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홍보서 전원 남성만 기용… “女 작가들 불참” 해명, 불씨 키워


니콘 아시아 홈페이지에 실렸던 32인 사진가 소개 페이지(사진=니콘아시아 홈페이지).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니콘이 가진 논란은 비단 일제(日帝) 치하 강제징용, 극우기업 의혹 뿐만이 아니다. 작년에는 때아닌 성차별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해 9월 영국의 사진 전문 블로그 ‘Fstoppers.com’에 따르면 니콘은 신제품 카메라 ‘D850’ 홍보를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출신 사진가 32명의 사용후기 등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문제는 이들 32명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니콘 측은 “혁명적 D850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기 위해 웨딩, 스포츠, 자연, 상업사진 등 다양한 분야 작가를 초청했다”고 밝혔지만 ‘다양한 분야’였을 뿐 ‘다양한 성별’은 아니었다.


‘Fstoppers.com’의 사진작가 제이슨 빈슨은 “니콘 D850은 남성만을 위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후안 카를로스 무노즈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D850의 여성버전은 출시할 계획인가”라고 비꼬았다. 사진기자 레아 보스는 “남성뿐인 32명 사진가 프로필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니콘은 충분하지 못한 해명으로도 빈축을 샀다. 회사는 트위터에서 “여러분의 생각을 공유해줘서 감사하다”며 “불행히도 우리가 초대한 여성작가들은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에는 “이번의 불행한 상황이 우리가 여성 사진가와 그들의 뛰어난 업적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NYT는 논란을 보도하면서 니콘 직원 중 여성비율이 10.6%에 불과하고 관리자급은 4.7%에 그친다며 세계보도사진대상 출품작 중 여성작품 비율인 15%에 크게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워싱턴 여성 사진기자들’의 에블린 혹스테인 부회장은 “여성고객 시장은 중요하지 않아서 무시하기로 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니콘 전시장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있는 관람객들.


니콘은 2016년에는 소비자 비용부담 전가 ‘갑질’로 물의를 빚었다. 무상으로 제공하던 AS서비스를 돌연 유료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2016년 7월1일 니콘코리아는 홈페이지에서 2년 보증기간이 지난 DSLR 카메라, 렌즈초점 교정 등 무상 AS서비스를 9월30일까지 종료하고 유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니콘 카메라 사용자들은 강력반발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니콘 한국지사의 무상서비스 폐지 반대’ 서명운동 페이지까지 개설됐다. 일부 사용자는 법적대응도 시사했다.


이들은 니콘 제품이 동급 사양을 기준으로 경쟁사에 비해 20만원 가량 비싸지만 AS비용을 고려해 구매했다며 니콘 측의 일방적 조치는 사용자 ‘우롱 행위’라고 규탄했다. 한 사용자는 “니콘 카메라를 택한 이유는 무상점검 혜택 때문”이라며 “니콘은 그동안 타사 제품보다 비싸게 판매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하는 건 독과점 기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니콘 측의 유상 전환 배경에는 매출감소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는 고성능 카메라를 갖춘 스마트폰 등장으로 자사 카메라 판매가 줄면서 무상 AS 부담이 이전에 비해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니콘은 반발이 높아지자 방침철회 대신 새 정책 시행 시기 연기 등을 제시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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