36톤이 나오도록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나라 장관이 우리 전문가를 6년간 여기 있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웃음)

    사실 바이러스에 강한 종자를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기술입니다. 볼리비아의 경우 갖춰진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화된 기술이 통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장비가 없을 때 했던 기술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현지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과학기술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케냐의 경우, 모심을 때 모줄 대는 법을 알려줬더니 굉장히 신기해 합니다. 그게 그 나라에 맞는 기술인 겁니다. 최신 이양기를 가져다 줘도 이용할 줄 모릅니다. 현지 환경에 알맞은 맞춤형 기술지원이 농촌진흥청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 국제협력사업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요?

    답 : 국제협력사업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통합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농어촌공사가 하는 것이고 개발 사업 등을 코이카에서 합니다. 농진청은 기술이 없으면 안 되는 보급 위주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그럼에도 정부개발원조(ODA)가 분절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고 농업 관련 부분은 다 함께 가자고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농어촌공사와도 조만간 이와 관련한 MOU를 체결할 예정입니다. 하드웨어(농어촌공사)를 깔 때 기술(농촌진흥청)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자는 겁니다.

    문 :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쳥년 농업인 육성 등이 문재인 정부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 : 품목별로 청년 농업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농업인들은 현장에서 뛰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많이 있습니다. 젊은 연구원들이 이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Twenty-20클럽’은 농업인과 연구인력이 함께 하는 연구 체계입니다. 

    사실 청년 농업인들 중에는 100대기업 못지 않은 수입을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농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채널A와 협업해 다큐멘터리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생산보다 중요한 게 경영이라는 생각입니다. 경영을 잘하기 위해선 마케팅을 잘 해야 되고 마케팅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생산중심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도 농진청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정 크기변환__YH_0080.JPG▲ 열정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는 라승용 청장. (사진=농촌진흥청 홍보실 제공)
     

    문 : 기술 개발이 있으면 상품화·산업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실제로 전북 지역에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한국신품연구원, 농업기술실용화제단, 김제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등 여러 기관들이 있습니다.    

    답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미래를 위해서 가장 먼저 되어야 할 것이 농업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AI, IoT, ICT, 로봇 등도 농업이 가져가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혁신도시 시즌2’ 플랜1, 2, 3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 균형발전 계획에 혁신도시 시즌2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곧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성공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랜1’은 농진청이 중심이 돼서 산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게 종자산업입니다. 농촌진흥청이 유전자원센터에 31만2000점의 유전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육종기술을 개발합니다.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산업화 돼 기업에 넘어가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습니다. 작년 종자박람회 현장에서 3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46억6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고부가가치가 산업이 지역에 만들어질 것입니다.

    ‘플랜2’는 농진청-지자체-대학-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농생명산업 육성입니다. 산업화가 되면 지역에서 공부하던 대학생들이 서울로 가는 공동화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들이 지역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플랜3’은 농촌진흥청 30개 기관이 전북에 내려와 있습니다. 협업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가령, 농촌진흥청의 숙성 데이터가 공간 정보랑 합치고 거기다 기상 정보까지 합쳐지면 태풍을 예측 가능하게 됩니다. 태풍 발생 시 이번의 바람 크기로 봤을 때 밴드 하나 있으면 된다, 아니면 비닐을 찢으라고 대책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 : 농촌인구 고령화 문제, 지역의 공동화 현상, 지역 활성화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답 : 대학 강단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역시 우리 농대생들은 직장을 얻으려고 하는데 어디를 갈지 모릅니다. 농수산일자리 직업 특강을 했습니다. 세계적인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직업을 어떤 경로로 찾아가야하는지, 경제적인 소득을 내고 있는지 강의를 했는데 인기가 좋았습니다. 지역의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계속 만들어질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 체계가 갖춰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치유농업사, 스마트팜기술사, 도시농업관리사 등이 만들질 것입니다.

    저는 틈 날 때마다 연구실에 찾아갑니다. 환경 미세먼지 연구팀에도 직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청장으로서 그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결국에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끊임없이 그 소양을 쌓아야만 갖게 되는 능력입니다. 박사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는 끊임없이 그런 생각을 가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직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 스마트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텐데요. 어떻게 진했되고 있습니까?

    답 : 스마트팜 1세대는 편리성 위주로 컴퓨터나 모바일을 이용하는 것이고 2세대 생태정보를 정확히 파악을 해서 미량 양분까지도 간단하게 맞춤형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3세대는 에너지 절감형 로봇까지 확장합니다. 지금 1.5세대까지 잘 가고 있습니다. 익산 토마토 농가 같은 경우에는 토마도를 제배하는 데 생산량 62.5% 향상, 경영비 21.4%, 에너지 30% 절감, 편리성 4배 향상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또한, 표준화·규격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장비의 국가표준을 만드는 일입니다.

