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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농업의 산업화 토대 만들어 지역발전 체계 구축할 것”

    기사입력 2018.05.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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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크기변환__YH_9986.JPG▲ 최근 전북 전주 완산구 농촌진흥청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라승용 청장. (사진=농촌진흥청 홍보실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농촌진흥청은 연구기관으로서 농업 분야의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단계부터 수급안정, 유통, 상품화 그리고 안전 문제에 이르기까지 농업 거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 기술은 점점 더 그 중요성이 무거워지고 있다. 그만큼 농진청은 전문성도 획득해야 하고 수많은 관련 기관들과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

    투데이코리아가 지난 4월 하순 전북 전주 완산구에 위치한 본청에서 만난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관행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인터뷰 내내 보여준 자신감과 확실한 자기 철학은 이를 증명해주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관습과 관행을 버리고 낮은 자세로 모든 관계 기관과 사람들을 만난다는 라 청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라승용 농촌진흥청장과 일문일답이다. 대담은 본지 권순직 논설주간이 맡았다.

    문 : 농촌진흥청에서 9급부터 시작해 청장까지 되셨습니다.

    답 : 차장을 퇴직하고 6개월 동안 익산시 명예농업시장, 국제종자박람회 조직위원장, 대학 강단 등에서 활동하면서 농진청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우리(농촌진흥청)에 대한 평가는 왜 이렇게 혹독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대학에 있을 때 농업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참 많이 접했고 작년 국제종자박람회 할 당시에는 기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안에 있을 때 듣지 못했던 것들을 신랄하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취임사에 ‘정중지와(井中之蛙)’라는 사자성어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동안 안에서만 밖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 이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정부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혁신성장 정책 안에도 포함돼 있는 것처럼 관행과 관습을 버리는 청장이고자 합니다. 정말 놀란 것은 차장을 할 때 저 스스로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안에 있을 때 얘기를 안 하던 사람들이 밖에 나가니까 그렇게 많은 말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웃음)

    문 : 그렇다면 그 6개월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지금 우리 농업에서 제대로 봐야 할 게 무엇인지. 녹색혁명 등 우리가 많은 좋은 품종을 개발하고 다 했는데 수급에 대해서는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느냐는 생각입니다. 쌀 생산과잉 문제에 농촌진흥청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 좋은 품종을 만드는 노력을 했는데 수급에 대해서는 우리 일이 아니라고 보지는 않았느냐. 결국에 정책과 연계되지 못한 일을 해서 우리 스스로 외부에 그런 인상을 심어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령, 가축 질병은 우리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가축 질병에 대한 미션이 없다고 생각했던 게 우리 직원들 생각이었습니다. 작년 살충제 계란 파동 때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사료기술이 연계된 점을 감안해, 두 가지 중요한 패턴을 연구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이제는 기후변화, 토양, 작물 등 모든 것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문 : 취임 후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답 : 작년에 시민단체들이 농진청 앞에서 GMO 반대시위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법과 규정보다도 강하게 했는데 왜 그분들은 반대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 입장에서 그분들이 우리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7월 18일 취임해서 9월 1일 반대연대 시민단체와 MOU를 맺었습니다. 합의할 때 제 생각은 우리 연구원들이 안정적인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보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고 외국에서 GMO가 들어올 때 우리가 연구를 하지 않으면 감시도 못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대신에 시민단체와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농생명위원회를 운영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사회단체와 과학계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 : 취임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청장님의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 : 농진청은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양자간 혹은 다자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술이전 사업이죠. 이들 국가는 식량문제에 대단히 관심이 많습니다. 양자간 사업을 20개 나라에서, 다자간 사업을 45개 나라에서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전을 해주고 있는데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 방에 일주일에 거의 2개 나라 대사나 장관들이 와서 우리하고 양자간 교류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게 왜 그러냐 하면 50년 동안 우리 농업은 굉장히 발전해 우리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나라에 맞춰서 맞춤형 기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이 쌀입니다. 그런데 비싸고 없어서 못 먹는 거죠. 그 나라가 벼 재배가 안되냐? 그렇지 않고 물도 풍부하고 기후도 좋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맞는 품종이 없는 거죠. 우리가 과거에 통일벼로 가져가서 심어보니까 굉장히 잘 자라는데 수확할 때 보면 그 나라 풍토병에 걸려서 수확을 하나도 못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벼와 살아남은 재래종(야생종)을 교배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품종을 만들어서 지금 그 중에서 두 개 품종이 선발단계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 모든 나라 사람들이 우리한테 그 종자를 받기 위해서 들어오고 기업들도 돈 대겠다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국제협력사업도 중요한 부분으로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들입니다.
     
