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북 전주 완산구 농촌진흥청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라승용 청장. (사진=농촌진흥청 홍보실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농촌진흥청은 연구기관으로서 농업 분야의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단계부터 수급안정, 유통, 상품화 그리고 안전 문제에 이르기까지 농업 거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 기술은 점점 더 그 중요성이 무거워지고 있다. 그만큼 농진청은 전문성도 획득해야 하고 수많은 관련 기관들과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


투데이코리아가 지난 4월 하순 전북 전주 완산구에 위치한 본청에서 만난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관행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인터뷰 내내 보여준 자신감과 확실한 자기 철학은 이를 증명해주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관습과 관행을 버리고 낮은 자세로 모든 관계 기관과 사람들을 만난다는 라 청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라승용 농촌진흥청장과 일문일답이다. 대담은 본지 권순직 논설주간이 맡았다.


문 : 농촌진흥청에서 9급부터 시작해 청장까지 되셨습니다.


답 : 차장을 퇴직하고 6개월 동안 익산시 명예농업시장, 국제종자박람회 조직위원장, 대학 강단 등에서 활동하면서 농진청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우리(농촌진흥청)에 대한 평가는 왜 이렇게 혹독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대학에 있을 때 농업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참 많이 접했고 작년 국제종자박람회 할 당시에는 기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안에 있을 때 듣지 못했던 것들을 신랄하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취임사에 ‘정중지와(井中之蛙)’라는 사자성어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동안 안에서만 밖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 이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정부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혁신성장 정책 안에도 포함돼 있는 것처럼 관행과 관습을 버리는 청장이고자 합니다. 정말 놀란 것은 차장을 할 때 저 스스로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안에 있을 때 얘기를 안 하던 사람들이 밖에 나가니까 그렇게 많은 말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웃음)


문 : 그렇다면 그 6개월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지금 우리 농업에서 제대로 봐야 할 게 무엇인지. 녹색혁명 등 우리가 많은 좋은 품종을 개발하고 다 했는데 수급에 대해서는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느냐는 생각입니다. 쌀 생산과잉 문제에 농촌진흥청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 좋은 품종을 만드는 노력을 했는데 수급에 대해서는 우리 일이 아니라고 보지는 않았느냐. 결국에 정책과 연계되지 못한 일을 해서 우리 스스로 외부에 그런 인상을 심어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령, 가축 질병은 우리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가축 질병에 대한 미션이 없다고 생각했던 게 우리 직원들 생각이었습니다. 작년 살충제 계란 파동 때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사료기술이 연계된 점을 감안해, 두 가지 중요한 패턴을 연구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이제는 기후변화, 토양, 작물 등 모든 것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문 : 취임 후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답 : 작년에 시민단체들이 농진청 앞에서 GMO 반대시위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법과 규정보다도 강하게 했는데 왜 그분들은 반대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 입장에서 그분들이 우리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7월 18일 취임해서 9월 1일 반대연대 시민단체와 MOU를 맺었습니다. 합의할 때 제 생각은 우리 연구원들이 안정적인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보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고 외국에서 GMO가 들어올 때 우리가 연구를 하지 않으면 감시도 못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대신에 시민단체와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농생명위원회를 운영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사회단체와 과학계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 : 취임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청장님의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 : 농진청은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양자간 혹은 다자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술이전 사업이죠. 이들 국가는 식량문제에 대단히 관심이 많습니다. 양자간 사업을 20개 나라에서, 다자간 사업을 45개 나라에서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전을 해주고 있는데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 방에 일주일에 거의 2개 나라 대사나 장관들이 와서 우리하고 양자간 교류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게 왜 그러냐 하면 50년 동안 우리 농업은 굉장히 발전해 우리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나라에 맞춰서 맞춤형 기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이 쌀입니다. 그런데 비싸고 없어서 못 먹는 거죠. 그 나라가 벼 재배가 안되냐? 그렇지 않고 물도 풍부하고 기후도 좋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맞는 품종이 없는 거죠. 우리가 과거에 통일벼로 가져가서 심어보니까 굉장히 잘 자라는데 수확할 때 보면 그 나라 풍토병에 걸려서 수확을 하나도 못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벼와 살아남은 재래종(야생종)을 교배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품종을 만들어서 지금 그 중에서 두 개 품종이 선발단계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 모든 나라 사람들이 우리한테 그 종자를 받기 위해서 들어오고 기업들도 돈 대겠다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국제협력사업도 중요한 부분으로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들입니다.

문 : 우리나라가 해외 기술이전 사업에서 인기가 좋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 그 나라에 맞춤형 기술지원을 하는 겁니다. 일테면 볼리비아에 나가서 보니까 바이러스 때문에 감자 수확량이 헥타당 6톤밖에 안됩니다. 바이러스에 강한 종자를 만들어서 36톤이 나오도록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나라 장관이 우리 전문가를 6년간 여기 있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웃음)

사실 바이러스에 강한 종자를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기술입니다. 볼리비아의 경우 갖춰진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화된 기술이 통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장비가 없을 때 했던 기술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현지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과학기술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케냐의 경우, 모심을 때 모줄 대는 법을 알려줬더니 굉장히 신기해 합니다. 그게 그 나라에 맞는 기술인 겁니다. 최신 이양기를 가져다 줘도 이용할 줄 모릅니다. 현지 환경에 알맞은 맞춤형 기술지원이 농촌진흥청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 국제협력사업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요?