    문 : 최근에 농업분야에서 손꼽을 수 있는 성공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답 : 기술이라는 게 하우스 하나를 지어서 꾸려나가데 온실에 환기팬 하나만 바꿔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농장에 필요한 절대 기술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기술을 적용할 때 패키지화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다양하게 들어가야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성과라고 하면, 재작년에 밀가루 대용 쌀품종(한가루)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밀가루를 210만~230만톤 수입을 합니다. 1인당 23kg를 소비하는 것이죠. 반대로 쌀은 남아서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약 20% 쯤 한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면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쌀 소비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획기적인 품종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목적형 가공용 쌀입니다. CJ에서 햇반용 품종을 가져갔고 국순당에서도 막걸리용 품종을 가져갔습니다. 원예작물의 경우에는 ‘홍루’ 품종 개발·육성으로 약 1조원 정도 효과를 봤습니다만 국민들은 잘 모르십니다. (웃음)

    한우는 개량을 통해 900kg~1톤 정도 되는 소를 탄생시켰습니다. 작은 것 같지만 에스트로겐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해 SK가 가져다 생산한 제품입니다. 

    문 : 끝으로 올 한해 각오와 다짐에 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농촌진흥청의 연구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농가소득 향상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농촌진흥사업을 펼칠 예정입니다. 즉, 소득주도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쌀 수급안정, 안전한 먹거리 생산, 농업인력 양성에 노력하고 스마트팜 기술개발 등 4차산업혁명 융복합 기술개발, 수출산업 육성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여 국가의 혁신성장에도 기여하겠습니다.
     
    승풍파랑(乘風破浪), 부는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시장개방 확대, 기후변화, 고령화 등 어려운 도전에도 움츠리지 않고 더욱 과감하게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 정리=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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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김성기 칼럼] ‘주택매매허가제’ 그 발상에 경악한다
  • 김성기 부회장|2020-01-21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공언한 다음 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부동산 매매허가제'까지 언급했다. 강 수석은 한 방송에 나와 “특정지역에 대해 매매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유재산권을 위협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와 여당은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으나 발언 배경이 심상치 않다. 청와대에서 경제 분야가 아니라 주로 국회, 여야 정당들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정무수석이 나서 허가제를 거론한 것부터 4월 총선을 앞둔 편가르기가 아닌가 의구심을 부른다. 초법적 국가주의를 앞세운 주장에 섬뜩한 오기가 느껴진다. 주택은 대부분 중산층 가계의 재산 목록 1호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사유재산이며 주택거래는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허가제' 채택을 꺼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비웃듯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독선에 기울어 서슴없이 편향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위해 ‘끊임 없는 대책’을 내놓다 보면 시장이 얼마나 충격을 받아 왜곡되고 국민의 세부담은 얼마나 고될지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부 대책이 주로 강남 등 특정지역을 겨냥한 공세로 보이지만 강남 의 고가 아파트값이 원상회복 수준으로 폭락하면 강북 등 다른 지역은 더 큰 충격을 받게 마련이다. 게다가 주택 담보가치의 하락은 금융부실까지 불러 시장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아오게 된다. 과거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경험한 일들이다. 그런데도 강 수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매매허가제까지 들고 나왔다. 봉급생활자들을 비롯한 대부분 중산층은 허리띠를 조여가며 어렵게 장기간 저축해 몫돈을 마련하고 여기에 대출을 더해 내집마련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 성장에 따라 집 크기를 차츰 늘렸다가 자녀 결혼과 은퇴를 맞으면 집을 처분해 줄여나가는 식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가계가 많다. 어찌 보면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다음에야 내집마련을 비롯한 주택거래에 평생의 경제활동을 집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매매허가제는 대다수 국민의 재산형성 과정에 정부가 간여하고 거주이전까지 간섭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책이다. 시중에는 얼마 전부터 묘한 사설 정보지(속칭 찌라시)가 돌았다. 정부가 강남 등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거래허가제를 도입하고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가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강 수석의 발언이 여기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정무수석이 매매허가제를 들고나온 배경에는 부동산 포퓰리즘이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고가 아파트를 규제해 중산층과 재산가들을 묶어두면 박수칠 유권자들이 더 많다는 표계산이 깔려 있다. 그리고 시장과 싸워서라도 부동산을 꺾고 말겠다는 오기가 ‘끊임 없는 대책’ 발언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자신감에 차 있다 할지라도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초법적 조치를 국민이 용인할 것이라는 발상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시장에 역행하는 연이은 대책들은 부작용을 불러와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줄 우려가 크다. 죽창 들이대고 윽박지르는 식의 정책이 시장에 먹힐 것이라는 구상은 큰 오산이다. 충동적인 정책을 마구 들이대 여론을 둔감하게 만들려는 속셈도 깔려 있겠으나 국민이 언제까지 그 횡포를 인내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그 독선을 용납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두렵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데스크 칼럼] 세금으로 표를 사려는 한심한 정치가