    문 : 우리나라가 해외 기술이전 사업에서 인기가 좋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 그 나라에 맞춤형 기술지원을 하는 겁니다. 일테면 볼리비아에 나가서 보니까 바이러스 때문에 감자 수확량이 헥타당 6톤밖에 안됩니다. 바이러스에 강한 종자를 만들어서 36톤이 나오도록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나라 장관이 우리 전문가를 6년간 여기 있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웃음)

    사실 바이러스에 강한 종자를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기술입니다. 볼리비아의 경우 갖춰진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화된 기술이 통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장비가 없을 때 했던 기술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현지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과학기술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케냐의 경우, 모심을 때 모줄 대는 법을 알려줬더니 굉장히 신기해 합니다. 그게 그 나라에 맞는 기술인 겁니다. 최신 이양기를 가져다 줘도 이용할 줄 모릅니다. 현지 환경에 알맞은 맞춤형 기술지원이 농촌진흥청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 국제협력사업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요?

    답 : 국제협력사업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통합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농어촌공사가 하는 것이고 개발 사업 등을 코이카에서 합니다. 농진청은 기술이 없으면 안 되는 보급 위주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그럼에도 정부개발원조(ODA)가 분절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고 농업 관련 부분은 다 함께 가자고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농어촌공사와도 조만간 이와 관련한 MOU를 체결할 예정입니다. 하드웨어(농어촌공사)를 깔 때 기술(농촌진흥청)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자는 겁니다.

    문 :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쳥년 농업인 육성 등이 문재인 정부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 : 품목별로 청년 농업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농업인들은 현장에서 뛰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많이 있습니다. 젊은 연구원들이 이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Twenty-20클럽’은 농업인과 연구인력이 함께 하는 연구 체계입니다. 

    사실 청년 농업인들 중에는 100대기업 못지 않은 수입을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농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채널A와 협업해 다큐멘터리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생산보다 중요한 게 경영이라는 생각입니다. 경영을 잘하기 위해선 마케팅을 잘 해야 되고 마케팅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생산중심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도 농진청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정 크기변환__YH_0080.JPG▲ 열정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는 라승용 청장. (사진=농촌진흥청 홍보실 제공)
     

    문 : 기술 개발이 있으면 상품화·산업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실제로 전북 지역에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한국신품연구원, 농업기술실용화제단, 김제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등 여러 기관들이 있습니다.    

    답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미래를 위해서 가장 먼저 되어야 할 것이 농업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AI, IoT, ICT, 로봇 등도 농업이 가져가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혁신도시 시즌2’ 플랜1, 2, 3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 균형발전 계획에 혁신도시 시즌2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곧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성공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랜1’은 농진청이 중심이 돼서 산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게 종자산업입니다. 농촌진흥청이 유전자원센터에 31만2000점의 유전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육종기술을 개발합니다.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산업화 돼 기업에 넘어가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습니다. 작년 종자박람회 현장에서 3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46억6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고부가가치가 산업이 지역에 만들어질 것입니다.

