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보고서 불구 미북정상회담 박차… WSJ “文, 아첨으로 트럼프 끌어들여”

▲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정은.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북한이 곧바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0%’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보고서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추가제재 연기 등 6.12미북정상회담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현지시간으로 29일 NBC 보도에 의하면 CIA는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달 초 배포했다. 북핵시설 시찰 경험이 있는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해커 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은 향후 15년 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를 회람한 익명의 미 정보요원은 NBC에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다만 CIA는 북한이 평양 내 미 패스트푸드 체인점 유치와 같은 ‘보여주기식 쇼’로 비핵화를 ‘대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서도 외신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날 폭파를 지켜본 CBS뉴스 소속 벤 트레이시 기자는 “그들은 우리더러 갱도 쪽으로 가서 정말로 폐쇄됐다는 걸 직접 보라고 했다. 문제는 우리는 핵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북한은 폭파 당시 핵전문가들을 전면배제하고 기자들만 초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모든 갱도가 폭파된 건지 확실하지 않다”며 “폭발 규모와 정도를 육안으로 확인해줄 독립된 외부전문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CNN에 의하면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는 ‘축구공만한’ 폭발물들만 설치됐다.


북한은 기자들이 소지한 방사선량 측정기, 위성전화마저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원산공항에서 위성전화가 압수됐고 핵 방사선량 측정기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원산에 도착한 한국 취재진도 같은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다른 목적’을 위해 ‘미북정상회담 쇼’ ‘핵폐기 쇼’에 나선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 매체는 근래 한미훈련 중단,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한미훈련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CIA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미북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29일부터 해외 북한노동자 추방, 제재품목 불법이송 차단 등 새 대북제재 부과를 검토해왔다”며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진전되면서 추가 대북제재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전했다.


WSJ는 문재인 정부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 평양 사이 중재자라고 주장하지만 그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며 문 대통령이 쇼맨십에 목마른 트럼프 대통령을 ‘아첨’으로 끌어들였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과 관련해 미북정상회담 목적뿐만 아니라 개최일(6월12일) 선정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지방선거가 끝난 뒤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줄 알고 있었는데 북한,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사정했으면 선거 하루 전인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한다고 했겠냐”며 “남북평화쇼로 지방선거를 덮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한차례 미북정상회담 중단을 선언해 강압적인 북한 태도변화를 이끌어낸 뒤 번복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폐기를 위한 ‘획기적 방안’을 갖고 미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 세력이 된 현실 속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까지 3차례나 대북 비둘기파를 선택한 한국을 ‘포기’하는 수순 아니냐는 재반론도 나온다. 한국을 북한과 그 배후인 중국·러시아 영향권에 넘겨주고 대신 일본-오키나와-대만 방어선에만 충실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한미동맹 입장에 대한 미 언론, 의회의 의혹제기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발언 등에서 기인한다.


문 특보는 지난 17일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국제사회의 매우 비정상적 행태”라며 “동맹을 끝내는 게 최선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민감한 반응을 내놨다.


‘주한미군 철수’ 등 잇따른 논란을 일으킨 문 특보는 ‘학자 입장에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통령 곁에서 조언하는 청와대 특보라는 직책상 국제사회는 문재인 정부 ‘공식입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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