  • 김충식 편집국장|2020-01-14
  • 최근 정의당이 '총선 공약 1호'로 발표한 '청년 기초자산제도'를 놓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이 지난 9일 제21대 총선 공약 1호로 내놓은 ‘청년기초자산제도’는 소득 기준 없이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각 3000만 원을, 양육시설 퇴소자 등 부모가 없는 청년들에게는 최고 5000만 원까지 기초자산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표풀리즘(표+포퓰리즘 합성어)이라며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만 20세 청년에게 청년기초자산 3000만 원을 제공하겠다는 정의당의 공약은 이번 총선을 위해 급조된 공약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지난 대선 때 제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청년사회상속제를 청년들이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할 수 있는 소요 경비를 기준 3000만원으로 확대 강화한 것”강조했다. 이어“청년기초자산제도는 청년들에게 단지 수당을 올려주자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청년의 미래를 위해서 청년의 기초자산을 국가가 형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당장 내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필요한 예산을 18조원 정도로 추산하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재정은 상속증여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강화, 부유세 신설 등 자산세제 강화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챦다. 특히 올해 총선에서 투표권이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인 만 18세까지로 하향 조정된 만큼, 이들의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살이 되면 일률적으로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에 진정성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엄청난 돈을 어떻게 구할 것이며, 20살이 받는 거액을 21살이 못 받는다면 그들은 가만히 있겠는가? 결국 모든 국민에게 그 돈을 다 쥐어주겠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종철 새로운보수당 대변인도 "돈으로 청년의 정의를 사겠다는 마음이 악하다. 정의당의 정의는 시궁창에 던져버려라"며 "당명에 정의라는 단어를 쓰는 정의당이 참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위한다면 돈을 주기보다 희망을 갖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유대인들의 자식교육법에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어 한끼 배불리는 부모와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 누가 더 현명한가. 일본의 전 일본 총리 다나카 가쿠에이는 “정치는 곧 머릿수이고, 머릿수는 곧 힘이며, 힘은 곧 돈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에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필요한 사람을 모으기 위해 돈으로 표를 얻고, 그 얻은 표로 의원 수를 늘려 힘을 가질려는 것. 지금 대한민국은 이러한 정치가가 인기를 얻고 있다.
  • [박현채 칼럼] 혁신 경연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 기업
  • 박현채 주필|2020-01-10
  • 정부와 정치권이 기득권의 눈치를 보며 온갖 규제로 혁신산업을 가로막고 있으나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9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0'에 400개 가까운 기업 등이 참가, 혁신기술 선보이기에 나섰다. 역대 최대이자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규모다. 올해 161개 국가에서 4500여개 기업이 참가한 CES는 최첨단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다. 단순한 가전박람회 차원을 넘어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무대이다. 그런 만큼 전통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는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과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은 그동안 개발해 온 신기술을 선보여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기술 전쟁에서 잔존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글로벌 니즈를 파악해 혁신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SK, 두산 등 재벌그룹을 비롯해 웅진코웨이, 팅크웨어 등 중소·중견 기업, 창업기업, 협회·단체,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 등이 올해 CES에 대거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5G 이동통신 기반의 ‘디지털 콕핏 2020’과 테두리가 없는 QLED 8K 텔레비전 등을 선보였고 LG전자는 지난해 ‘롤 업’ 방식에 이어 올해는 위에서 아래로 펼쳐지는 ‘롤 다운’ OLED 텔레비전을 내놓았다. 특히 현대차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5명이 탈 수 있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수직이착륙 기능을 지닌 실물 크기의 날개 달린 개인용 비행체 ‘S-A1’를 공개,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CES 2020’ 슬로건은 '삶의 일부로 파고든 인공지능(AI)'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AI가 여러 기술과 접목돼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미래 기술들과 함께 AI가 차세대 신기술이 아니라 이미 보편적 기술이 됐음을 알려주는 제품들이 대거 새롭게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AI로봇 '볼리'를 비롯해 LG전자의 가상 의류 피팅 솔루션 '씽큐 핏 콜렉션', 인텔의 차세대 AI칩 '타이거 레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AI가 부지불식간에 우리 곁으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자동차업체 전시관에 항공기와 스마트시티 콘셉트가 등장, 자동차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넘어 개인용 자율항공기, 이른바 ‘플라잉 카’로 모빌리티 기술이 한 단계 더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이후 세계경제 지형 변화를 이끌 이슈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간의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을 꼽았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각국 간 기술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나 기업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혁신이 이제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된 것이다. 