    ‘플랜2’는 농진청-지자체-대학-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농생명산업 육성입니다. 산업화가 되면 지역에서 공부하던 대학생들이 서울로 가는 공동화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들이 지역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플랜3’은 농촌진흥청 30개 기관이 전북에 내려와 있습니다. 협업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가령, 농촌진흥청의 숙성 데이터가 공간 정보랑 합치고 거기다 기상 정보까지 합쳐지면 태풍을 예측 가능하게 됩니다. 태풍 발생 시 이번의 바람 크기로 봤을 때 밴드 하나 있으면 된다, 아니면 비닐을 찢으라고 대책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 : 농촌인구 고령화 문제, 지역의 공동화 현상, 지역 활성화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답 : 대학 강단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역시 우리 농대생들은 직장을 얻으려고 하는데 어디를 갈지 모릅니다. 농수산일자리 직업 특강을 했습니다. 세계적인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직업을 어떤 경로로 찾아가야하는지, 경제적인 소득을 내고 있는지 강의를 했는데 인기가 좋았습니다. 지역의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계속 만들어질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 체계가 갖춰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치유농업사, 스마트팜기술사, 도시농업관리사 등이 만들질 것입니다.

    저는 틈 날 때마다 연구실에 찾아갑니다. 환경 미세먼지 연구팀에도 직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청장으로서 그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결국에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끊임없이 그 소양을 쌓아야만 갖게 되는 능력입니다. 박사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는 끊임없이 그런 생각을 가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직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 스마트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텐데요. 어떻게 진했되고 있습니까?

    답 : 스마트팜 1세대는 편리성 위주로 컴퓨터나 모바일을 이용하는 것이고 2세대 생태정보를 정확히 파악을 해서 미량 양분까지도 간단하게 맞춤형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3세대는 에너지 절감형 로봇까지 확장합니다. 지금 1.5세대까지 잘 가고 있습니다. 익산 토마토 농가 같은 경우에는 토마도를 제배하는 데 생산량 62.5% 향상, 경영비 21.4%, 에너지 30% 절감, 편리성 4배 향상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또한, 표준화·규격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장비의 국가표준을 만드는 일입니다.

    문 : 최근에 농업분야에서 손꼽을 수 있는 성공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답 : 기술이라는 게 하우스 하나를 지어서 꾸려나가데 온실에 환기팬 하나만 바꿔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농장에 필요한 절대 기술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기술을 적용할 때 패키지화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다양하게 들어가야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성과라고 하면, 재작년에 밀가루 대용 쌀품종(한가루)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밀가루를 210만~230만톤 수입을 합니다. 1인당 23kg를 소비하는 것이죠. 반대로 쌀은 남아서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약 20% 쯤 한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면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쌀 소비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획기적인 품종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목적형 가공용 쌀입니다. CJ에서 햇반용 품종을 가져갔고 국순당에서도 막걸리용 품종을 가져갔습니다. 원예작물의 경우에는 ‘홍루’ 품종 개발·육성으로 약 1조원 정도 효과를 봤습니다만 국민들은 잘 모르십니다. (웃음)

    한우는 개량을 통해 900kg~1톤 정도 되는 소를 탄생시켰습니다. 작은 것 같지만 에스트로겐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해 SK가 가져다 생산한 제품입니다. 

    문 : 끝으로 올 한해 각오와 다짐에 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농촌진흥청의 연구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농가소득 향상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농촌진흥사업을 펼칠 예정입니다. 즉, 소득주도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쌀 수급안정, 안전한 먹거리 생산, 농업인력 양성에 노력하고 스마트팜 기술개발 등 4차산업혁명 융복합 기술개발, 수출산업 육성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여 국가의 혁신성장에도 기여하겠습니다.
     
