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IT 헤게모니 전쟁에 맡서려면 다른 경쟁분야 강화우선


지난 2월 4일 산업연구원(KIET)에서 발표한 반도체 수출 추이 그래프. 2018년은 전망치.(뉴시스 제공)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5월의 수출 실적은 양호하지만, 여전히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통관 기준)은 509억8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3.5%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은 올 1월 이후 4개월만에 두자릿수를 회복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가 주도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08억4700달러로 전년동월대비 44.5% 증가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전체 증가율의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지난달 반도체를 제외한 전체 수출액은 401억3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에 그쳤다.


다른 통계자료에도 이러한 ‘쏠림’현상은 그대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6일 ‘4월 정보통신기술 수출·수입 자료’를 발표하며 “1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고 2017년 4월 수출보다 1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출 품목별로는 반도체 분야가 전년 동월 대비 36.6% 증가한 98억9000만달러(약 10조6792억원)를 기록했다.


▲ 최근 ZTE(중싱통신) 사태로 미중간 기술격차가 드러난 가운데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자국 과학자들에게 기술발전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이 지난 4월 26일 허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우한신신반도체(XMC) 제조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신화 제공)



이러한 쏠림 현상에 달려드는 국가도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국가 IC산업 발전추진 강요'라는 지침을 발표하고 국유기업 등을 중심으로 1387억위안의 반도체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올해는 추가로 1500억위안을 목표로 2차 반도체 펀드를 조성 중이다. 여기에 지방 사모(私募)펀드 등을 합치면 전체 펀드 규모는 총 1조500억위안(약 211조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2015년부터 칭화유니그룹, 화룬그룹 등 중국 국유 기업이 시도한 서방 반도체업체 인수 시도를 막았다. 칭화유니그룹은 2015년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에 인수를 꾀했으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가로막혔다. 푸젠그랜드칩이 2016년 독일 반도체장비업체 엑시트론을 인수하려 할 때도, 미국은 독일과 협력해 거래를 차단했다.


'반도체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오바마 정부에 이어 트럼프 집권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중국의 반도체 진흥정책은 미국 국익에 대한 위협으로, 동맹국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 전문가들은 수출 호조세에도 반도체 호황에만 의존한 성장 구조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산업 간 불균형 성장과 이에 따른 고용 창출력 악화에 대응해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술 추격, 수입대체산업 육성으로 수출에 기대는 한국 경제의 대외경쟁력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이 전개된다고 KDI는 판단했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도 기존 30만명 안팎에서 20만명 중반으로 내려 잡고 실업률은 3.7%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수출 주력산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산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인적·물적자원을 재배치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한국의 반도체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은 상대적으로 적다”며 “그 외의 산업 취약점, 청년 실업 등의 문제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도체 의존율은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시스템 반도체의 사용처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IoT, 머신러닝,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신규시장이 성장하면서 시스템 반도체가 더 다양한 제품군에 탑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메모리 반도체 역시 서버용 수요가 증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7일 ‘2018년 하반기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의존율이 높은 상황을 우려했다. 하반기 경제 이슈 중 하나로 수출의 양극화와 취약성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가 지나치게 반도체에 편중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부 업종에 의존한 수출 증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점 등을 우려했다.


반도체 호황이 반도체 호황이 끝나거나 중국 생산에 따른 공급과잉 상황이 올 때를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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