한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AI에 힘입어 앞으로 최소한 10년간 매년 1.2%포인트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8세기 증기기관 발명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단한 영향력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당장 눈앞의 표만을 의식, 온갖 규제로 혁신산업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 기업들은 손발이 묶인 채 선진 AI 기업들의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카셰어링 등 신규 혁신사업을 국내가 아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하는 등 국내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제가 없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지난달 야심찬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의 AI 기술수준이 미국, 중국 등 선두주자에 2년여 정도 뒤처져 있는데다 현실성이 떨어진 뜬구름 잡는 구상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 이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정부가 혁신성장에 관심을 두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이기도 하지만 규제혁명이라는 말도 있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더라도 이를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제대로 육성되려면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는 마당’이 조성돼야 하는 만큼 기업의 기술과 정부의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미래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정부의 ‘AI 국가전략’이 대(對)국민 홍보용이 아니라 진정으로 기득권 장벽을 허무는 혁신 성장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권순직 칼럼]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건 비전
  • 권순직|2020-01-09
  •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발표, “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나아진 경제로 확실한 변화를 체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9000여 자 분량의 신년사중 절반이 넘는 4600여 자를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할애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렵고, 서민생활이 힘들어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의 통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올 한해 국정의 중점을 어디에 두고,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이를 추진할지가 담겨있다. 국민과 기업들은 이를 믿고 계획을 세우며 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게 된다.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은 - 40대와 제조업 고용부진 해소 등 일자리 확대, - 벤처 창업과 성장 지원 및 소재 부품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 저소득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확대, - 어린이안전과 미세먼지 대책, - 권력기관 개혁과 부동산투기 억제 등 공정사회 구현, - 남북관계 개선 및 올림픽 공동개최 추진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이 대통령의 뜻대로 성취되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민생 분야에서만은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들이 달성되도록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신년사에서 보여준 정부, 대통령의 시각에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고용문제만 해도 지난해 신규취업자가 크게 늘고, 청년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등의 수치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지니계수가 호전되어 상대적 빈곤이 줄고 분배가 개선됐다거나, 규제가 완화되어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등의 자화자찬(自畵自讚)은 납득하기 힘든 요소가 많다. 이 정부 들어 자주 지적되는 얘기 중의 하나는 ‘필요한, 입맛에 맞는 통계수치’만 골라 경제현상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전제하에서 수립되는 정책은 의도와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현실을 직시하고, 성찰할 것은 성찰하는 가운데 나온 정책이라야 올바른 것이다. 정책의 시행착오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이면 그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우리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청년 일자리를 포함한 고용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이 정부가 지금까지 펴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등은 일부 긍정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더 많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상에 치우친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 정책의 과감한 궤도수정이 필요한데도 겉으로는 ‘수정’이지만 실제로는 ‘마이웨이’다. 매일 매일 국민의 삶에 직접 와닿는 미세먼지 문제만 해도 지난 3년간 나아졌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당장 견디기 힘든 젊은이들의 지하철 출근길 모습을 정책 당국자들은 보는가. 인구 구조의 노령화와 저출산 가속화는 국가 사회의 존속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런 문제들이 국가 정책의 주요 이슈가 되지 않는 이유를 모른다. 과거 정권에선 그래도 한두 가지씩의 미래먹거리 산업 육성에 주력했다. 이 정부의 미래먹거리 산업 육성 타깃은 뭔가. 벤처 산업 지원은 정부 할 일도 아니다. 이것저것 걸림돌만 치워주면 우리의 벤처기업인들은 펄펄 난다. 소재 부품 장비산업 등 3대 신산업 분야 육성에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도, 기업에선 이미 열심히 하고 있는 것들이다. 정부 간섭만 없으면 된다. 집권 3년 차인 이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이 뭘까 생각해 본다. 남북문제가 맨 먼저 떠오른다. 김정일과 만나 손잡고 많은 대화를 했다. 