    승풍파랑(乘風破浪), 부는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시장개방 확대, 기후변화, 고령화 등 어려운 도전에도 움츠리지 않고 더욱 과감하게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 정리=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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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박현채 칼럼]고교 무상교육의 허와 실
  • 박현채 주필|2019-04-19
  • 올해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된다.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내년에 2, 3학년, 내후년에는 고교생 전원으로 확대된다.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현행 초·중학교 의무교육 무상지원 범위와 동일하게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이 모두 면제된다. 그러나 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는 사립학교 중 재정 결함보조를 받지 않는 학교는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한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유일하게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교 무상교육이 추진됐다. 하지만 매년 2조원 가량 소요되는 재원 마련이 어려워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일반고의 경우 정부 재정에서 교육비용의 약 4분의 3을 지원받고 나머지는 학부모가 부담한다.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학생 1인당 연 158만원 정도 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든다. 서민층의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면 민간 소비·투자 확대 등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도 거둘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고등학교 3학년 대상 고교 무상교육 예산 3856억원은 교육청이 모두 부담하고, 2020~2024년까지 매년 필요한 2조원은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5년 이후의 재원 확보 대책은 없다. 차기 정부가 추후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 발표가 있은 지 불과 이틀만에 17개 시도교육감들이 정부 발표와 사뭇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2021년까지는 소요 예산을 분담하겠지만 2022년부터는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발표와는 달리 2022~2024년까지 3년간은 절반 부담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그들의 입장을 밝히는 입장문을 통해 "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긴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노력을 지지하고 협력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원 마련에 대해 수차례 재정 당국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충분한 협의와 설득 없이 교육청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결정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재원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부가 온전히 책임지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이어 "고교 무상교육이 완성되는 때(2021년)까지 지방교육재정교부율 인상을 포함한 안정적 재원 대책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분담 문제를 놓고 오는 2022년부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어린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사태’ 같은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 사업인 누리과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요 예산 중 상당액을 교육청에 떠넘기려 했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하면서 누리 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재원 마련 방법을 놓고 정부와 교육청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엄청난 보육대란이 일어났다. 해마다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르면 보육예산을 놓고 승강이가 벌어지는 등 갈등을 겪다가 현 정부 들어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일단락됐다. 고교 무상교육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예산문제로 삐걱대니 이 정책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사실 무상교육 예산을 교육청에 일부 부담케 하면 불가피하게 학교 기본 운영비가 감축돼 유.초.중학교의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고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면 이미 복지지출을 크게 늘린 상태에서 고령화 등으로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은 많아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이 아닌 고3부터 무상교육이 시작되는 이유가 아리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중학교 무상교육은 전면 실시되기까지 20년간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1985년 도서 벽지부터 시작해 1994년 읍·면 지역으로, 2005년에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부터 무상교육이 시작됐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무상교육은 학년을 기준으로 고3부터 시작하는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야당 일각에서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는 투표를 할 수 있는 선거연령이 낮아져 고3 학생들도 대부분 유권자가 되기 때문이다.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해서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이나 불만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상교육 못지않게 공교육의 정상화와 내실화가 무척 중요하다. 지금처럼 공교육이 사교육의 하위개념이 되도록 방치되서는 안된다.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돈이 없더라도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김성기 칼럼]강원산불 발화원인 규명이 먼저다
