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권규홍, 유한일 기자]

사건사고로 얼룩진 예비군 훈련

오늘날의 예비군은 창설 뒤 매번 순조로운 길만 걷지 않았다. 허술한 관리체계와 부주의로 인해 많은 사건, 사고 역시 일어났다.

1993년 6월10일엔 경기도 연천 예비군 포사격 훈련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2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는 역대 예비군 훈련 도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훈련으로 기록되었다.

당시 포병출신의 예비군들은 155mm 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이중 탄약통에 들어있던 고폭탄 1발과 조명탄 2발 등 3발이 폭발하여 주위에 있던 예비군들이 사망했다. 폭발원인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시 훈련종료가 임박했던 오후 4시경 벌어진 일이어서 매우 혼잡했던 상황이었고 예비군중 누군가 담배를 피다가 던졌는데 담뱃불이 하필 탄통에 들어가 폭발이 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했다.

이후에도 예비군 훈련장에선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매번 일어났다. 1994년엔 시가지전투 훈련중이던 예비군 1명이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 든것도 모른채 동료 예비군을 향해 사격을 해 동료 예비군 1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고, 같은해 7월엔 사격 연습도중 한명이 총으로 자결을 한 사건도 벌어졌다. 1999년엔 동원예비군 포 사격도중 포탄이 산에 잘못 날아가 인근 야산이 산불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2015년 5월 서울 내곡동 소재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 시가지 훈련중인 예비군들

▲ 예비군 총기 난사 사고현장 (사진=연합뉴스)

희대의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

사격 연습이 진행중이던 당시 훈련장에서 예비군 최모씨는 사격 훈련 중 자신의 K-2소총에 묶여 있던 연결줄을 풀고 총구를 돌려 같은 조원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주위에 있던 두명의 예비군이 총탄에 맞아 사망했고 두명이 피탄되었다. 사격 직후 최씨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발사해 자결했다. 이 사고로 가해자를 포함,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건 이후 최씨의 지인들은 그가 군 복무당시에도 우울장애, 인터넷 중독같은 진단을 받았던 관심병사였다고 밝혔다.

현역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나와 다시 한번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입소한 예비군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 사건에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워 했으며 유족들은 오열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예비군들은 일제히 총기관리에 대한 부실함을 폭로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총기에 연결된 줄을 풀고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현장에 있던 예비군의 인터뷰에 따르면 “총이 체인으로 고정돼 있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해제해 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라고 밝혀 허술한 훈련 실태가 드러났다.

이 사건 직후 군 당국의 소홀한 총기 관리체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것 이었다. 군은 전문가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점검, 관리했어야 하는 안전장치를 스스로 방치해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그제서야 군 당국은 전국 예비군 훈련장의 모든 사격장 안전장치를 교환하고 1사로 당 1조교 배치 등 훈련안전을 개선했다. 또한 이 사건은 오늘날 예비군 훈련의 강도와 제재가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국방부는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거듭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최신식 모의 전투 시스템 장비를 착용한 예비군들

계속 되는 사고


하지만 사건 이후인 이듬해 2016년 12월 울산시 북구에 위치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다시 한번 폭발 사고가 일어나 10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직후 헌병대의 조사결과 안일한 화약 관리 대처가 사건을 키웠 음이 드러났다. 이 부대 소속 이 중사는 부대 참모인 정보작전과장에게 폭음통 소모가 급하다고 알렸고 이는 대대장에게 즉시 보고 되었다. 대대장은 "위험이 없도록 비 오는 날 소모하라"고 지시했으나, 이 중사는 폭음통을 일일이 터트리는 대신 화약을 따로 분리해 폐기하는 편법을 택했다.


이 중사는 이를 위해 부대 소대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소대장은 12월 1일 시가지 전투장 내 한 구조물 옆에서 사병 4명을 불러 폭음통 1천600여 개의 화약을 추출해 바닥에 버렸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이 중사는 근처에서 다른 볼일을 보며 사건을 키웠다.


당시 5kg 이나 되는 많은 화약이 바닥에 흩어진 상태였고 이때 마침 오전 낙엽 청소후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향하던 병사들에게 화약이 터졌다. 병사들이 당시 손에 들고 있던 갈퀴나 삽등이 화약 묻은 바닥을 긁었거나 충격을 일으켜 정전기가 발생, 화약이 터진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병사가 고막이 터졌고 한 병사는 발가락 3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입어 장애인 판정을 받기도 하였다.


일련의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자 국방부는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전역자와 간부에 대해서 예비군 훈련을 제외하는 방향을 추진했다. 이에 2016년 2월부터 정신병력등의 병과가 있는 병사들은 예비군 훈련에서 제외되었으며 예비군 사격장에선 총기를 지상에 고정하는 틀과 안전고리를 전 부대에 배포했다. 여기에 더해 2017년 이후부터는 예비군 사격장의 사격통제관과 사수들에게 신형 방탄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사건직후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현역,예비군 장병들의 안전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러한 안전사고 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많은 장병들은 아직도 두려움과 긴장으로 예비군 훈련에 임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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