전쟁의 위협에서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만도 큰 치적이라고들 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미국 등 주변국들과 얽힌 문제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문제 접근을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집권 초기 시작된 적폐청산 문제는 2년여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적폐가 청산됐는지, 또 다른 신(新)적폐가 쌓여가고 있는지 고개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조국 사태는 작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자부하고 또 믿어온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청렴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는 걸 조국 사태에서 보여주었다. 그걸로 끝났으면 다행일 것을, 온 국민들 피곤하고 화나게 만들었고, 종내는 둘로 쪼개놓고 말았다.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시달렸을 시민들, 교실에서 책과 씨름했을 학생들, 편히 쉬어야 할 노인들이 주말만 되면 서초동이다 광화문이다 대한문이다 이런 곳으로 몰려 아우성을 쳐야 했다. 곰곰이 생각하면 조국 사태는 간단하다. 핸섬하고 이름 있던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서 생긴 문제인데, 핵심은 염치없는 내로남불의 상징이 된 그를 장관에 앉히려는 데서 발단한 것이다. 말과 행동이 수없이 달라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그를 왜 꼭 장관을 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조국을 수호해야 하는지 국민의 절반가량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과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옹색한 말싸움도 지난해 국민들을 괴롭힌 일이다. 국가 지도자는 눈앞의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것 못지않게 먼 장래의 국가 사회를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둘로 갈라진 국민들을 한데 어울리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지도자다. 국민들은 지금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 말고도, 우리의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먼 미래를 걱정한다. 국가의 리더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 조은경 작가의 귀촌주부다이어리
  • [조은경의 귀촌주부 다이어리]2-11
  • 조은경 작가|2020-01-13
  • 2020년도의 새 날이 밝았다. 양력 정초라면 겨울의 한 복판이다. 음력 설 정초까지가 깊은 겨울이다. 진짜 겨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때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마실을 다닌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 말이다. 서울에서는 친구들과 전화해서 서로 좋은 시간을 고르고 난 다음, 찻집이나 음식점을 정해서 만나러 나간다. 만나러 가는 장소는 더 이상 서로의 집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집으로 방문한다. 집으로 방문하니까 더욱 정겹다. 외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손님을 접대하는 점도 편안하다. 이번 달엔 중요한 방문객이 몇 분 있었다. 우리 부부가 준비하고 있는 동림원의 설계를 맡아주기 위해 서울서 일부러 내려와 준 과일 박사 최 동용님이 있었다. 우리가 심으려고 하는 과일 묘목에 관련된 책자를 여러 권 선물로 가지고 왔다. 다음은 본인도 과수원을 하고 있으면서 우리 부부의 과일 나무 정원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털어내어 동림원의 기초를 다지는데 조언을 주는 젊은 이장, 이 영수님이 있었다. 그는 말하자면 시골에서 바라마지 않는 젊은 농업인이라 할 수 있다. 동림원 예정지 현장에서 토목 관계로 직접 조언을 주기도 했지만 오늘은 전체적인 식목에 있어 꼭 필요한 조언을 해 주었다. 즉 과일 나무들이 정원의 모습으로 나타나려고 한다면 밀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촘촘히 심으면 질병에 취약하니 과일나무간의 간격을 넓게 잡으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들라면 스토리가 있는 정원을, 또는 테마가 있는 정원을 조성 단계에서부터 기획하라는 것이었다. 이장님이 떠나자 새로운 불빛이 반짝 켜지는 느낌이었다. 통찰력 있는 젊은 이장의 방문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다. 이름부터 바꾸기로 했다. 전에는 동림원의 부제를 –과수 박물관-이라 부르려 했지만 지금은 –과일나무 정원-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향기로운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어여쁜 정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과일들에게서 높은 소출을 기대한 바가 없고 다만 어린이들을 위시한 방문객들에게 갖가지 과일 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려는 목적이었으므로 우린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닥엔 잔디를 심는 거야.- -그 넓은 곳에 전부? 과수원 바닥에 잔디를 심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게........우리 동림원은 보통 과수원이 아니고 과일 나무 정원이기 때문이지. 정원에 잔디를 깔고 싶어, 과일 나무를 심을 곳과 산책길, 그리고 산책 길가에 꽃 심을 곳은 빼고 말이지.- 이런 생각 후에 나는 다시 과일 나무의 종류를 셈해 보았다. 다 해서 20가지 였다. 동림원에 20 군데의 과일 나무 빌리지가 생기는 것이다. 잔디 위에........정말 근사한 일이 아닐까? 또 한 분 멋진 인물이 방문했다. 남편의 학교 후배로 가끔씩 우리를 방문해 주는 분이 친구와 같이 왔는데 그 친구 분이 자신을 테너라고 소개하며 씨디 하나를 건네준다. 국내 유수의 음악대학과 이탈리아의 음악원을 정식 졸업한, 수많은 오페라에서 주역을 한 백 용진 씨가 그 분이다. 깜짝 놀랐다. 동림원이 개원하게 되면 노래를 불러 주시겠다고 미리 약속도 해 주었다. 이럴 수가! 다음 주에 우리 부부는 방문객이 되어 같은 고경면에 사는 두 분 이웃을 방문하러 갔다. 첫 번째는 고도리 와이너리의 최 사장에게다. 전부터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 와이너리의 와인을 선물로 받아 마셔 본 기억도 있어서 궁금했었다. 이장님과 함께 방문했다. 최 봉학 사장은 영천 토박이로 27년 전에 귀향해서 10년 전부터 고향의 명물 영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데 신명을 바친 인물이다. 그 곳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 8 종류를 모두 시음하도록 해 주었다. 흐음... 내가 마셔본 바에 의하면 레드 종류를 빼고 모든 와인이 합격점 이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의 화이트 와인은 이미 수많은 품평회에서 수상해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진 제품이지만, 시음한 바, 복숭아 와인이라든지 아이스 와인이라든지 스파클링 와인 등 특수 와인도 세계 유명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문해서 시음해 본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와이너리의 와인과 비교해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사장님은 레드의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도전해 보고 싶지만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씀했다. 아마 최 사장의 열정이라면 언젠가 그 일도 이루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은 우리 마을에 들어올 때면 언제나 지나가는 첨단 비닐하우스 온실이 있는 서원 농원의 김 형수 사장 댁으로 갔다. 