  • 김성기 부회장|2019-04-16
  •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산불로 인해 고성군과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등 일대에서 여의도의 6배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타고 수천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복구 지원에 나섰지만 생업을 잃은 주민들의 삶은 아직 막막하고 이재민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산림이 우거진 강원도 동해안 지역은 지형적인 특성상 건조한 강풍이 자주 불어 산불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다. 지난 2005년 4월 낙산사 주요 문화재까지 잿더미로 만든 양양산불을 비롯한 대형 산불들이 주로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했다. 해마다 산불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예방을 위한 치밀한 대책과 이미 발생한 산불에 대한 원인 규명이 꼭 따라야 했다. 하지만 불특정인에 의한 단순 실화나 화인 불명으로 묻히는 경우가 잦아 책임소재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강원 산불은 4일 오후 7시경부터 고성 속초와 강릉, 인제 등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강릉과 인제 산불은 실화 등에 의한 발화지점 감식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속초 산불은 토성면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는 현상이 CCTV에 잡혀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한전은 전신주의 개폐기에 연결된 고압선에 강풍으로 이물질이 날아와 불꽃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신주 개폐기는 전국 곳곳에 산재한 장치이므로 고압선이 지나는 지역이라면 발화의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불꽃이 튄 전신주의 개폐기와 리드선 접합부에 플라스틱 재질의 덮개가 있었고 그 틈새에서 나뭇가지나 먼지 등 이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비가 좀 내렸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대형 산불의 재발 위험을 줄이고 한전 등의 책임소재를 밝히는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원인이 밝혀지고 책임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에 ‘탈원전 공방’이 산업계와 환경단체, 정치권으로 번져 본질을 흐려놓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2018년 한전의 영업적자가 발생하면서 이 때문에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이 대폭 줄었고 안전시설 점검과 교체에 차질을 빚어 발화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먼저 나왔다. 주로 SNS 등을 통해 논란이 번졌다. 야당에서는 이를 즉각 정치공세로 연결시켰고 원전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여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역공에 나섰다. 한전은 8일 해명자료를 통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국제연료가격 급등에 따라 연료비가 증가한 탓이며 탈원전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고 했다. 또 유지보수예산 감소는 2015년 이후 지속된 투자로 2018년부터 교체보강대상 설비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점검수선예산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야당과 원전업계의 문제제기가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웠다. 산불원인을 둘러싼 탈원전 공방은 아직 부분적인 사실에 근거한 성급한 주장으로 들린다. 창과 방패의 경쟁처럼 한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쪽에서 맞받아칠 자료가 나오고 역공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뿐이다. 이런 공방이 거듭되면 오히려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노력이 소홀해 지거나 자칫 정치적 주장에 휩쓸려 왜곡될 우려가 커진다. 섣부른 공방으로 본질을 흐릴 게 아니라 정밀감식 결과를 엄중하게 지켜보면서 과실여부를 가려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따지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단계에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전기노동자들이 밝힌 견해를 참고할 만하다. 전국건설노조 소속 전기노동자들은 시공 후 오랜 기간이 지나면 전선을 압축 연결한 부분에 수분이 들어갈 수 있고 계절에 따른 팽창과 수축이 일어나다 보면 전선 압축력이 떨어져 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설비교체보강예산이 줄면서 배전선로 유지보수공사가 예년보다 감소했다는 것을 체감했다는 자체인식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아직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들린다. 정부 당국과 한전은 우선 명확하게 발화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되 관련 자료와 결과를 국민에게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진술도 충실히 들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규명된 원인을 근거로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산불재발을 막기 위한 필요 조치를 서둘러주기 바란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스트레스 주는 인사 청문회