답 : 국제협력사업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통합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농어촌공사가 하는 것이고 개발 사업 등을 코이카에서 합니다. 농진청은 기술이 없으면 안 되는 보급 위주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그럼에도 정부개발원조(ODA)가 분절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고 농업 관련 부분은 다 함께 가자고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농어촌공사와도 조만간 이와 관련한 MOU를 체결할 예정입니다. 하드웨어(농어촌공사)를 깔 때 기술(농촌진흥청)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자는 겁니다.


문 :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쳥년 농업인 육성 등이 문재인 정부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 : 품목별로 청년 농업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농업인들은 현장에서 뛰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많이 있습니다. 젊은 연구원들이 이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Twenty-20클럽’은 농업인과 연구인력이 함께 하는 연구 체계입니다.

사실 청년 농업인들 중에는 100대기업 못지 않은 수입을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농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채널A와 협업해 다큐멘터리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생산보다 중요한 게 경영이라는 생각입니다. 경영을 잘하기 위해선 마케팅을 잘 해야 되고 마케팅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생산중심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도 농진청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열정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는 라승용 청장. (사진=농촌진흥청 홍보실 제공)


문 : 기술 개발이 있으면 상품화·산업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실제로 전북 지역에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한국신품연구원, 농업기술실용화제단, 김제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등 여러 기관들이 있습니다.


답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미래를 위해서 가장 먼저 되어야 할 것이 농업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AI, IoT, ICT, 로봇 등도 농업이 가져가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혁신도시 시즌2’ 플랜1, 2, 3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 균형발전 계획에 혁신도시 시즌2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곧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성공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랜1’은 농진청이 중심이 돼서 산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게 종자산업입니다. 농촌진흥청이 유전자원센터에 31만2000점의 유전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육종기술을 개발합니다.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산업화 돼 기업에 넘어가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습니다. 작년 종자박람회 현장에서 3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46억6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고부가가치가 산업이 지역에 만들어질 것입니다.

‘플랜2’는 농진청-지자체-대학-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농생명산업 육성입니다. 산업화가 되면 지역에서 공부하던 대학생들이 서울로 가는 공동화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들이 지역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플랜3’은 농촌진흥청 30개 기관이 전북에 내려와 있습니다. 협업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가령, 농촌진흥청의 숙성 데이터가 공간 정보랑 합치고 거기다 기상 정보까지 합쳐지면 태풍을 예측 가능하게 됩니다. 태풍 발생 시 이번의 바람 크기로 봤을 때 밴드 하나 있으면 된다, 아니면 비닐을 찢으라고 대책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 : 농촌인구 고령화 문제, 지역의 공동화 현상, 지역 활성화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답 : 대학 강단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역시 우리 농대생들은 직장을 얻으려고 하는데 어디를 갈지 모릅니다. 농수산일자리 직업 특강을 했습니다. 세계적인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직업을 어떤 경로로 찾아가야하는지, 경제적인 소득을 내고 있는지 강의를 했는데 인기가 좋았습니다. 지역의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계속 만들어질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 체계가 갖춰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치유농업사, 스마트팜기술사, 도시농업관리사 등이 만들질 것입니다.

저는 틈 날 때마다 연구실에 찾아갑니다. 환경 미세먼지 연구팀에도 직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청장으로서 그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결국에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끊임없이 그 소양을 쌓아야만 갖게 되는 능력입니다. 박사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는 끊임없이 그런 생각을 가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직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 스마트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텐데요. 어떻게 진했되고 있습니까?


답 : 스마트팜 1세대는 편리성 위주로 컴퓨터나 모바일을 이용하는 것이고 2세대 생태정보를 정확히 파악을 해서 미량 양분까지도 간단하게 맞춤형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3세대는 에너지 절감형 로봇까지 확장합니다. 지금 1.5세대까지 잘 가고 있습니다. 익산 토마토 농가 같은 경우에는 토마도를 제배하는 데 생산량 62.5% 향상, 경영비 21.4%, 에너지 30% 절감, 편리성 4배 향상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또한, 표준화·규격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장비의 국가표준을 만드는 일입니다.


문 : 최근에 농업분야에서 손꼽을 수 있는 성공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답 : 기술이라는 게 하우스 하나를 지어서 꾸려나가데 온실에 환기팬 하나만 바꿔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농장에 필요한 절대 기술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기술을 적용할 때 패키지화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다양하게 들어가야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성과라고 하면, 재작년에 밀가루 대용 쌀품종(한가루)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밀가루를 210만~230만톤 수입을 합니다. 1인당 23kg를 소비하는 것이죠. 반대로 쌀은 남아서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약 20% 쯤 한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면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쌀 소비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획기적인 품종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목적형 가공용 쌀입니다. CJ에서 햇반용 품종을 가져갔고 국순당에서도 막걸리용 품종을 가져갔습니다. 원예작물의 경우에는 ‘홍루’ 품종 개발·육성으로 약 1조원 정도 효과를 봤습니다만 국민들은 잘 모르십니다. (웃음)

한우는 개량을 통해 900kg~1톤 정도 되는 소를 탄생시켰습니다. 작은 것 같지만 에스트로겐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해 SK가 가져다 생산한 제품입니다.


문 : 끝으로 올 한해 각오와 다짐에 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농촌진흥청의 연구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농가소득 향상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농촌진흥사업을 펼칠 예정입니다. 즉, 소득주도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쌀 수급안정, 안전한 먹거리 생산, 농업인력 양성에 노력하고 스마트팜 기술개발 등 4차산업혁명 융복합 기술개발, 수출산업 육성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여 국가의 혁신성장에도 기여하겠습니다.

승풍파랑(乘風破浪), 부는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시장개방 확대, 기후변화, 고령화 등 어려운 도전에도 움츠리지 않고 더욱 과감하게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 정리=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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