호국로 큰 국도로 나가기 전에 항상 지나는 길인데 언젠가부터 온실 안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한라봉(?) 아니면 천혜향(?)일 것 같은 주황색 큰 과일이 내 눈을 끌었던 것이다. 아! 나는 역시 과일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되는 일이지만. 남편을 졸라서 아는 분에게 소개받아 시간 약속을 하고 방문했다. 김 사장님은 유리 온실이 아닌 비닐 온실임에도 두께가 1.5센티의 특수재질로 방염, 방풍에 강하고 투광도 아주 좋다고 설명한다. 일조량이 많은 덕분에 영천이 위도 상으로는 남쪽인 제주도와 연료비 차이가 별로 안 난다는 파격적인 말씀을 했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옛날 사과 과수원이었던 넓은 땅에 25년 전부터 편백을 심어왔다는 얘기도 해 주었다. 안쪽으로 또 하나의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놀랍게도 커피, 파파야, 바나나 등 열대 과일이 무성했다.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를 보여 주고 로스팅 머쉰과 브루잉 머쉰을 보여 준 것은 사모님이다. 두 분은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시켜 준다고 했다. 우리 고경면 안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농업인들이 있다니, 가슴이 뿌듯했다. 오늘, 겨울이 깊은 밤, 백 용진 테너의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들으면서 제주 산보다 더 향기로운 한라봉을 안주로 고도리 와인을 마시고 있다. 시골에 내려와서 이렇게 멋지게 사는 사람, 어디 나와 보라고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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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기자수첩] 인도 시민권법 개정, 특정 종교인 제외로 ‘몸살’
  • 김태문 기자|2020-01-14
  • 홍콩에서 범죄자 송환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인도에서는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에 무슬림교도 등 특정인들을 배제하면서 인도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시민법 개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인도정부가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시민권법 개정안(Citizenship Amendment Act)’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권법 개정안’은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인도에 도착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인데, 적용대상에서 무슬림교도와 유대교도 그리고 무신론자 등은 배제됐기 때문이다. 인도 집권당인 인도 국민당(BJP)은 해당 법안으로 약1500만 명이 시민권 신청 자격을 획득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와 함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오늘은 인도 역사상 획기적이 날로 기록될 것이다”고 밝히고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그러나 아삼(Assam)주와 트리푸라(Tripura) 주를 비롯한 인도 북동부 지방에서는 정부의 시민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다. 특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국제민주연대 등 20여개 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무슬림이 배제된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안은 ‘모든 시민에게 기본적인 평등권을 제공한다’는 인도 헌법 제14조와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인도 헌법의 세속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스리랑카에서 이주해온 약 15만 명의 타밀족, 4만 명의 로힝야 난민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무슬림 난민들이 차별과 억압을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13억 5천만 인구 중 2억 명에 해당되는 무슬림들은 이미 모디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로 인해 억압과 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마저 통과된다면 무슬림에 대한 탄압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도 시민권 취득을 노리고 방글라데시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의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6일 마마타 바네르지 서부 벵골주 수상도 콜카타에서 시민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고, 뭄바이에서도 항의 집회가 개최되는 등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국가주민등록 시행으로 인해 국적이 박탈될 우려가 있는 힌두교도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권법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방글라데시 접경 지역인 아삼주에서 국가주민등록 제도를 시행하고 인도 국적 보유를 입증할 서류를 제시하지 못한 주민을 추방하기로 했으나, 서류가 없는 주민의 상당수가 힌두교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역시 최근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박해받는 주민들이 이슬람교 소수 종파와 무신론자인데,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안에는 이들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어 심각한 차별에 노출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종교와 이념, 사상을 떠나 정책 실현에 있어 다방면으로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줄 의무가 있다. 또 특정 종교를 떠나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 이루어져야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기자수첩] 가상화폐는 ‘법정통화 아냐’라더니 빗썸엔 800억 과세
  • 김성민 기자|2020-01-08