  • 권순직 논설주간|2019-04-11
  • 이번 칼럼은 국회 인사 청문회를 좀 더 건설적이고, 효율적이고, 격조 높은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제목을 바꿨다. 판사 부부가 35억원대의 주식을, 그것도 상당 부분은 그들의 업무와 연관된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팔았다. 부부 합산 5,500여회의 주식거래를 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장에서 이 사실을 “자신은 몰랐다. 남편이 다 알아서 했다”고 증언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엔 스트레스 쌓이는 소리가 요란하다. 혼자 깨끗한 척 다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우쭐대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엄청난 부동산투자(투기)를 해놓고 국민들로부터 묻매 맞으며 물러나면서 “아내가 다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내가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어찌 이리 판박이란 말인가. 한사람은 아내 탓, 한사람은 남편 탓, 코메디다.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장관 고위직 인사 때마다 빚어지니 국민들 가슴은 스트레스로 멍든다. 아내 탓, 남편 탓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 국회의 청문회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고위직 임명권에 대한 의회의 최소한의 견제 장치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고, 그래서 함께 일할 사람을 자신이 고르는 건 맞다. 그럼에도 국회에 청문회 권한을 부여한 것은 독주나 독선 과오를 막으라는 취지일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도 국민들의 손으로 뽑았기에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간 국회 청문회는 후보자들의 업무 수행능력이나 인품 등을 검증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했지만,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인신모독적인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에 적지 않은 견제 역할을 했다. 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반성도 많다. 그래서 제도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다. 그동안 표출된 청문회 후보자들의 주된 흠결은 부동산투기, 주민등록 위장전입, 부동산 매매시 다운계약서 작성, 주식투자, 논문표절, 세금탈루 등등이다. 일반 서민들도 이런 일을 하면 당당하게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다. 그런데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가장 막중한 나랏일을 할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다반사로 했다니 국민들은 억장 무너진다. 영(令)이 설 사람을 지휘자로 뽑아야 예컨대 부동산투기 편법증여 등으로 얼룩진 인사가 부동산정책 주무장관이 되고, 석사 박사학위 논문 표절자가 교육이나 문화 관련 장관이 된다 치자. 우선 소관 부처 직원들이 그를 어떻게 볼까. 인격적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지, 그런 사람이 내리는 지시를 정당하다고 여기고 몸을 살라 일을 할지 뻔 한 이치 아닌가. 인품도 훌륭하고 해당 분야 업무에 능통하고, 국민들 지탄받을 부동산투기나 논문표절 주식투자 위장전입 안한 인물이 대한민국에 없는걸까. 청와대 사람들은 그런 인사들은 거절하여 좋은 인재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코드 빼고, 캠프 줄이면서 탕평하면 얼마든지 재야 재조(在野 在朝)에 훌륭한 인물 많다고 본다. 검증 불신은 이제 도를 넘었다. 민정수석실이나 인사수석실의 무능 탓인지, 아니면 캠프 코드 위주의 인사 중에서 뽑다보니 그런건지 너무 심하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해놓고, 국민 눈높이에 도저히 맞지 않는 인사라서 낙마한다면 검증한 민정수석은 책임져야 마땅하다. 국회 인사 청문회 제도 개선은 아무래도 이 정부의 인사시스템 개선 이후에나 검토되는 게 순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 기자수첩
  • [기자수첩] 충분히 막을수 있었던 참사
  • 권규홍 기자|2019-04-19
  • 지난 17일 경남 진주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선 전국을 경악하게 할 끔직한 사고가 터졌다. 이날 새벽 아파트에 살고 있던 안인득(42)이 일부러 집에 불을 낸 뒤 놀라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무려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당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 발생 뒤 출동한 경찰들에게 체포 된 안인득은 범죄이유에 대해 “살기 싫어서 그랬다” 또는 “임금체불에 불만이 있어서”라는 등의 알 수 없는 소리들을 횡설수설하며 경찰을 당황하게 하였다. 안인득이 저지른 이 사고로 인해 해당 아파트는 쑥대밭이 되었고 한 가정에선 무려 사상자만 4명이 발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고 후 드러난 안인득의 과거 행적들이 드러나면서 부터다. 안인득은 지난 2010년 폭력 행위로 구속된 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1개월간 정신감정을 받았으며 감정결과 조현병으로 판정되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안인득은 조현병 판정이 난 이후에 아무런 격리조치 없이 2015년 12월 일반인들이 사는 이 아파트에 자연스레 입주했고 입주 이후에도 알 수 없는 행동을 남발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자주 일으켰다. 안인득은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알 수 없는 욕설을 내뱉거나, 윗층에 거주하는 미성년자들을 미행하고 이웃집 대문에 오물을 집어던지는 등 아파트내에서 갖가지 소동을 일으켰다. 결국 안인득은 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7번이 넘게 신고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출동한 경찰은 단순 소동으로 생각하며 훈방조치를 했다. 이 같은 경찰의 조치가 알려지며 시민사회는 경찰의 조치가 허술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18일 사망한 주민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분노한 유가족들은 “안 씨에 대한 신고가 10건 이상 있었다.