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용 교수


2017년 8월에 고온의 여름날씨처럼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안이 이른바 “살충제계란” 파동이었다. 유럽연합(EU)은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유통된 계란에서 검출되었다는 보고와 함께 독일, 스위스, 스웨덴, 영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총 8개국으로 살충제파동은 확대되었다. 계란에서 발견된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는 바퀴벌레, 진드기 등을 퇴치하기 위해 산란계농장에서 사용되는 백색분말의 약제로서, 특히 산란계에게 큰 피해를 주는 진드기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계사나 닭장을 세척하는 용도로 사용하도록 허가되었다. 그러나 산란계가 닭장에 들어있는 상태에서 살충제를 사용하여 닭으로 전이된 “피프로닐”성분이 계란으로 전이되어 계란에서 발견되었던 것이다. 국내에서도 2017년 8월 14일 국내 친환경 산란계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던 중에 “피프로닐”뿐만 아니라 “비펜트린”까지 검출되었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보고하였고, 정부에 의해 문제가 된 계란들은 전량 폐기되었으며 살충제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농가의 계란만 시장에 유통되도록 허용되었다.

사실 국내 계란값은 2016년 초에 전국적으로 발생한 조류독감(AI)로 인해 국내에서 30개들이 계란 한판에 1만원까지 치솟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AI로 인해 많은 산란계가 폐기되어 계란의 공급부족으로 인해 계란값이 폭등하였으므로, 긴급히 미국과 태국에서 계란을 수입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당시 산란계농장들은 폭등한 계란값에 따른 뜻밖의 수입에도 계란가격을 자율규제할 수 있는 대책을 취하지 않고, 산란계를 대량으로 입식하는데만 몰두하게 된다. 2016년초반부터 2017년 여름까지 하늘높은줄을 모르고 치솟던 계란값은“살충제계란”파동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계란소비를 급격히 줄이면서 과잉생산에 따라 이번에는 사상 초유의 계란값의 폭락을 경험하게 되었다. 2017년 초반에 계란값이 너무 과도하게 높아서 국내 가정에서 주로 소비되는 신선란의 가격을 양계업계에서 자율적인 가격조정이 필요하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다. 그러나눈앞의 수익에 몰두한 산란계농장들이 경쟁하듯 산란계의 입식을 추가로 늘리면서 “살충제계란”파동 이후에는 오히려 소비는 격감하였지만, 국내에서 과도한 양의 계란이 공급되면서 계란 30개들이 한판의 농장도매가격이 2천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장기불황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양계업계가 과도하게 하락한 계란가격을 정상으로 돌릴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 본인은 국내 양돈산업이 2013년 초에 깊은 불황을 겪을 때 양돈업계에서 전국의 양돈장에서모돈을 10% 감축 하는 자율적인 운동을 전개한 것을 참고했으면 한다. 사실 2010년 11월 24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FMD)이 2011년 3월까지 전국을 휩쓸면서 돼지 330여만두, 소 16여만두를 살처분하였기에 2011년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사상 최고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2011년 4월 FMD가 마침내 종식되고 국내 양돈장에서는 가능한 빨리 모돈을입식하여비육돈생산을 서두르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2012년말부터 국내산 돼지고기가 과잉으로 생산되면서 국내산돈육의 하락이 시작되어 2013년 초에는 생산비 이하의 가격으로 양돈장의 출하가격이 책정되기 시작하였다. 이때 한돈협회를 중심으로 “모돈감축 10%”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모돈감축에 동참하는 양돈장에 한해 정부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시행하면서 2013년 하반기부터 국내산 돈육가격이 서서히 정상을 회복하였고, 2014~2017년까지 국내에서는 양돈산업의 호황이 계속되었다.

국내 양돈산업이 2013년에 겪었던 비슷한 상황을 현재 산란계산업이 경험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양계협회나 대규모 산란계농장에서는 60주령 이상의 노계를 자율적으로 도태시키는 제안이나 자율적인 행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의 양계산업은 2016년부터 2017년 여름까지 사상 최대의 수익을 얻었던 양계장들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계란가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재무적으로 어려운 농장이 먼저 파산하는 이른바 “chicken game”을 하고 있다. 정말 누구를 위하여 이 같은 무모한 전쟁을 양계산업에서는 하고 있는지 묻고싶다. 2013년 초반에 국내 양돈업계가 신속히 자율적으로 모돈감축운동을 전개한 바와 같이 국내 산란계업계에서도 양계협회를 중심으로 하루빨리 산란계농장에서산란계 10%를 자율적으로 감축하는 운동이 전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처럼 계란가격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기간이 오래 지속된다면 국내 산란계업계의 재무구조는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으므로 대규모 산란계농장들부터 재정적으로 위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양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先公後私”의 정신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산란계산업이 하루 속히 정상으로 회복되길 기대해본다.
<서울대 식물동물생명공학부 교수>

필자 약력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양돈영양학박사
△(주)팜스코, 도드람양돈농협 사외이사역임
△현) 부경양돈농협, (주)대한사료, (주)동원팜스 기술자문
△현) 양돈수급조절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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