  •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은 ‘초상집 분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부가 가상화폐 제도화를 위한 명확한 규정조차 세우지 않고 외국인 암호화폐 투자자에 대한 과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7월 24일 정부는 ‘혁신기술 규제자유특구’ 7곳을 선정해 혁신기술을 테스트하고 이와 관련된 사업체를 양성함에 있어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를 블록체인특구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응용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가상화폐 영역과 관련된 사안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사안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존 블록체인 기반의 부산 디지털 지역화폐는 가상화폐의 성격을 제거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성격으로 법정통화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결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2018년 6월부터 과세를 고지했다”며 “가상화폐를 합법적 자산으로 인정조차하지 않으면서 과세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세청은 지난 12월 29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코리아(이하, 빗썸)에게 지난 5년간 거래액에 대한 803억 원 규모의 기타소득 과세를 통보했고 빗썸은 이를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빗썸의 최대주주 비덴트는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법령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과된 부당과세”라고 반박했다. 현재 가상화폐 과세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12개 국가(미국, 일본, 스위스, 독일, 호주, 싱가폴, 포르투갈, 몰타, 말레이시아, 벨라루스, 이스라엘, 스웨덴)에서 각기 다른 과세 비율과 내용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빗썸에 803억 원 과세와 관련해 “빗썸이 외국인 거래자(국내 비거주자)에게 자산 거래에 관한 원천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이를 방기한 책임을 지운 것”이라고 했다. 또 가상화폐를 단순히 ‘부동산 이외의 자산’으로 전제할 뿐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국세청과 달리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열거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세청과 반대입장을 내세웠다. 또 업계 관계자는 과세 대상자가 외국인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에 대해 “국세청은 아마도 투자자의 계좌번호를 추적해 국적을 판단했을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한국 사람도 외국에서 통장 만들 수 있는데 그 사람도 외국인 투자자로 간주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을 떠날 확률이 커진다는 의미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시작도 안했는데 세수확보 한답시고 업계 성장을 애초부터 막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처럼 정부는 내부에서 ‘불협화음’만 내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암호화폐 발행에 앞서 관련 법안 정비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암호법을 새롭게 시행했다. 반면 우리는 지난 11월 21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을 뿐 여전히 제도화를 위한 추가적인 규정도 없이 세금만 과세했다. 이렇다보니 세수확보에 혈안이 되어있다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휘청거렸던 것은 지난해 업계에서 유난히 해킹 사고가 많았던 탓도 있다. 업비트에서 ‘이더리움’ 580억 원이 해킹을 통해 도난당했으며 이 외에 ‘트론’과 ‘비트토렌트’까지 합치면 900억 원에 이르는 피해금액이 발생했다. 이같은 거래소 해킹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향후 정부의 특금법은 안전성에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금법을 통한 새로운 입법들이 안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기반이 튼튼한 거래소들은 보안 인원을 확충하거나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다. 또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쟁자들이 도태되는 상황을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에 스타트업 진출이 까다로워진다는 우려가 발생함과 동시에 기존 거래소들의 수수료가 상승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법령 체계 구축이 신속하지 못한 것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 정부의 방향에 따라간다는 반증이며 이같은 늑장대응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엔 한참 늦었다는 평가도 있다.
  • [기자수첩] 친환경 잡으려다 고객 다 놓칠라...숨찬 유통업계
  • 편은지 기자|2020-01-03
  •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10분만 앉아있다 간다는 손님들께 ‘머그잔에 담아드렸다가 나가실 때 테이크아웃 잔에 바꿔드릴게요’라고 말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10명 중 8명은 짜증 섞인 얼굴로 잠깐 있다 갈 거니까 그냥 플라스틱 컵에 달라고 말합니다. 정부 정책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환경문제 때문인 건 알겠는데, 옆 가게는 손님들 끊길까 봐 테이크아웃 잔에 그냥 준다고 합니다.” (남가좌동 A카페 점장)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 발 빠르게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 환경문제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국내 유통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작스럽게 강해진 정부의 친환경 규제에 숨이 찬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참다 못해 터뜨리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일회용품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가 3년 차에 접어 들었다.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게 됐고 커피전문점에서는 5분만 앉아있다 가더라도 머그잔에 커피를 받게 됐다. 이는 꽤 많이 자리 잡은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커피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여전히 테이크아웃잔에 음료를 달라고 떼쓰는 고객들은 많다.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지만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에 따르면 현재 커피전문점에서 쓰이는 종이컵 또한 오는 2021년부터는 머그컵으로 대체된다. 먹다 남은 음료를 포장해갈 경우 무상으로 제공되던 테이크아웃 컵은 유료로 변경된다. 포장·배달에 쓰이는 1회용 수저와 식기류 또한 돈을 받도록 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규제에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잡아야 하는 유통업계는 정부와 불편하다는 소비자 사이에서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2017년 처음 시행된 플라스틱 컵 규제 당시에도 매장을 이용하며 일회용품 컵을 달라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머그컵 사용이 많이 자리 잡기는 했으나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플라스틱 컵을 원하는 소비자를 어르고 달래는 건 매장 종사자들의 몫이다. 그러다 정부의 친환경 욕심에 참다못한 소비자가 큰 소리를 낸 첫 사례는 ‘대형마트 종이박스 폐지’다. 