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이 사람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느냐”고 경찰을 질타했다. 민 경찰청장은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할 것이며, 조사후 합당한 처벌조치를 취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지만 유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민갑룡 청장에 이어 78일만에 도정업무에 복귀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유가족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 경찰 등 기관이 함께 힘을 모았어야 하는 일 이었다”고 위로하며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번 일은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친 것”이라며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이번 가해자와 같은 사람에 대한 복지전달체계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이 개정돼 오는 10월부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보를 관계기관이 공유할 수 있게 돼 도와 시군, 의회 등과 힘을 합쳐서 안전한 경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안인득이 조현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안인득의 행적으로 보아 감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인득이 범행전 미리 흉기를 준비했고 범행 당일날 휘발유를 준비했으며 방화를 일으킨 뒤 미리 1층 계단 길목에 자리를 잡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을 봐선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계획된 범죄”라며 “조현병 환자라고 다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인득이 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미리 예후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취를 취하지 못한 경찰의 대응이 아쉽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지난 2003년 개봉한 ‘성질 죽이기’라는 헐리웃 영화가 있다. 평소 성격이 순했던 주인공 데이브(아담샌들러)는 비행기에서의 승객들 간 사소한 시비로 인해 법정까지 가게 되고 판사는 데이브가 잠재된 폭력적 성향이 보인다며 ‘성질 죽이기’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명령한다. 법정의 명령에 반발하던 데이브는 결국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심리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잠재된 폭력적 성향에 대해 깨닫게 되며, 이를 치유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헐리웃 영화의 소재로 쓰이긴 했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사법 시스템은 개개인의 우발적인 소동을 그냥 넘겨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수가 있다. 사소한 사고 하나라도 만일 있을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하는 태도를 보이며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외형적이 아니라 내면까지 선진국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선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회자가 되지 않길 바라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 [기자수첩] 대한민국은 '감투 공화국'인가?
  • 유효준 기자|2019-04-17
  • 대한민국의 공조직에는 장(長) 자리가 너무 많다. 조직의 가장 작은 단위인 팀급에도 ‘팀장’, ‘부팀장’, 심지어는 팀원에게도 ‘ㅇㅇ분과장’ 등의 수식어를 붙여놓는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관료적 조직문화와 패권주의가 팽배한 현실에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주된 역할과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국가,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 안전한 국가를 이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한민국의 공조직은 아직도 특권을 자랑으로 여기고 반칙을 신조로 여기고 있다. 리얼미터의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법원(5.9%), 중앙정부 부처(4.4%), 군대(3.2%), 경찰(2.7%), 검찰(2.0%) 등 대부분의 기관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국민들의 시선이 이렇게 싸늘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도로교통공단의 경우 면허시험장 내 직제를 보면 필기시험장장, 기능시험장장, 기술장장 등 일반 실무자의 수에 비해 장(長)자리가 매우 많다. 권력적인 활동이 아닌 주로 대민업무만을 취급하는 지자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직원 20명 가량 되는 동사무소에도 동장, 각 분야 별 팀장, 부팀장 등을 쪼개 20명 중 10명이 장(長)직함을 달고 있다. 권력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경찰의 경우 간부인 경위 이상은 모두 장(長) 직함이 붙고 심지어 일선 경찰 실무자인 '경사'(7급)을 부팀장 '경장'(공무원 급수8급)을 부장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이를 견제해야하는 의회도 마찬가지다. 광주지역신문에 따르면 함평군의회는 전체 의원의 수가 7명인데 상임위 3개를 설치했다. 이렇다보니 함평군의회는 정족수 7명이 각각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3인, 간사 2인 등으로 모든 의원이 사실상 간부직을 꿰찮다. 또 상임위원회 구성에 맞춰 의원수가 7명인 의회의 경우 5,6급 전문위원을 각 1명씩 의원 수가 9명일 경우 5급 2명 의원수가 15명이하인 경우 5급 2명과 6급 1명 총 3명의 전문위원을 둘 수 있어 예산 낭비는 덤으로 이뤄진다. 함평군의회 뿐만 아니라 다른 의회들도 마찬가지로 관행처럼 자리만들기를 답습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공조직이 자신들의 신분과시와 명예를 위해 '감투 챙기기'에 몰두하고 예산 및 인력낭비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함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서민을 섬기고 책임지는 공직자의 자세다. 공직자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부서장’이 아니고 ‘국민’ 아니겠나. 자기 머리보다 큰 모자(감투)는 시야를 가리고 귀를 막을 뿐이다. 앞이 안보이고 귀가 안들리는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겠나? 자신의 시야와 귀를 가린 감투를 벗고 국민의 소리와 눈높이에 맞추려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 [기자수첩] 증인보호 프로그램이 시급한 대한민국
