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원시불교의 경전인 아함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속리산 법주사 보관 스님이 2014년에 출간한 ‘울화통 캠프’ 라는 책에도 나오지요. ‘보살행(菩薩行)’의 ‘네 가지(四) 헤아릴 수 없는(無量) 마음(心), 바로 ‘자, 비, 희, 사’를 말합니다. ‘자(慈)’는 번뇌로 괴로운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마음, ‘비(悲)’는 중생의 악행을 제 몸처럼 슬퍼하며(同體大悲) 불쌍히 여겨 고통을 없애주려는 마음입니다. ‘희(喜)’는 청정수행하는 공덕을 진심으로 기뻐하는(隨喜功德) 마음, ‘사(捨)’는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자타(自他), 애증(愛憎)의 차별을 없애고 널리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입니다. 즉, 사무량심은 한마디로 ‘중생을 향한 헤아릴 수 없이 크나큰 사랑의 마음’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몇 년 전에 저도 잠깐 참여해본 적이 있는, 보관 스님이 주관하는 법주사 템플스테이는 ‘울화통 캠프’라고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울화를 통쾌하게 날려버리자’라는 뜻이 ‘울화통’이라네요. 이 캠프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꾹 참고, 눌러 담아놓고, 쌓아두었던 무수한 고민과 근심, 울화를 함께 풀고 더 나은 삶, 더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 필요한 지혜’를 전해준답니다.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하게 살도록, 욕심내는 마음(貪), 화내는 마음(瞋), 어리석은 마음(癡)의 삼독(三毒)을 아름답게 정화시키는 지혜’라고도 하네요. 이 모든 지혜가 결국에는 사무량심으로 귀결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부처님이 붓다가야에서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인연법칙(因緣法則)과 함께 ‘모든 것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생로병사(生老病死)가 모두 괴로움’이라는 일체고(一切 苦), ‘모든 법에는 내가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의 깨달음을 얻으신 뒤에, 바라나시 부근의 녹야원(鹿野苑)에서 첫 설법(初轉法輪)을 하시게 된 동기가 바로 사무량심이라고 하지요. 금강경(金剛經)에 나오는 ‘머물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내는 것(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표현처럼 ‘모든 중생에 대한 헤아릴 수 없이 크나큰 사랑’이 아니고는 이해되지 않는 그 첫 설법의 동기를 이 사무량심이 잘 설명해준다고 저는 믿습니다.

부처님의 첫 설법 내용은 중도(中道),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로 요약됩니다. 먼저 ‘중도’라 함은 어느 한 쪽의 극단에 치우치지 말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반야경에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고 양쪽을 함께 설한 것처럼 ‘색’이나 ‘공’의 어느 한쪽, 또는 ‘있고 없다는 유무(有無)’나 ‘선악(善惡)’ 등의 어느 한쪽에만 쏠리지 말고 중도를 가야한다는 가르침이지요. 다음 ‘사성제’는 ‘고집멸도(苦集滅道)’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말합니다. 즉, ‘모든 것은 괴로움’이라는 ‘고(苦)’가 첫 번째, ‘괴로움의 원인이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집(集)’이 두 번째, ‘집착을 없애면 괴로움도 없어진다’는 ‘멸(滅)’이 세 번째, ‘집착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인 ‘도(道)’가 네 번째 진리라고 하는 것이지요.

‘팔정도’는 사성제의 마지막인 ‘집착과 괴로움을 없애는 여덟 가지 바른 길’을 가리킵니다. 즉, 정견(正見, 바른 견해, 수행의 이유와 깨달아야 할 바를 바르게 살펴 아는 것), 정사유(正思惟, 바른 생각, 바른 뜻을 가지고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은 마음의 삼독을 지우려는 것), 정어(正語, 바른 말, 꾸미는 말과 거짓말과 이간질하는 말과 못된 말을 하지 않는 것), 정업(正業, 바른 행위, 살생과 도둑질과 음란한 짓을 하지 않는 것), 정명(正命, 바른 삶,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생활을 바르게 하는 것), 정정진(正精進, 바른 정진,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바른 노력), 정념(正念. 바른 염원), 정정(正定, 바른 선정)의 여덟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가 그것이지요.

오늘 부처님 오신 날에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사무량심과 고집멸도에 대해 새삼 깊이 되새겨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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