지난해 8월 환경부는 대형마트 3사와 자율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겠다는 계획에서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커피전문점에서 플라스틱컵을 제공하지 못하게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를 이용해왔던 소비자들은 ‘한 번에 대량구매를 자주 하는 대형마트에서 장바구니만 사용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강하게 반대했다. 자율포장대를 계속 운영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결국 환경부는 “대형마트의 자율에 맡기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들은 환경문제에 주범이 되는 테이프와 노끈만 철수하고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녹색소비자연대와 공동으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4%는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쇼핑 방식이 등장한다면 구매처를 변경해서라도 이용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서 어제까지 당연히 여겼던 것을 갑작스레 규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회용품 방출이 목표라는 건 소비자도 안다. 중요한 것은 속도에 있다. 작은 불편함부터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야 규제가 강해져 더 불편해지더라도 받아들일 만한 인내심이 생긴다는 의미다. 친환경 정책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소비자들이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우선이다. 정작 정부가 펴낸 무리한 정책에 짜증 내는 소비자들을 달래는 건 유통업계 종사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전체를 아울러 보고 인내할 만한 대책과 대안을 만드는 정부의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
  • [기자수첩] 고도화된 AI에는 좋은 데이터가 필요한 법
  • 유한일 기자|2019-12-28
  • 지난주 정부가 국가 역량을 결집해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으로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를 통한 지능화 경제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3대 분야 9대 전략과 100대 실행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말대로 지금 세계는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AI가 인간의 지적 기능도 수행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AI가 앞으로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미 전 세계가 AI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의 AI 경쟁력은 주변 선진국들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 경쟁력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에도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비록 우리는 후발주자지만 정부가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확보에 두 팔을 걷어 부친 건 긍정적인 신호다. AI 국가전략의 과제와 목표가 체계적이고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빠르게 신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AI 국가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AI 발전의 필수 조건인 ‘데이터’를 묶고 있는 족쇄를 풀어줘야 된다는 건데, 가장 실질적인 법안인 ‘데이터 3법’이 1년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 3법이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의 개정안이다.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인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중복 규제를 없애고, 데이터 활용 범위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기업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이 골자다. 데이터는 AI를 학습시키고 고도화하는 핵심 요소이자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다. 예를 들어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사용되는 ‘딥러닝’은 사람이 물건이나 사진을 구분하듯 AI가 데이터를 구분해 분류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수집해 AI를 학습시켜야 하는데, 현재 국내 데이터 관련 제도로는 개인정보보호로 인해 대규모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AI를 학습시킬 재료가 부족한 셈이다. 데이터 3법은 AI를 비롯해 드론, 바이오헬스, 핀테크 등 4대 신산업 발전을 가로 막는 ‘대못규제’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신산업 규제트리와 산업별 규제사례’ 보고서를 보면 4대 신산업 19개 세부분야에서 63%에 달하는 12개 분야가 데이터 3법에 의해 막혀있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두뇌’라고 불린다. 미래 산업을 구현하고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똑똑한 두뇌를 가져야 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AI의 원유인 데이터를 수집조차 못하게 규제하고 있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정부는 AI 국가전략에 양질의 데이터 자원 확충을 위해 공개 가능한 공공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데이터 개방·유통 계획도 결국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규모가 제한되고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며 국회에 데이터 3법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해왔지만 희망고문만 이어지고 있다. 20대 국회 여야 대표는 지난 11월 데이터 3법을 민생법안으로 보고 신속한 법안 처리를 시도하겠다고 했지만 정국 경색으로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법안에 허점이 있어서가 아니다. 여야 이견이 없는 비(非)쟁점법안이지만 정치적 충돌로 막혀있다. 만약 올해도 처리가 무산될 경우 데이터 3법은 통과를 위해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경쟁국에 뒤처져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도 발표되긴 했지만 늦은 게 사실이다. 이제서라도 앞서 나가는 주자를 잡기 위해 정부는 달릴 채비를 마쳤지만 정작 국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AI 국가전략은 본격 실행된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AI 국가전략이 마비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과될 경우 AI 국가전략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오늘도 아수라장인 국회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계속 기대를 해본다. 데이터 3법 통과로 AI 국가전략이 가속화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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