  • 권규홍 기자|2019-04-15
  •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자연 사건의 중요한 증인인 배우 윤지오씨가 약 두 달여간의 증언활동을 마치고 조만간 캐나다로 돌아간다. 장자연 사건 이후 고국을 떠나 캐나다에 머물던 윤 씨는 검찰과거사위재조사단이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사건의 유력한 증인자격으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발본색원과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랬다. 이 과정에서 MBC, 한겨레 신문을 비롯한 유력 언론들은 기존의 사건연루자로 이름이 알려졌던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박문덕 하이트진로회장, 권재전 전 법무부장관, 조선일보 전직기자 조 모씨에 이어 TV조선 방정오 전 대표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배우 이미숙, 송선미 등 연예계 종사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방 전 대표는 최초보도를 한 한겨레신문과 사건을 다룬 MBC ‘PD수첩’에 대해 “장자연 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으며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이목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집중되고 있다. 윤 씨는 이 과정에서 과거 수사기관들의 황당한 수사과정과 수사의지가 없었던 듯한 행보 등을 지적하며 이제라도 수사기관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 씨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윤 씨는 최근 석연치 않는 교통사고를 수 차례 겪었고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미행과 감시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변 보호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임시거처에 머물 때도 집에 수상한 흔적들이 보여 경찰에 호출을 했음에도 경찰이 오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청와대 청원에 ‘증인을 보호 해 달라’는 청원을 올려 청원이 20만을 넘기는 성과를 얻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14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찰청 피해자보호과에 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윤씨가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며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전문경찰관이 담당해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윤 씨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더불어 중요한 사건 증인에 대한 보호를 약속했다. 결정적인 증언을 하고도 신변에 부담을 느끼는 증인은 윤 씨뿐만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중요한 증언을 했던 노승일 씨는 지난 2월 광주의 자택 공사현장에서 의문의 화재로 인해 집을 잃었고, 기획재정부의 직원인 신재민 씨는 폭로를 한 뒤에 신변을 비관해 자살소동을 빚은 바 있다. 그리고 2015년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도입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국정원 직원은 한 야산에서 마티즈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하며 증인 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엔 증인 보호에 대한 관련 법률은 법률상으론 존재하지만 관련 법률 개정을 요하는 처참한 수준이라 목숨을 걸고 증언하는 증인들이 줄곳 신변 보호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과거 마피아를 비롯한 거대범죄조직들이 증인을 보복살해하는 사건이 늘어나자 1970년에 관련법을 제정했고 현재는 미국 연방 위증자 보호 프로그램(WITSEC)이 확립되어 증인들은 미국 법무부, 연방보안관 그리고 미 육군의 보호를 받으며 증인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 증인들은 이들 기관의 지원속에 개명, 여권번호 변경, 운전면허증 번호등 기초적인 정보 변경등과 거주지 이동과 각종 보호, 경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필요시엔 성형까지 지원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외에도 증인보호 프로그램은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 독일등 선진국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개정이 시급하다. 최근 윤 씨는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설립했다. 윤 씨는 “5대 강력범죄 사건에 해당되지 않은 피해자, 증언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들이 편히 지낼수 있는 시설과 경비, 경호등을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증인들은 각종 사건에서 이 나라를 바꾸어 왔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내부 고발자들과 여러 증인들의 증언이 사건 해결에 귀중한 단서가 되었다. 하루빨리 국가는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여 증인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나라야 말로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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